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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Nov 19. 2020

후꾸다시 나의  성적 환타지

첫소설

소설


순탄하고 모범적인 내 인생에  카사노바 같은 모험과 스릴의 인물이 하나쯤 있었으니
그 인물은 바로. 후꾸 다시.
 20년 전 나는 그의 미래를 정확히 예언했다.
거짓말처럼  내가 뱉은 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고등학생인 아이 엄마가 된  후배 정화가  2년 만에 한국에 왔을 때  우연히  그의 얘기를 하게 됐는데  그가 뒤에서 칼을 맞고 일본 야쿠자한테 처참하게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날 내가 그에게 했던 말이 마치 어제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당신 그렇게 살다가는 언젠가 칼 맞아 죽을 거야".


이때  나는 조금은 의연하고, 정의에 가득 차 보이지만 그때 그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얼마나 센스 같은 외침이었는지. 지금도 멸시와 수치 모멸감이 한데 섞여서 묘한 스릴과 함께 뒤 썩이며 웃어야 할 상황이 아님에도 비실비실 헛웃음이 새어 나 곤 한다.
그와는 딱 두 번 만났을 뿐이다.
그때 나는 스물다섯이었고, 그는 쉰을  갓 넘겼다.
 그곳은 작은 섬나라였다. 평생을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고
여행도 친구들과 함께한  3박 4일의 여행이 집을 떠나본 최초의 경험이었다.
이런  집순이가  두 번째 직장에서 덜컥 해외업무팀에 지원해서 집을 떠난다는 결정을 했을 때 엄마는 의외로 담담하게 허락을 해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이국땅 괌은 낭만과 설렘의 도시였다.
일단은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내 맘대로 살 수 있다는 자유는 해방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일본어도 영어도 서툰 내가 타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쉬는 날이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차가 없으면 꼼짝도 못 하고 자유는커녕 누가 나를 데려가지 않으면 집 밖에도 못 나가는 처지가 되었고. 이웃 원주민들은 무섭게만 느껴져 말 한마디 건넬 용기가 없었다.
그곳에서 내가 하는 일은 면세점에서 모피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더운 나라에서 웬 모피? 할지도 모르지만. 특소세가 없는 나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모피를 팔아서 세관과 뒷거래를  통한 어둠의 경로로 배달하는 시스템의 판매방식은 많은 이윤을  남기는
고부가가치 장사였다.
 여행지라는 곳에서의 낭만은 남자와 여인들의 지갑을  여는데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디자이너가 되려는 꿈은 날아갔지만 틈틈이 익혀놓은 외국어 실력이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괌이라는 섬나라는 꽤 매력적인 도시였다.  관광지였지만, 그리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휴양지 같은  느낌의 도시였다.
매장에는 3명의 여직원과 5명의 남자 직원 , 그리고 직원들 가족이 숙소에서 함께 생활했었는데. 다행히 한국에서 모두  같이 일해본 사람들이었다.
은경 언니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판매원이다. 대학 후배인 미화는 나보다 괌에 1년 먼저 와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내가 일을 가르쳤는데 이 곳 애 서는 그녀에게 일을 배우는 처지가 돼 버렸다.
고가인 밍크 롱코트 같은  판매는 주로 베테랑인 은경 언니가 팔았고.
나는 피 레미 같은 손님들을 맡았다. 은경 언니 별명은 개코원숭이다.
돈 냄새 맡는 감각이 최고다.  매장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 손님의 행동 걸음걸이, 옷, 액세서리만 보고도 먹잇감을 정확히 포획한다. 여행사 픽업차량이 매장 앞에 멈추고 가이드가 데려온   20명이 넘는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들면
누가 구매력을 가진 손님인지 선별해서 공략해야 한다. 그래야만 짧은 시간 안에 팔 수 있다. 내가 고른 손님은 30분을 어르고 달래고 애원해서
겨우 팔아치운 게 여우목도리나 폭스 열쇠 꾸러미 따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은경 언니는 달랐다. 단 몇십 분 만에 500만 원짜리 밍크 롱코트를 사게 만든다.
가능성이 없는 손님을 붙잡고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 이국땅에서 고가의 물건을 구매할 때는
뭔가에 홀린듯한  충동구매의 상술이 필요했다. 첫째 불륜커플을 공략한다.
돈 많은 남자와 여행 온 사귀지 얼마 안돼 보이는 여자를 공략한다.
여자의 허영을 자극하면 남자는 지갑을 안열 수가 없다.
둘째  명품은 명품이 알아보는 법, 부자를 공략한다.
신뢰를 주는 응대법과 인정 욕구만 살짝 자극해도 지갑은 금방 열린다.
영어를 잘하는 후배 화는 주로 영어권 손님을 상대했고.
