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치 Oct 18. 2016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사적인서점>에 다녀오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이토 히로시




얼마 전 문을 연 <사적인서점>에 다녀왔다. 이 작은 동네서점을 북 파마시(book pharmacy)라고 소개한 기사를 읽은 후였다.

마치 개인 작업실 같은 서점에서 한 시간 남짓 서점지기와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돌아온 다음. 집으로 배달될 내 개인 처방전이 어떤 것일지 기다리는 동안 내내 궁금했다.

혹시 갖고 있거나 이미 읽은 책일지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며 조금은 미안한 얼굴로 서점지기는 이야기했지만 며칠 지나 손에 받아 든 책은 이전에 읽지도 앞으로 읽어보리라 생각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끊임없이 고민 중인 00님께 이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함께 온 엽서에는 책에 대한 짧은 소개와 이 책을 소개한 이유 그리고 응원이 담겨있었다. 제목만 읽고서 스밀라와 페르마에 이어 내 인생책이 되지 않을까 했던 기대에는 쬐끔 못 미쳤지만, 다 읽고 나니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처방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큰돈을 들일 용기도, 일을 벌릴 추진력도, 사람을 끌어들일 사교성도 없는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계획했던 일이 흐지부지된 후 한동안 고인 물처럼 지냈다. 모든 게 막막했던 참에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었구나 조금쯤 안심도 하게 됐고.









별과 달 중에 누가 더 외로울까?

힌트는 별은 무수히 많은데 달은 혼자라는 것


그래, 별이 더 외롭지

무수히 많은 속에서 혼자인 게 더 외롭지

당신처럼 나처럼


_내 머리 사용법/정철



얇은 재킷을 입기엔 아직 조금은 더운 날씨였지만 마침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에어컨 없이도 딱 좋았던 목요일 오후.

서점을 나서기 전, 커다란 유리잔에 담긴 종이 더미들 속에서 나만의 포춘쿠키를 기대하며 정성스럽게 꼭꼭 접은 쪽지 하나를 뽑았다. 토정비결보다는 내 마음에 한걸음 더 와 닿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외롭지. 하지만 괜찮아.

간만에 뼈 속 깊숙한 게으름을 떨치고 나온 마실이 뿌듯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늬만 야구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