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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릿 Apr 10. 2020

체지방의 대사과정

살이 찌고 빠지는 원리

우리 몸에 있는 '체지방'(피하지방)은'지방세포'(Adipocyte)에 '중성지방'(triacylglycerol or triglycerides)이 저장된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성지방은 글리세롤(glycerol)에 3개의 지방산(fatty acid)이 결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성지방은 덩치가 커서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기에 각종 기관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다시 분해되거나 재합성되는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합니다. 

분해 시에는 '리파아제'(lipase 라이 페이스)라는 지방분해 효소가 필요합니다.

또 지방 자체가 물과 친하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혈류를 타고 이동하는데도 제한이 있으므로 ‘지단백질 (lipoprotein : 콜레스테롤, 단백질, 인지질 등이 결합한 구조로 운반체 역할을 함) 형태로 다시 한번 결합되어야 합니다.

중성지방은 '킬로미크론'이나 'VLDL'이라는 '지단백질' 형태로 주로 운반되는데 킬로미크론은 식이지방. VLDL은 남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간에서 만들어낸 중성지방이 해당됩니다.

먹은 건 관계없지만 간에서 중성지방이 합성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신호이며,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면 나오는 중성지방 수치가 바로 'VLDL'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중성지방을 일반적으로 나쁘게만 생각하는데 사실 많이 축적되는 것이 문제지 중성지방 자체가 인체에 크게 해로운 물질은 아닙니다.

중성지방은 너무 많은 양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독성이 없고, 낼 수 있는 에너지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매우 많은 양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몸에 저장해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형태의 연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중성지방을 얻게 되는 과정은 앞서 언급했듯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잉여 에너지'를 바탕으로 간에서 자체적으로 합성하는 것으로 인체는 지방의 식이 여부와 관계없이 중성지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성지방이 아무 때나 남아돌고 만들어져서 체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인체에서 쓰고 남을 만큼 많이 먹지 않는다면 지방을 먹어도 체지방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고, 지방을 안 먹어도 총열량 자체가 과잉 상태에 있다면 체지방은 늘어납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세간에는 '탄수화물은 무조건 나쁜 놈이다!' 이런 식의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탄수화물이 나쁜 것이 아니라 뭐가 되었든지 간에  많이 먹은 자기 자신이 가장 나쁩니다.

이 말은 결국 체지방을 늘리지 않기 위해 최우선 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얼마나 먹느냐'이고, 그다음이 '무엇을 먹느냐'가 되는 겁니다.

저탄 고지, 과일식, 저지방식 등등 식단을 꾸려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본인에게 잘 맞는다면 그중 어떤 것을 하건 상관없지만 절대적인 열량이 많으면 안 된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이렇게 얻은 중성지방은 에너지로 쓰이거나 체지방으로 저장되기 위해서 혈류를 통해 운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방인 상태로는 혈관을 타고 이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앞서 말했던 킬로미크론(chylomicron)이나 VLDL등과 같은 지단백질에 포함된 형태로 각종 조직에 도착합니다.

두 번 포장이 되어있는 셈입니다.

글리세롤과 지방산을 묶어서 '중성지방'으로 만들었고, 그 중성지방과 다른 것들을 묶어 '지단백질'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도착을 한다고 해도 기관에서 즉시 쓰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성지방 혼자서도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하는데 같은 더 큰 지단백질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다시 분해를 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역할을 '지단백질 리파아제'(LipoProtein Lipase)가 수행합니다.

자잘하게 부숴서 그걸 세포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면 그것을 다시 '중성지방'으로 저장하거나 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대략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남는 중성지방이 우리 몸에 체지방의 형태로 축적됩니다.


반대로 지방세포에 저장된 중성지방이 에너지로 쓰이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피하지방으로 축적된 중성지방은 나갈 때도 다시 세포막을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분해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필요한데 이때는 지방세포 내에 존재하는 '호르몬 감수성 리파아제 (Hormone Sensitive Lipase)'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인체의 이화(catabolism)와 '지방대사'에 관련된 호르몬들이 호르몬 감수성 리파아제의 발현을 촉진합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뇌하수체'의 '성장호르몬'과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부신'의 '코티졸',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췌장'의 '글루카곤'등이 있습니다.

즉 지방을 에너지로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인체의 곳곳에서 각종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뜻이고, 이것들은 당연히 심장의 운동에 의해 혈관을 타고 전신을 순환할 것입니다.

이는 온몸의 체지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특정부위 지방을 연소하기 위해 이상한 운동들을 하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애초에 불가능한 것은 물론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셈입니다.

그런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해괴한 운동보다 효율적으로 전신의 체지방을 제거할 수 있는 운동들은 많기 때문입니다.


지방세포에서 중성지방이 분해된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지방은 혈류를 통해 흡수되었던 것처럼 나갈 때도 혈류로 방출됩니다.

혈류로 내보내진 중성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쪼개져 있는 상태가 되는데 글리세롤은 간으로 가서 처리되고 지방산은 '알부민'등과 같은 단백질에 의해 수송된 후 필요한 곳에 흡수됩니다.

그 안에서 지방산은 코엔자임 A(Coenzyme A)와 결합해 '아세틸 코엔자임 A'(Acetyl CoA)가 되고 이것은 다시 L카르니틴(L-Carnitine)에 의해 미토콘드리아로 진입한 후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과정(Beta oxidation)을 거쳐 우리의 지방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것이 체지방이 연소되는 일련의 과정이며, 체지방의 축적부터 분해, 운반, 연소 등 모든 과정은 인체 전반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엄청난 지방 연소 보조제로 널리 유통되는 L-카르니틴이 지방 대사에서 어느 정도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느껴지시지요?

단백질을 잘 섭취하고 있으면 카르니틴을 아무리 먹어도 지방 연소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설령 지방 연소가 카르니틴의 부족으로 잘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실상은 카르니틴뿐만이 아니라 단백질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에 차라리 총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체지방의 분해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 혹은 몸에 붙이거나 문지르기만 하면 해당 부위의 지방을 없애준다는 각종 제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그러한 성분들이 실제로 지방세포에 축적되어 있는 중성지방의 결합을 깨고, 분해해 혈류로 내보내는 효과를 가진다고 가정해도 그것을 본인 스스로 어떠한 활동 등을 통해 온전히 에너지로 사용해버리지 않는다면, 혈중 지질의 수치가 증가하여 건강에 심각한 악역향이 생길 뿐 다이어트 효과가 생길 리는 만무합니다.

그러한 제품들은 체액이 일시적으로 밀려나 살이 빠지는 것처럼 보이거나 열이 나서 마치 지방이 연소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형태입니다.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다이어트 성분도 이런 식입니다.

지방이나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영양소'라는 조건에 해당된다면 마치 다이어트에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와 마케팅을 떡칠하여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갑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절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살이 어떠한 방식으로 찌고 빠지는지에 대해 먼저 알고, 고민하고 있는 성분이 나의 생활습관과 개인적 특성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도움이 되거나 결핍되어 있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지방의 대사과정을 간략하게 알면 다이어트 업계에 만연한 사기에 가까운 상술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본인 스스로 다이어트 계획을 수립하고 문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우리의 몸에 축적된 체지방은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니며, 마술처럼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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