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혜령 Jul 23. 2017

<현직>이 주는 가장 좋은 것

'사악하고 게으른 종'이 되지 않기 위하여


성서에는 사악하고 게으른 종과 달란트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회사에 다닐 때 마케팅팀의 친한 동료들과 우스개 소리로 ‘우리는 사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말을 자주 주고 받곤 했다. 당시는 일이 잘 안 풀리면 자신이 ‘마케팅에 재능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주제에 별로 노력도 하지 않는다’,를 그렇게 표현하곤 했다. 


 달란트는 talent, 즉 타고난 재능을 의미한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이십 년 회사 생활 동안 내가 받은 달란트가 얼마나 되는가를 지레 짐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사실 한 푼인지 다섯 푼인지가 중요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푼 밖에 안 준 것 같아, 누구는 엄청 많이 준 것 같은데…라고 타인과 달란트의 수량을 어림짐작하여 비교하며 될성 부를 떡잎의 크기만 헤아리곤 했었다. 그때 나의 주제가는 ‘질투는 나의 힘’이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게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회사를 그만 둔 상태였다는 것이 함정 ㅜ.ㅜ) 그렇다, <부자 아빠 시리즈>로 유명한 바로 그 로버트 기요사키이다. 나는 자본주의의 상징 같은 그가 <부자 오빠, 부자 동생>에서 영성을 말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돈의 화신 같은 사람이 한 얘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 울림이 컸다.  그는 그 책에서, 가진 재능을 헤아리지 말고 세상에 던져 보라고 말한다. 어느 재능을 세상이 필요로 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세상에 던져 보아야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많이, 무료로 할수록 결국에 더 많이 돈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한다. 흠 이것이야말로 달란트의 비유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회사 생활 시절의 나는 ‘게으르고 사악한 종’이었음이 맞다. 재직시절 이것을 알았다면 나는 갖고 있는 달란트를 이런 저런 방식으로 시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 중 몇 개는 아마 될성부를 떡잎이 되었으련만, 게으르고 사악한 나는 갖고 있는 달란트를 남들이 알아보아 주기만을 기다릴 뿐, 먼저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동일한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 노력 없이 나만 특별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션 도전자들은 정말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라 하겠다)


 회사를 그만 두고 나면 세상에 재능을 던질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현직이 주는 가장 좋은 점은 안정된 월급도, 회사의 지명도가 자신의 지명도인 걸로 착각하는 즐거움도, 을에게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재능을 시험할 기회를 좀 더 손쉽게 얻는 데에 있다.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회사의 것과 나의 것은 엄격히 분리되며, 사람들은 현재의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새롭게 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이렇게 저렇게 세상에 던져보라. 

주어진 달란트를 제대로 다 활용하고 떠나는 것, 그게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직에서 수용될 수 없는 감정은 '나쁜 것'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