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적당한 속도가 궁금한가요?
만약 누군가 운동을 했다고 이야기하면 다음 4가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누락된다면 놀이를 했거나 노동을 한 셈이 된다. 운동 유형, 강도, 빈도, 시간이다. 달리기를 예로 들면 달리기 자체는 유형에 해당하고, 강도는 달리는 속도가 된다. 빈도는 얼마나 자주 달렸냐이다. 시간은 달리는 시간이다.
달리기에 있어 속도는 매우 중요하고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빠르게 달릴수록 체력소모가 많고 부상위험도 높아진다. 내게 맞는 속도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물론 스마트 워치에 나타난 시속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게 맞는 속도로 뛰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때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 심박수이다.
심박수는 1분간 심장이 수축한 횟수이다. 실제로 많은 정보와 자료에서 러닝 강도조절 지표로 심박수를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나 스포츠 시계에서 달릴 때 속도와 함께 심박수를 확인할 수 있다. 러닝이나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 시에 심박수를 이용하여 운동강도를 결정하고 확인하는 것은 매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최대심박수이다.
최대심박수는 말 그대로 1분간 심장이 뛸 수 있는 최대 횟수이다. 최대심박수는 자동차 배기량에 빗댈 수 있다. 3,000cc 배기량의 승용차가 1,000cc 경차에 비해 빠르게 잘 달릴 수 있듯 최대심박수가 높은 사람은 강한 강도의 운동(높은 속도의 달리기)에서도 잘 달릴 수 있다.
최대심박수는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트레드밀이나 실내용 고정 자전거를 이용허여 낮은 강도에서 운동을 시작하여 높은 강도까지 서서히 부하를 올려가며 심박수를 측정하면 운동강도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심박수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지점이 오는데 이때 측정된 심박수가 최대심박수이고 심폐지구력의 최고치이다. 운동부하검사를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과 검사장비가 필요하다.
견뎌낼 수 있는 최대강도까지 체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극심한 체력소모와 심리적 부담이 따른다. 이상과 같이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운동부하검사를 거치지 않고 공식에 의해 간편하게 최대심박수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220에서 나이를 빼는 것이다.
만약 40세라면 220-40세=180회/분이 최대심박수이다. 이를 이용하여 달리거나 다양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적정 운동강도와 나의 운동한계를 결정할 수 있다.
[최대심박수를 이용한 운동강도 설정법]
최대심박수(220-나이) - 안정 시 심박수 X 목표 운동강도(%) + 안정 시 심박수
예) 안정 시 심박수가 70회인 35세 성인이 달리기 시 적정 운동강도(최대운동능력의 60%)
-> (220-35세) - 70회/분 X 60% + 70회/분 = 139회/분
즉, 달리기를 시작하여 안정적으로 스피드를 유지하며 측정한 심박수가 분당 139회 내외이면 적당한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일반인의 적정 달리기 강도는 최대심박수의 60~80% 정도이다. 전문 운동선수의 경우 최대심박수의 100%에 해당하는 속도로 훈련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강도이다.
안정 시 심박수의 측정은 손목의 요골동맥이나 목의 경동맥에서 직접 측정한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서 맥이 뛰는 부분을 촉지 하여 10초간 횟수에 6을 곱하여 측정한다. 간혹 엄지를 사용하여 측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엄지에도 맥이 느껴지는 동맥이 지나가지 때문에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요즘은 핸드폰이나 시계 등 다양한 기기로도 맥박수 측정이 가능하다. 혈액은 혈관 내에서 정속주행하지 않고 심장 박동리듬에 따라 흐르게 된다. 심박수를 측정할 때 시계뒷면에 불이 들어오거나 스마트폰 플래시가 켜지며 혈관을 비추게 된다. 이들 기기는 혈액의 리듬감 있는 흐름을 센서로 감지하여 심박수를 알려준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뛰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측정오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기에서 나타난 심박수를 맹신하지 말고 직접 측정해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도 저도 없고 좀 더 간편한 방법을 원한다면 다음의 방법이 있다. 특히 중년 이후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이 방법을 추천한다.
자각적 운동강도를 이용한 방법이다. 이는 개인이 체감하는 운동강도를 숫자에 대응시키는 방법이다. 6에서 20까지의 정수로 나타내며 가장 쉽고 편안하게 느낄 때를 6, 가장 힘든 정도를 20으로 간주하고 현재 느끼는 운동강도를 6에서 20까지 수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약간 힘들다는 느낌은 13에 해당된다. 이 방법은 스웨덴 심리학자 보그(Borg)가 만들었고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매우 유용한 지표로 오래전부터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0이나 1에서 시작하지 않고 왜 하필 6에서 시작하여 20으로 끝냈을까?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 각각의 숫자에 10을 곱하면 각각의 운동강도에 해당하는 대략적인 심박수를 나타낸다는 아이디어 때문이다.
심박수는 연령, 체력 수준, 몸 상태, 주변환경, 스트레스와 카페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시시각각 변한다. 고혈압, 부정맥 기타 심혈관 질환으로 복용하는 일부 약물도 심박수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심박수를 이용한 운동강도 설정은 개인의 따라 부정확한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나 역시 부정맥으로 약물을 복용했던 시기에 심박수는 안정 시에도 일반인의 비해 매우 낮았고 뛰어도 빠르게 걷는 정도의 심박수를 나타냈다.
나는 달리는 동안 편안하다는 느낌에서 힘들다는 강도 사이에서 달리기를 유지한다. 가능하면 약간 힘들다고 느끼는 강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마라톤 완주 비결을 묻는다면 이 강도로 완속주행하면서 반복한 것을 들 수 있다. 나 역시 컨디션 좋은 날 속도와 기록에 욕심을 냈다가 일주일 이상 운동을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원칙을 지키려고 늘 신경 썼다.
다시 강조하면 달릴 때 내가 느끼는 힘든 정도는 편안하다에서 시작하여 힘들다는 느낌 사이에 존재한다. 만약 이 수준을 넘어서는 느낌이 들면 바로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른다. 나보다 연세가 훨씬 지긋하거나 체격이 왜소한 러너가 내 옆을 추월하고 지나가더라도…
6에서 20까지의 숫자를 0에서 10으로 변형한 방법도 활용되고 있지만, 나는 간단하고 활용이 편한 1에서 5 스케일을 제안한다. 1은 운동 전 상태이다. 2는 운동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편안한 상태이다. 3은 약간 힘들다. 4는 힘들다. 5는 매우 힘들 다이다. 나는 2에서 시작하여 4를 넘지 않고 3~4 사이를 유지하며 달리기를 마무리한다. 느린 달리기로 풀 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비결이다. 이렇게 달리면 달리지 않던 사람이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
1-아무렇지도 않다.
2-편안하다.
3-약간 힘들다
4-힘들다
5-매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