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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Nov 11. 2020

우리는 한때 친구였다

우정


엘리베 터를 탔는데. 마스크 사이로 눈만 빼곡 두드러진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시선이 마주치자 찰나의 그 순간  흔들리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고 반사적으로 우리는 인사를 했다. 반가움 반 어색함 반.  잘 지냈어? 여긴웬일이야? 음 잘됐네....
그럼 잘 지네....... 그리고 잠시 침묵. 우리는 그 흔하디 흔한
인사 같은 나중에 밥 한번 같이 먹자. 시간 되면 차라도 헌잔하자라는 단어를 상실한 관계다. 한때 죽고 못 사는 관계였지만 끝난 관계. 애증은 남았지만. 더 이상
서로에게 바랄 것도 미워할 것도 없이 무관심만 남은 관계. 추억 속에만 남은 관계. 하지만 가끔씩은 마음에 물결이 일어나 아련한 생각의 바람을 일으키는 관계.
연인도 아니었으면서  15년 이란 시간 동안  싸우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며 집착했던 관계
그 모든 관계가 끝이 나고 지금은 후회 아쉬움 그리움 그런 거보다는 자유로움을 더 느끼는 그런 관계가 되었다. 어색함도 편한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안다.

이제는 탁자를 마주하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일이 영영 없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혼자 구석진 방에 앉아있을 때  가끔씩은 함께 시간 보내는 일은 자주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각자 과거의 모습만을 서로 껴안고 살아갈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은 과거 속 서로의 얼굴뿐이다.
그녀는 지금 변화된 나를 모르고 나도 앞으로의 그녀의 마음속 세계를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과거에만 남아있다.
그리고 평생 그렇게 과거의 모습만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랑하는 지인들은  모두 현재 진행형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간다.
나 또한 그들의 변화되는 모습 속애서 살아간다.
우리의 마음이 변하고 관심도 변하고 때로는 깊어지기도 하면서
언제나 새로운 의미와 모습이 되어간다. 미래를 약속하는 관계란
이렇듯 변화를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변화되는 모습과 관계 안에서
소홀해지지 않으려고 더 관심을 두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너무 가까워지면 또 거리두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부담을 줄이고 단절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변화되는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면 이렇게 거리를  두고 시간을 두면서 유지해간다.

그렇게 좋은 인연은  끝까지 미소 지면서 오래간다.

우정도 사랑도 결국은 변화의 물결에 몸을 맡겨야지만
지켜낼 수가 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고
행복했지만 변화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서로 상처만 남긴체  등을 돌렸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우리는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헤어졌다.
뒤돌아볼까 망설이는 찰나.
그때 아직고 철없는 아이처럼 웃고 있는
그녀의
팔짱을 낀   또 하나의 여자는
이제 현재의 그녀를  떠나보내고
비로소  과거의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뒤돌아 보았다.
시절 인연이 떠나갔다.



문득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든가,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자주 보고 정이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쇼코의 경우에는 달랐다.
자신의 삶으로 절대 침입한 수 없는 사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먼 곳에 있는 사람이어야
쇼코는 그를 친구라 부를 수 있었다

쇼코의 미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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