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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정원 Dec 19. 2019

나무를 잘 기르는 사람은

 [성주엽의 한라시론 ]  한라일보 12월 19일

나무는 가지의 맨 끝부분에 생장점이 있는데 이곳에서 세포가 분열하고 새로운 세포가 확장되면서 나무는 키를 키우게 됩니다. 나무는 생장점을 절단해도 죽지 않고 성장에너지를 생장점 근처로 옮겨서 새가지가 돋아나게 합니다. 많이 절단할수록 새로운 가지가 더 강하게 자라고 조금 절단할수록 새로운 가지가 약하게 나오게 됩니다.

나무의 뿌리는 펌핑지를 통해 양분을 가지에 공급하는데 잘 공급되던 양분이 가지를 절단하면서 막혀버리면 양분이 쌓이고 압력이 생기게 됩니다. 조금 절단한 가지는 압력이 약해 새가지가 약하게 뻗고, 많이 절단한 가지는 양분이 쌓이면서 압력이 커지고 이에 대한 반발로 새가지를 강하게 내뿜게 됩니다. 이것이 전정의 기본원리입니다.

절단되는 상처는 고통을 동반합니다. 상처와 고통은 절박함으로 분열하여 분노, 집념, 인내, 열정이라는 성장에너지를 끌어올리게 합니다. 가장 춥고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겨울철이 전정의 적기입니다. 대부분의 낙엽수들은 겨울에 전정을 합니다. 지금은 많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시기입니다. 많은 위기들은 그동안 숨겨져 왔던 진실을 보여주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가져다준 기회를 놓치면 많은 시간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생각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무를 잘 기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하고 물어보면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 나무를 보호해주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질문에 대해 나무를 잘 기르는 사람은 나무를 사랑해 는 사람이 아니고 나무를 잘 잘라주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산림에 관한 용어 가운데 ‘무육(撫育)’이란 단어를 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물이나 비료를 주면서 정성껏 키우는 것으로만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 후 삼림 현장을 직접 참관할 기회가 있어 알게 된 것인데, 원래 그 의미는 ‘도끼나 칼 따위로 자른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보니까 어떤 나무는 원줄기만 남기고 곁가지는 황량하고 잔혹하다 할 정도로 쳐버렸더군요. 그때 기술자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만일 이처럼 잔혹한 마음을 쓰지 않으면 성장도 느릴뿐더러 목재로도 쓸 수 없습니다. 땔나무 감 외에는 아무 곳에도 쓸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은 중국 인민일보 총편집인이셨던 환징이 선생님께서 1995년에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하시고 쓴 <신병매관기>라는 기사에 소개된 글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관찰하며 가위와 톱을 들고 나무를 다듬는 아버지를 30년간 바라보았습니다. 나무들도 자신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었지만 지금 훌륭하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많은 영감을 받게 됩니다. 국가도 조직의 경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지금은 지도자들이 각 분야의 가리워져 있는 허물을 들어내고 진실을 직시하고 가위와 칼을 가지고 나무들을 전정하듯이 병들고 썩은 가지, 묵은 가지, 불필요한 가지들을 잘라주면 나무에 자극이 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력한 의지로 싸우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구절을 나무에게서 배웠습니다. 나무와 정원에서 문학과 예술, 경영과 정치의 이치를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이런 이야기같습니다. 정원청소부도 정원의 진실을 바라보며 전정할 곳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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