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갑게 부는 겨울 아침,
아이 같은 노인이 된 분재들에게 물을 준다.
손끝은 시리고, 숨은 짧아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조용해진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생각들이 겹겹이 스쳐 지나간다.
이 작은 나무들은 조급하지 않는다.
설명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잘 살고 있는지, 잘 버티고 있는지
묻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그저
자기 속도로 시간을 견디고
계절을 받아들일 뿐이다.
나는 이 나무들을 보며
삶이란 결국
잘 버텨내는 기술이 아니라
잘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것을
다시 배운다.
추위도, 고요도, 느림도
모두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이 나무들은 알고 있다.
요즘 나는 말이 줄었다.
설명하고 싶지 않고
설득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조용히 있고 싶다.
침묵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안다.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정리라는 것을.
정원은 늘 그렇게 가르쳐 왔다.
말이 많아질수록
본질은 멀어지고,
침묵이 깊어질수록
본질은 가까워진다고.
겨울 아침의 물주기는
성장을 위한 일이 아니다.
살아 있게 하기 위한 일이다.
지금은 더 키울 때가 아니라
말라 죽지 않게 지켜야 할 때다.
분재 앞에 서면
나도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성과도, 평가도 내려놓고
그저 이 자리에 서 있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마음이 숨을 쉰다.
오늘 아침,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나는 다시 확신한다.
지금의 침묵은 잘못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가장 정직한 태도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