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도시 갈매기> - 사랑한다면 사랑하지 마라

지은이 정범수

by 정범수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너는 나를 사랑하지 마라


내가 한 평의 남김도 없이 흩어지거든

너는 한편의 미련도 없이 자유로워져라


내가 유한함의 비극에 하늘로 사라지거든

너는 유한함에 기대어 세상에 머물러라


내가 어둠에 숨어들 때

너만이 나를 사랑하였기에

어둠에 숨어 빛을 동경할 수 있었고


너를 사랑하기에

너만은 빛의 가호를 받길 기도했다


그리고 이제

갈려버린 인연과

끝나버릴 운명을 위해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너에게 사랑하지 않은 후회의 잔상으로 남고자

인연의 애석함을 선택한 나를


사랑하지 마라

작가의 이전글시집 <도시 갈매기> - 배신은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