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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y 01. 2020

익어가는 관계

오랜 벗

마음이 불편해서  멀리했던 벗들과 하루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어제 보고 안 본 것처럼  2년 반이라는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랜 벗이란 이런 것이다.
서로가 연락을 하지 않으면 멀어지는 관계.
하지만 다시 만나면 어제처럼 똑같이 마음 따스해지는 정겨움이 느껴지는 벗들이다.
그들은 애써 굳이 안부를 묻고 형식적 인사를 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상대가 원치 않으면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잊히기도 한다.
끈끈함은 없지만 관계의 즐거움을 누구보다 즐기는 사람들이다.
상대의 마음의 문을 절대 먼저  열어젖히지 않고 열리기를 기다려준다.
그들과의 관계는 수명이 다한 관계가 아니라.
여전히 따뜻함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기다려주는 관계였다.



이런 관계는 어쩌면 쉬이 멀어질 수도  늘 가깝게 이어질 수도 있지만,
나의 프레임에 따라 정해질 수도 있다.

늘 잠깐의 시간 안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금의 생각을 공유하고픈 벗이 있는가 하면,  무덤덤하게 만나서  서로의 다름을 풍경을 바라보듯이 무심히 즐길 수 있는 벗들도 있고,  편하게 전화해서 아이처럼 치근덕대어도 편한 그런 벗들도 있다.

관계란 때론 장식품 같을 때도 있다. 외로움의 보험을 들듯, 허전할 때, 또는 외로울 때.
편하게 찾아갈 벗들이 서너 명쯤 반드시 있어야 하고. 내가 꼭 맞는 옷처럼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확신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해 보는 모임 하나쯤은 있어야 사회적
인간관계가 튼튼하게 나를 받쳐주고 있다고 마음 듣든 해 할 때도 있었다.
우리들은 그런 든든 함에서 소외되기 싫어서 오늘도 나의 시간을 기꺼이 사람들을 만나서 관리하는 일에 쏟아붓는다.
그렇게 사람들이 늘 북적이던  그때,
난 고독이라는 걸 스스로 선택해서 즐겨본 적이 없었다.
  내가 슬플 때 애  모여서 슬픔을 달래주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축하해주고 때때로 지나간 추억을 함께 곱씹으면서  감상에 젖고  이런 모든 걸 함께해 줄 벗들이  끈끈하게 있어주었기에  마치 보험처럼 나의 외로움을 언제고 보장해주고 , 이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 행복해라고 든든한 장식품처럼 내보일 수 있었기에 외롭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나의 겹핍을 온전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과는 자꾸 멀어져 갔다. 사람들에게 맞추는 관계가 점점 익숙해져 가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나 개인의 고유성을 무뎌지게 하고 있었다.
무리들과의 만남이 늘어나면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성보다는 그저 관계의 유지가 더 소중해져 갔다.
그 말은 곧 관계 속 자신의 위치에 더 신경 쓰게 되고, 자신이 아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스스로 가면을 쓰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관계가 많아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면 할수록 혼자만의 시간을 늘려야 한다.

관계 속에서 누리는 즐거운 시간과  고독과 대면하는 시간의 평행선을 잘 지켜야 한다.
고독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고 타인들 속에서 만 나를 내어주는  관계는 집착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고독을 적당히 즐기면서 사람들의 소중함을 안고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관계만을 추구하고 사람을 보지 않으면  관계 안에서 더욱 외로워질 수 있다.

어느 순간 관계가 외로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무기가 돼 버릴 수 있다.
사람이 살면서 처절하게  혼자인 순간은 일생에 반드시  한두 번은  온다.
진정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건 타인들과의, 관계가  아닌 고독 속에서 사유하고 사색한 바로 나와의 관계이다.
혼자만의 시간 속 든든한 내가 없으면 우리는 병들고 힘든 거나. 무언가를 상실하는 순간이 닥쳤을 때,  위로받수 없게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많은 관계에만 빠지다 보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역할과 기능으로 보는 마음이 생겨난다. 관계의 갈등을 견디지 않고 쉽게 도망가거나 회피하고 냉정 해지는 관계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독을 즐기는 나와의 관계가 행복하다면 그 어떤 관계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관계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증요하다.

관계에 있어 늘  질문은 해야 한다.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서
사람들을 만나는지? 단지 관계 속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함인지....

외로움이 고독과 친구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 속 나와의  관계를 든든하게 한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다.
항상 나에게 대화를 한다.
혼자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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