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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27. 2020

타인을 향한 진심보다 더 중요한것.

사과.

너무나 당연해서 한 번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 사람의 진심.

때로 우리는 진심이
잔인하게
 거부당해보아야지만
타인을 향한 진심이 아닌
오롯이 나의 진심과 만날 수 있다.


그때 나의 진심이  무참히 짓밟혔던 사건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카톡으로 시작된 문자메시지의 시작이었다.
한 사람의 진실된 마음으로 쓴  눈물범벅인  진심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절심함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그 편지는 쓰여졌고, 밤새 고민의 흔적을 담은 진심이 카톡으로 전달됐을 때,
나의 사과편지는 당연하게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충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생에  단 한 번도 나의 진심이 거부당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삶에 있어 곡점은 우연하게 찾아온다. 뭔가 대단한 고난도 아니고 운명의 장난도 아니다. 내 생애 변곡점은 나의 진심이 거부당하는 그 시점이었다.
차마 눈앞에서는 이야기하기 힘든 그 이야기들 속 텍스트의 진심은 말보다 위력이 크다.
그러기에 나의 사과의 메시지가 담긴 텍스트를 보낸 순간부터 내 마음은 이미 면죄부를 받고 우리의 오해와 나의 진심이 전달되어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어제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녀와 차를 마시고 웃고 떠들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착한 그녀였기에 나의 작은 실수 하나쯤은 너그러이 받아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나의 진심이 담긴 장문의 편지는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닫아버리는 결과가 돼 버렸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나는 진심이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반드시라는 단어도 쓰지 않는다.
믿음이라는 단어와도 바이 바이 했다.
이유도 모른 체 거부당하는 마음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나를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했다.
오해를 풀려고 노력 하지도 않는다.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나를 해명하려는 진심으로 부터  자유로워졌다.


진심은 모두 통한다는 말은 역설적이다.
나를 거부한 진심은 때로 잔인하다.
거부한 진심 안에도 어떤 진실이 숨어있다.
진심이 어긋나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상처 입는다.
진심을 다해 용서를 구했지만 거부당했을 때
나는 피해자가 돼고
상대는 가해자가 되 버린다.
 죽을힘을 다해 사과했는데 거부당하면
그 진심은 상처가 되어 그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절박한 상황의 진심은 서로에게 큰 아픔을 준다.
절박한 상황의 진심은
마음 안에서 기다림이라는 숙성이 필요하다.
날것 그대로가 아니라
가벼워지고 옅여져서
거부당하고 거부해도
서로의 마음을 덜어낼 수가 있다.
어떤 진심은 내 안에 가두었을 때 세월의 무게를 받고 더 단단해진다.
시간이라는 양분을 먹고 건강해지면
내 안에서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입 밖으로 꺼내는 진심은
바위를 내려놓듯이  상대에게 무겁게 내려놓지도 말고
애타게 끌고 와서 짓누르지도 말고
밀폐된 문을 조심스럽고 힘들게 열지도 말고,
기다리면서 지켜봐 주고,
오해받더라도 때론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날것 그대로의 진심을 전 할 때는 적절한 타이밍과
진심을  거절하는 상대의 마음도 함께 껴안을 수 있고
거부당해도 상처 받을 각오도 함께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때 내 진심은 왜 상대의 마음애 가 닿지 않았을까?
아미도 내진 심의 무게가 부담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짓누른 게 아닐까?
지금은 시간 속에 밀려 가벼워지다 못해
희미해진 나의 진심에게 묻고 답해 본다.
"그 진심 정말 진심이 맞기는 한 거니?"
"몰라 나도"
내진심을 나도 모르겠어
근데 왜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사과한 건데?
"....................."
어쩌면 그건 날 위한 변명 아니었을까.?

타인으로 부터 거부당한
진심이 울고 있다면.
그 진심은 거짓이다.
자신안에서  용서되지 않는

 진심은   숙성되어야 한다.
진심도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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