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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Dec 16. 2018

커버링, 모난 돌들을 위한 닌자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스킬 뿐!

커버링 by 켄지 요시노, 민음사


이 책에 따르면 전환이란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는’ 것 (그러니까 몸과 마음 둘 다. 지금 세상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지만, 과거에는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듯 하다)

패싱은 사람이나 상황의 맥락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커밍아웃을 하고 패스하기도 하는 것, 

그리고 짜잔~, 커버링은 동성애자이지만 이성애자의 룰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의를 곰곰 생각해보면 동성애자 뿐이랴, 누구나 패싱이나 커버링을 하고있다.

특히나 모난 돌이 정맞기 쉬운 한국 사회에서 패싱 혹은 커버링은 둥글둥글한 사회인, 

조직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유용한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뿌리깊은 나의 화두였다. 

까마득한 과거의 인물들을 만날 일이 가끔씩 생긴다. 그때마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병아리 시절의 나를 들추며 그 과거의 연장 선상에서 현재의 나를 해석하려고 든다. 솔직히 짜증스럽다. 

(과거의 내가 그닥 착하고 바람직한 조직원이 아니었음을 미리 고백한다) 

동시에 찜찜해한다. 나는 변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원했던 변화의 성격은 ‘전환’이었던 것 같다. 불가역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 

과거와 완전한 단절을 이루는 어떤 것. 나는 그게 간절했다.

그러나 고양이가 개가 되기를 원해서 몇 십만 시간을 개 흉내를 낸다한들 개가 될 리가 있겠는가. 

나의 실수는 커버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엉뚱하게 전환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데 있다. 

나한테 필요했던 것은 온리 스킬, 가벼운 것부터 무겁고 진지한 것까지, 

관계에 서툰 나를 잘 커버할 수 있는 사소한 스킬과 트레이닝이었던 거다.  


그러므로 나처럼 ‘전환’만이 살 길이 아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사회생활을 못할까 고민의 초점을 자신에게 두지 마시라

(그렇다고 날 것의 자신을 무작정 주장하라는 뜻은 아니다)

타고난 자신의 기질은 고무줄 새총과 같아서 벗어날 수가 없음을 인정하라. 

그 다음에는 커버링 아이템을 장착하면 된다. 

세상에는 무난한 사회생활을 위한 ‘이럴 땐 이렇게’ 기술이 널려있다. 

잡술이라 폄하하지 말고 상황별로 잘 배워 활용하면 된다. ‘나는 이중인격인가’ 따위의 생각은 집어치우라. 

커버링(=닌자술)은 구설수가 난무하는 조직 내에서 

내가 내 자아를 긍정적이고 세련되게 표현할 때까지 필요한 필수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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