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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29. 2020

잘 자라는 인사가 고백처럼 들릴 때

잘 지내.


사진( 바비언 마이어.)


소식이 뜸하던 사람에게서 온 문자메세지에 맘이 울컥 할때가 있다.
잘지냈어?
라는  글 안에서 많은 기억들이  쏟아져 머리속을 채운다.

그사람이 잘지내지 못했는지 .....
내가 잘지내지 못하고 있는건지.....
이 짧은 인사가 주는 많은 질문에  
그어떤 답도 없이 멍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인사가 주는 의미는  긴 사연 보다 더 긴 이야기들을 몰고 온다.

문자 메세지를 하다,
끝을 내야 할 때가  오면"그럼 잘지내고,
행복한시간 보내." 라고 써야지만 마음이 편할때가 있었다.

 안부메세지를 보내고 답이 없으면
"좋은 하루 되셔요"라고 쓰고 섭섭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었다.

톡으로 업무상의 대화를 끝낼때도
"좋은시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지어 친한 친구에게 까지
언제나 빼먹지 않고
가족들에  까지도....
나는 이렇게 끝맺음의 인사를
하루도 빼지않고 질리지도 않게
매일 잊지않고 꼼꼼하게  두드린다.
 

그리고 상대의 끝맺음의 인사를
확인하고나면 ,그제서야,
편안한 맘으로 인터넷의  공간 속을
빠져 나온다.
끝맺음의 인사는 마음을 표현하는
덕담이거나,
상대가 답글을 안달더라도
나는 괜찮다는 너그러움이거나,
난 좀 바쁘니  여기서 대화를
끝내자는  배려있는 거절이거나,
너무나 많은 의미가  오가는 말들이다.
이모티콘에 인색한 나는 아직 끝맺음 인사에
머리를 싸매면서 지루함을 탈출하려고 애쓴다,
 
너무나 당연해서 중독처럼 늘 되풀이하는 이 습관적 인사말들을
생략하고, 있기에는 너무 무심하다는 핀잔을 들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좀 새로운 단어들을 쓰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좀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것 같아서
잘 지내?라는 한마디면 끝날 일을 뭐해?라는 한마디면 끝날 말을
굳이 오늘 아침은 제법 일찍 눈이 떠지네 먼저 눈뜨는 순간 너 생각이 먼저 났어!
라고 써 보내면 왠지 좀 너무 감성적이지 않나 싶고 오글거리기도 하고,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맘먹고 잘 지내?라는 말을 던지는 게  어쩌면 더 마음 편하다.

하지만 어느 날의 인사는 이런 형식적인 말들이 고마울 때가 있다.
이런 형식적인 말들 속애 숨어서 내 마음을 숨기고 숨어있기 좋아서이다.
화가 나도 안 그런 척  상대를 안심시킬 수 있다.
늘 한던 대로 던지는 인사 속에서 내 마음이 울고 있는지, 섭섭해하고 있는지
상대는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그냥 형식적으로 주고받던 모든  인사들이 어느 날 난데없이
예민해지는 날이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그 짧의 단어가 살아서 마음에 모두 콕콕 박혀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당혹감. 어젯밤 내가 뭘 잘못 먹었나?
이게 무슨 일인가!
 누군가의 아주 형식적인 인사조차도  고백처럼 느껴져서 신경 쓰이고,
뭐해 라는 한마디도 감시처럼 느껴져서 마음을 들킨듯하고.
밥은 먹었나요?
잘 자요.
바쁜가요?
하는 흔하디 흔한 인사말 속애 움찔하면서 마음이 동요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는데 마음 들키기 싫어서 쓰다가 지우고 쓰다기 지우고
결국 마지막에 한마디 보낸 단어가
" 밥 먹었어?"라는 엉뚱한 질문일 때처럼 짧은 인사말들이 무수하게 나에게 자기 마음을 알아 달라고 외치고 앗는 것만 같을 때도 있다.

누군가의" 잘 지냈어?"라는 인사 속에 담긴  관심의 깊이를 알 수 없지만 ,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은 이 한마디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지나치기도 하고,
안심하기도 하고 , 확인하기도 하고 , 아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래서 슬쩍 인사말들을 모두 생략하고 쓰지 않은 날들도 많았다.
알듯 말 듯 외래어 같은 이런 말들은 차라리 쓰지 않겠어 라고 결심해보지만.
누군가의 인사말들이 이야기를 해대는 환청 같은 울림들이 나를 어지럽힌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짧은 인사말은 생략하고.
 단어 속에  숨지 않고 조금은 긴 문장의 마음을 풀어서 아침인사를 보내본다.  형식이 아닌  구체적인 마음을 투명하게 내어 본다.

오늘 우리 만나기로 했지? 아직 추우니 옷 따습게 입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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