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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25. 2020

세상의 모든 하찮은 일들을 위하여

청소


쪼그리고 앉아서 타일 바닥에 낀 오래된 까만 떼를 칫솔로 닦아내다가.
문득 참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긴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참 하찮게 느껴진다. 타일 사이의 하얀 공간에 떼가 좀 끼어있다고 한들 뭐 어떻다고 이렇게 떼를 닦아내고 있는 걸까?
 지저분함을 참지 못하는 깔끔 병인가!
 타일 사이에 낀 떼를 보면 아 저걸 희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 나서 일까!
하지만  이런 욕망은 정말 하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다가.
그리고 앉아서 타일 바닥을 닦고 있으면 하옇게 변한 타일들을 먼저 상상하게 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 하찮은 일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깨끗함이 느껴질 때의
순간은 나의 존재감이 느껴질 때이다. 마치 내 안의  묶은 떼들을 하나씩 벗겨내는것처럼
...........  하얗게 드러나는 나라는 선명한 반짝거림.
사랑하는 순간과도 같다.  윤이나는 평범한 구슬이었다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내가 된다.
보석 같은 내가 느껴지지 않으면 사랑의 느낌도
퇴색한다.
어떻게 하면 늘 보석 같은 느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타일을 닦고 있는 이 순간 조차도.
반짝이고 있는가!
빛나는  나를 느끼는 것은  
반드시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생각 속에 잠기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생각들을 채우는 게 아니라 비워서 깨끗해지는 것도 반짝이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언젠가. 한진가 재벌사모의  갑질 동영상을 보면서 왜 저렇게 성격 파탄자가 된 걸까!
도대체 저 심리는 무얼까!  생각해보다가! 문득 든 생각은.
 갑질 하는 순간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자신의 존재감을 업 시켜주는 쾌감을 맛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부끄렙고 지저분한 폭력을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는게  아리러니 하지만.  잘못된  존재감도 스스로의 우월을 확인하는 존재감인 것이다.
쇼핑중독은 원하는 명품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갖고 싶은걸 채우는 순간의 쾌감을 느끼기 위함이다. 찰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도 깊이 들어가면 진리에 가까워질수록 존재 자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쾌감을 맛보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서 가사노동에 몰입하는  주부의 행위 자체도  스스로의 존재감의 행복으로 인한 자기희생이다. 행위 자체가 어떠했든 간에 본질은 존재하고 있는 순간의 쾌감은
 선을 위한 것이든  지저분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해도,, 자신의 권위를 과시함으로써 얻는 존재감이든 ,   강도는 다르겠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환희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마치 자신이  우월하고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어서 충만감을 얻기 때문이다.
돈 , 명예 , 권력. 희생, 사랑 이모 든 것은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욕망의 한 형태이고 존재감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우리에게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
아니면 독서를 하는 시간?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나를 치장하는 시간?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시간?
글쎄.....
모든 시간은 언제나 절대적이고 평등하다.
멍하니 앉아서 졸고 있는 시간조차도 아무 생각 없이 벽만 보고 있는 시간조차도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절대적 시간이다.
멋진 곳에 가서 멋짓 걸 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무언가를 배워야만 존재감 넘치는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타일에 낀 때만도 못한 존재감을 느끼는 시간이
우리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존재감이란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개 부여된
신성한 것이다.
어떤 행위를 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하는 자체가 존재감의 이유가 된다.
존재감의 이유가  선명해지자.
타일 사이의 떼를 반쯤 지우다가 허리를 편다. 청소를 중단한다. 나머지 떼는 포기 한다.
좀 지저분해도 봐줄 만하다.
마음에 어느새 광이 반짝 반짝 나서
미완성인  떼조차도 이쁘게 보인다.
존재하는 순간이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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