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1. "Horizon"
수평(水平): 기울지 않고 평평한 상태.
수평선(水平線):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
한국어에서 '수평'과 '수평선'은 같은 한자를 공유합니다. 물 수(水)와 평평할 평(平). 말 그대로 물이 만드는 평평한 상태. '수평'은 그와 같은 상태를 의미하고, '수평선'은 그렇게 물이 만드는 평탄한 선을 의미합니다. 이견의 여지가 없이 명확한 의미입니다.
하지만 사실 수평선은 수평이 아닙니다. 그야 당연하게도, 지구가 평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지구가 정말 크기 때문에 너무나 작은 우리의 눈으로는 그 휘어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요.
이와 더불어 수평선에는 '이상적인 수평선(True Horizon)', 즉 지구의 깨끗한 표면을 나타내는 이론적인 선과 함께, '관측할 수 있는 수평선(Visible Horizon)' 또한 존재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상적인 수평선을 볼 수 없습니다. 지구의 표면이 완벽히 매끈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지형과 장애물에 의해 간섭받아 만들어진, 관측할 수 있는 수평선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평평하고 안정된 바닷물의 표면이나 넓은 평야를 보고, 그것이 하늘과 맞닿는 선을 일상에서 '수평선'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이들이 완벽히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평선이 수평이라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평선이 결코 '완벽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곤 합니다. '앞길이 탁 트였다'라는 관용구에서도 나타나듯, 우리는 우리의 앞에 장애물이 없는 상태를, 그로써 거칠 것이 없는 상태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우리는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지려고 합니다. 소유는 곧 무언가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고, 따라서 반드시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우리를 막아설 수밖에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앞에 완벽하게 수평인,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수평선'이 놓이기를 바라면서도, 스스로 장애물을 설치해 가며 '관측할 수 있는 수평선'을, 그것도 심하게 왜곡된 수평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수평선은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세상의 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 탁 트인 모습입니까, 혹은 여러 가지 장애물로 인해 울퉁불퉁한 모습입니까.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그들이 삶에서 쌓아온 것이 다르므로, 이 세상에는 한 사람당 하나씩의 수평선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평선들 사이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에서 본 지구는 둥급니다. 수평선의 정의가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임을 생각해 볼 때, 진정한 수평선은 사실 곡선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나아가,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던 '완벽히 탁 트인, 평탄한 앞길' 따위는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를 깨닫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그 길에서 벗어나,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길에서 벗어나 비로소 우리의 삶의 전체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었을 때, 더 이상 수평선이 수평인지, 혹은 울퉁불퉁한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 걸음 물러나 보게 되면, 수평선이 수평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순간, 어쩌면 삶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최초로 지구 바깥으로 나간 인간인 유리 가가린은, 그가 살아오면서 보았을 수많은 수평선에도 불구하고, '수평선은 사실 곡선이다'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이러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주는 매우 어두웠으나, 지구는 푸르렀습니다."
오늘의 단어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