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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r 10. 2020

나의  욕망을 책임지기로 했다.

견딘다는 거!

"어제 그 사람과 약간 다툼이 있었어, 내가 하나둘씩 양보하고 해 주기 시작하니까 자꾸 나한테 일을 떠넘기기 시작하는 거야. 늘 그렇듯이 그녀는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녀의 표정을 읽었어야 했다. 그와도 친한  그녀의 불편한 기색을 보았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불만이 너무 커서 그에 대한 불만을 다 쏟아내고 말았다.

 점심때 그와 식사를 한 그녀는 짧은 메시지  한통을 보내왔다.
그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고 서로가 바쁘기 때문에 일을 서로 효용성 있게 나눈  의도였었다는  설명이었다. 기분이 상했다. 왜 원치도 않는 그의 변명을 그녀가 대신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뭐라 따지고 싶었지만 속 깊은 그녀였기에 관계의 평화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 침묵했다.
그녀의 메시지는 다시는 그의 험담을 듣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경고 같았고,
그녀에게 그의 험담을 한 것이 우리 관계의 갈등의 시초가 되었고 우리의 관계는
그때 이후로  서서히 멀어져 갔다.


창가에 전망 좋은 자리 하나 가 공석이 되었다. 친한 짝꿍이 그 자리를 탐내고 옮기고 싶어 했다.  그녀가 그 자리로 옮기면 내가 짝꿍 자리로 옮기겠다며  함께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팀장은 출근율이 좋은 내가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짝꿍과 내가 있는 자리에서 공론화하며  지시했고, 짝꿍이 잠시 여행을 떠난 시기에  그 자리로 책상을 옮겼다.
여행에서 돌아온 짝꿍은 자리를 옮긴 나를 보며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때 이후로  말수를 줄이고  나를 피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거리감이 생겨났다.
그녀에게 확실하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옮겼어야 했었다.
처음부터 탐나던 자리도 아니었는데 그녀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했었다.

그렇게 절친 둘과 한 달의 터울을 두고 한꺼번에  서먹해져 버렸다.
두 사람과 멀어지자 왠지 관계의 견고하던 사슬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다른 사람들과도 어색해지면서  외톨이가   버렸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 공동체를 떠났지만  
계속해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생각하면 불과 5, 6 년 전의 이야기인데도 참 서툴고 서로가  어린아이 같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떨까?
 과거의 그때와
관계 맺음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다. 너무 친해서 미주알고주알 전부 이야기하고 오글거리면서 지내다가, 너무 가깝지만 조금씩 서운한 감정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침묵으로 묻고 지내다가 얼음처럼 차가워져서 등을 돌리게 되는 사이가 된다. 관계의 유효기간은 원치 않는 사건 , 사고, 한마디의 말로도  쉽게 끝나 버릴 때도 있다.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이후부터 관계는 유효기간을 가지게 되는 걸까?
특별한  애정이 없는 사람과의 관계는
 10년이 되도록 아무 노력 없이도 자동  연장이 되는데 , 노력하고 배려하고 애정을 쏟는 어떤 관계는   어이없는 실수 하나. 작은 오해 하 나 때문에도 끝이 난다.

지금 나의 관계 지도 안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타자들과 소통하고 있을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타인의 행동이나 말들에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범위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누군가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대화를 원 할 뿐이다. 내 사유를 건들어주는 사람과의 대화가 즐거울 뿐이고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이 사라지다 보니. 좋아한다기보다는 존중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또한 배려하고 착한 사람보다는 까칠해도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편해졌다.
관심 가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사고에 촞점을 맞추지 그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은 변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일관성에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상대를 되도록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대적 개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싫고 좋음이 아닌 다름으로 포용력이 생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버릇이 어딜 가나? 또 사람이 좋아지고  마음이 가면. 사람들을 밀어내지는 않지만. 거리를 두며
불안정한 나를 들여다보듯 지켜본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변화가 생겼을까?

상대의 마음을 살펴가며 뒷담화는 자제하고 있을까?
처음 내뱉은 말을 책임을 지는 일관성을 보이고 나의 욕망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일이 우선이  되는 내가 됐을까?

 그렇치는 않은것 같다.
이제는 당당하게 뒷담화를 하고.
당당하게 자리를 옮길것 같다.

과거와
다른점이라면 그들과의 관계를 진정 나스스로 원한다면 불편함을 견디며 기다릴것 같다.
서로의 다름을 충분히 이해시키면서  
변화된 관계를 받아들것 같다.
불편한 관계도 시간의 흐름속에  편해진다는걸  이제는 아니까!
그 시간을 기다리는 여유를 나자신을
성찰하면서 조금씩 공간을 만들어 왔다.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는것보다.
자신은 욕망을 내어보이고 책임지는 방식이 이제는 나답다는거!
그렇게 솔직해지고
기다림 속에  가끔씩 찾아드는 외로움은  완전한 나의 것으로 즐긴다.
독서하고 글 쓰고 음악을 들으면서 또 나와의 사귐을 가진다.
내 안에 이태백이 있고 황진이가 있고 전혜린이 있고 윤동주가 있고 무수한 인연들이 스쳐간다.  바보 같았던 시절 지질한 이야기들이 가벼운 웃음이 된다.
무거웠던 과거의 이야기들이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다닌다.
싸사싹 소리를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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