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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05. 2020

마법 같은 시간을 사는 방법

지금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서
짧게 질문한다

오늘 하늘은 파랑?
아침 공기는  연녹색 빛?
바람소리는  여느 때 하고 달랐니?
꽃에게 말을 건네는  눈빚은?
달을 보면서 무슨 바람 같은 거라도?

음..............

"아니 오늘은 바빠서 하나도 기억 안 나네!"
"뭐가 그렇게 바빴니?"
"컴퓨터 앞에서 허리 한번 못 펴보고 일만 했어!"
"차 마시는 시간에는 뭘 했는데?"
"그냥 마셨지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도 하루는 가네"
"그럼 넌 오늘 하루를 제대로 살지 못한 거야"
"아니 난 오늘 덕분에 많은 일을 했어."
"하지만 그 일속에 너는 없었어"
".................... 뭘 어쩌라고?"
"넌 오늘 매 순간을 즐기면서도
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는 걸
말하려는 거야"
"그래 알았어!  알아 내일부터는 즐기면서 할게......"

하지만 그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난 바빴고 .  또 잊는다. 그렇게 살아도 하루는

알차게 간다. 하지만 뭔가 2프로 빠진듯한 허허로움을 안고서....


잠시 멍때리는 시간이 하루 일과 중 몇 번은 있다. 멍떼리기가 없이 하루가 그냥 어떻게 지나가 버렸는지 하는 하루도 있다. 즐거움으로 가득 찬 날은 하루가 마치 화살을 쏘듯이 쏜살처럼 가버리고, 어떤 날은 머리에 폭탄을 맞고 밥 먹는 것도 잊고 생각에 골똘한 날도 있고, 속이 좀 안 좋거나 컨디션이 별로인 날은 하루가 무기력하게 질질 끌려 오는 것 같이 무거운 날도 있다.
하루라는 시간은 언제나 주위의 환경 나의 컨디션에 지배를 받는다.
어느 우울증 아주머니는 하루가 천일 같다고 한다. 하루가 천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도 마음껏 보고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하고 반짝 흥분해 보지만 아주머니는 죽을 만큼 괴로운 시간이 천일처럼 반복된다고 생각해보라 그건 지옥 그 자체라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하루! 좀 괴롭기도 하겠다. 근데  해야 할 것조차도 없는 하루! 맞다 지옥이 따로 없는 거.....
그 아주머니는 차라리 우울증이 아니라 암 같은 불치병애 걸리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니 그 하루를 끝낼 수 있으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것 같다고 한다.
참 역설적인 마음들이 지배하는 아주머니의 항변이다. 하지만 난 그런  아주머니의 하루가 어떤 하루인지를 안다. 그 하루는 괴물이라는 생각들에 잡아먹혀서 생각이 흐르지도 못하고 끝도 없는 추락의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도 같다. 내 힘으로 안 되는 생각을 약이라는 브레이크를 밟고  멍하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약을 먹으면  생각은 잠잠해지고 무의식에 의존해서 몸은 습관 된 행동 패턴을 따라서 하루를 보낼 수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도 무의식은 충분히 하루를 보내게 해 준다.
 내가 자주 하는 명상 중에 생각 비우기 다음으로 많이 하는 명상이 의식하기 명상이다.
의식하기 명상은 깨어있기 명상하고 같은데. 무의식의 패턴을 끊어내고 매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순간을 의식하는 것이다. 길을 가면서  나는 지금 걷고 있구나. 지금 숨 쉬고 있구나. 밥을 먹고 있구나. 설거지를 하고 있구나.라고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하나 하나를 의식해보는 것이다. 이 의식법은 꽤나 유용해서 재미없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때도 음미하면서 하게 해 준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의 평등성을 부여해준다.
느리게 느리게 여유를 만들어 준다.
설거지 하는 시간과 영화 보는 시간조차도 같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영화를 즐기기 위해 설거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설거지 자체가 영화를 대신하는 역할을 해준다. 몰입하고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들은 무의식 속에서도 가능하다. 업무를 볼 때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일을 한다. 습관에 길들여지면 아무리 복잡한 패턴의 일을 해도 무의식적으로도  충분해 가능 해진다.
이때 아주 잠깐씩 의식하듯이 허리를 펴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의식해 본다.
허리를 편다는 것은 스트레칭의 대표 격 행동이다. 스트레칭은 지금을 의식하는 아주 잠깐의 명상이다. 차를 한잔 마시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나하나를 의식해 본다. 그러면 매 순간을 즐기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우울증이란 시간을 상실한 증상이다.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경험과 의식을 마비당한 병이다. 거대한 생각 속에 지금을 빼앗긴 병이다. 매 순간을 의식하는 작은 명상이 매 찰나의 순간을 저축하는 작은 기다림이다.
.
하루의 몇만 분의 일이라는 지금 이 찰나의 순간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자각해보면
내 몸은 전기 스위치에 빛이 들어오듯 머릿속에서 몸 전체로 에너지를 내 보낼 수 있다.
매 순간이 힘들다면 지금 잠깐 허리를 펴고 나를 의식해 보자.
허리를 편다는 건 몸을 의식하고 지금  잠시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과도 같은 원리이다.
미래를 꿈꾸지 말고.
내일을 꿈꾸지 말고
하루를 꿈꾸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꿈꾼다면
하루라는 마법은 모든 순간의 경험을 살아 있게 해 준다.
하루의 주인이 되는 법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낼지
천국 같은 하루를 보낼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달려 있다.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뿌듯해!"
하늘이 얼마나 파란지 바다 생각이 간절했어!
 하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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