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좋은 성과를 거둔 헤드헌팅 동료들에게 필받아, 올만에 링크드 인을 살펴보았다.
링크드인 세상에서는 고스펙, 화려한 경력, 몇 개 국어를 하는 사람이 흔하다.
대부분 이력서가 영어로, 그것도 엄청 세련된 서술방식으로 쓰여져 있고
플러스, 비주얼마저도 훌륭하다. *.*
그런 삐까뻔쩍함이 없는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링크드인을 할 엄두조차 못내지 않을까
수줍게, 회사명만 겨우 올려놓은 소개란을 보면 왠지 서글프다.
마치 직업세계의 인스타그램을 보는 느낌
(그래서 인스타그램이 그러하듯, 감정적으로 지친다. 내가 플래이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커리어의 '화양연화'가 오래오래 지속되면 참 좋으련만, 백일홍만큼이나 짧다.
(*여기에서의 커리어란 연봉을 받고 근무하는 사무직으로 한정)
C 레벨급은 별도로 하고 일반적인 이사직급까지, 나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노동자로서 잡 마켓에서 유통되는 기간은, 즉 이직을 제안받을 수 있는 기간은 (퇴직아님!)
15,6년 정도의 경력, 나이는 직급상관없이 40대 중후반까지 인 듯하다.
요즘 사회진출이 늦는 경우가 많다는 것까지 고려해보면, 유통기한은 더 짧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최고 장들이 젊어지는 게 좋은가? 좋은 사람들은 사원급과 투자자뿐이다.
정작 그 조직 내의 중간 관리자들은 자신의 나이가 그 장보다 더한가 덜한가를 가늠하며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장유유서의 문화가 아직 지배적이라서 그런가 보다.
어제까지 편하게 막 대하던 후배가 자신보다 높아질 경우 하루 아침에 아랫직원의 얼굴로 깍듯하게 존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있다고해도 참 무서운 사람일 것 같은...)
조선시대 인간의 평균 수명이 40세 이쪽저쪽이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커리어 수명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이나 조선시대나 뭐 다른가 싶다.
사회 입문은 늦어지는 반면 퇴출은 빨라지고 우리의 커리어 유통기한과 수명은 점점 짧아진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링크드인의 사람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보통 사람들은 더 치일텐데...
오래오래 버티어 달라고 응원하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