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을 허용하는 날일까?
우리나라에서 치팅데이(Cheating Day)로 알려져 있는 '치트 데이' (Cheat Day) 혹은 '치트 밀'(Cheat meal)은 한 주간 매우 강력한 식이조절을 하는 다이어터들에게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는 그 자체로 즐거운 날입니다.
거기다가 'Cheat'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처럼 몸을 속이는 형태라서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끔씩 해주면 좋다는 세간의 속설들은 더욱더 안심하고 폭식을 정당화해줍니다.
과연 치팅데이는 아무리 많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까요?
치팅데이는 크게 두 가지 생리학적 관점에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제한된 영양 섭취라는 환경에 인체가 적응하여 대사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식욕과 인체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 및 포만 호르몬인 렙틴의 균형과 관련이 있습니다.(1)
일반적으로 높은 강도의 식이조절을 수행한다면 그렐린의 활동은 왕성하고 렙틴의 분비는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렙틴은 단순히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대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므로 렙틴의 분비가 줄어든다면 지방의 연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치팅데이를 통해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여 렙틴의 분비를 유도한다면 체지방이 연료로 잘 사용되는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이점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합니다.
두 번째는 한 주간 고갈된 글리코겐을 보충하는 용도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글리코겐은 인체에서 매우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탄수화물 기반의 에너지원이지만 고강도의 식이조절로 인해 체내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바닥나면 운동능력은 물론 신체 전반의 컨디션 저하가 발생하여 다이어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충분한 양의 탄수화물을 공급해 한 주간 활용할 수 있는 글리코겐을 보충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체중 70kg의 성인이 간과 근육 등에 저장할 수 있는 글리코겐 기반의 에너지는 약 2000-2500kcal 수준으로 일주일을 쓰기는 턱없이 모자란 양이며, 많은 양의 에너지가 일시에 공급될 경우 온전히 당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간에서 중성지방의 합성이 촉진되므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첫 번째 내용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세간에 알려진 치팅데이의 생리학적 이점은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안심하고 마음껏 먹다가는 한 주간 고생해서 얻은 성과를 일시에 날려버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치팅데이를 갖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식이조절을 하는 편이 체중 감량 효과 측면에서 더욱 강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치팅데이는 적절히 활용한다면 장기적인 다이어트 플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다이어트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고 이전 'N번째 다이어트' 편에서 다룬 바가 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휴식도 없이 목표를 향해 강행군을 감행하는 것은 다이어트 실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치팅데이를 통해 일주일간 억제된 욕구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다면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며, 실제로 치팅데이는 이러한 심리적 효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주일 간의 다이어트 효과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많은 양이 아니라면 치팅데이를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치팅데이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한 주간의 강도 높은 식이조절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치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푸는 것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보다 더 큰 편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된다면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루를 온전히 먹는 날로 활용하는 치트 데이(Cheat day) 보다는 한 끼 혹은 두 끼 수준의 치트 밀(Cheat meal)을 권하며, 탄수화물보다 양질의 단백질과 좋은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고, 가급적 폭식하지 않아야 합니다.
반대로 본인이 다이어트를 수행해 나가는 데 있어 별 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억지로 치팅데이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1) Adaptations of leptin, ghrelin or insulin during weight loss as predictors of weight regain: a review of current literature.
Strohacker K1, McCaffery JM1, MacLean PS2, Wing R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