중간에서 어정쩡한 나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어눌한 일본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어쩌다 한 번씩  고가의 옷들을 팔기도 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듯이 나의 어눌한 진지함이  일본인들에게 먹히는 것 같았다.
 일본 관광객들이. 세련된 일본어를 구사하는 은경 언니보다 나에게 더 신뢰의 반응을 보이는 이상한 현상을 동료들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나 또한 어리둥절했다.
사람들과의 갈등도 없이 순탄한 타국 생활은 집 생각도 잊게 만들었다. 몇 달 동안 관광지에서의 낭만보다는  일을 배우느라 바빴다.
후꾸 다시!  
 내가 그곳에 갔을 때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최고의 이슈가 바로 후꾸다 시라는 인물이었다.
후꾸다 시의 여성편력과 성추행에 가까운 손버릇이  언제나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지금이라면 바로 미투로 걸려서 바로 고발조치될 테지만 될 시 만  80년대 초.
스킨십은 여자와 남자의 줄다리기 같은
낭만으로  묵인되는 시대이기도 했다.
작은 동네 시골마을처럼 작은 섬나라에서의 소문은 며칠 만에 가십거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삽시간에 섬 전체로 퍼져나갔다.
은경 언니는
며칠 전 후꾸다 시한테 당한 이야기로 몸서리를 쳤다. 테니스를 치고 와서 매장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때마침 매장을 방문한 후꾸다 시가 탈의실로 가는 언니를 보고 탈의실 안으로 몰래 숨어들어 언니를 놀라게 했던 것! 자신의 다리를 혓바닥을 내밀며 훌터보며 만지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놀라기는 했지만 그 인간의 행실이 워낙 자자 해서 추행쯤은 별사건이 아니었다. 얼마 전엔 술집에서 유부녀를 남편이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가슴을 터치해서 남편한테 얻어터진 얘기며, 자기 와이프가 옆에 있는데 옆에 처녀 허벅지를 만졌다는 둥! 별별 얘기들이 다 들렸다.  
"설마 아니겠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런 인간을 가만히 놔둬! 라며 분개하자.
뭐 워낙 그러니까 그냥 그런 인간이려니 하고 놔둔다는 것! 여자 문제만 빼면 멀쩡 한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것!
권력을 움직이는 힘이 있고.
 거기다 돈이 엄청나게 많고 기부나 후원하는 돈도 많아서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오후에 해변가를 한 바퀴 산책하고 들어왔는데 또  후꾸다시가 다녀간 모양이었다. 은경 언니가 또 노발대발 엉덩이를 터치하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은경 언니는 은근 글래머에 귀엽게 생긴 어른들이 좋아할 맏며느리 타입이었다.
남자 직원들이 다 모인 곳에서 언니가  후꾸 다시 이야기를 하며 불쾌해 하자. 사람들은 그냥 비실비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언니 역시 노발대발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사람들은 후꾸다 시에게 길들여져 가는 걸까!  어째서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에 아무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건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자들은 나이불문 불특정 다수 성추행을 하는 셈이었다.
"아니 전쟁에서 수천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되고
우발적으로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는 거야 뭐야"
언니 왜 당하고만 있어?"
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딱히 뭔 짓을 한건도 아니고 그냥 미친놈이라고  상종 안 하는 게 장땡이야!"
후배 화는 아무 말 없이 우리 얘기를 듣기만 했다. 그리고 은경 언니를 향해 무심하게 한마디 한다.
"은경 언니 반응하지 말아 봐.. 자꾸 대응하니까  그러는 거 아냐"
"너한테는 안 그러는 거니?"
"나한테는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어"
"뭐지..... 도대체"
점점 나의 궁금증은 폭발했다.
그는 나를 피해 다니는 건가!
  한 달이 넘도록 나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설마 나한테까지 추행을 할까! 엉덩이! 가슴!...... 별로 만질 게 없는데....
.. 후배는 관심만 안 보이면
별 탈 없을 거라는 팁을 주었지만,
그래도 닥치면 어떻게 할지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뺨을 한 대 갈길까! 그냥 목석처럼 가만있어.... 별별 상상을 다하며 후꾸다 시와의 상봉을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후꾸 다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어느새 후꾸 다시 생각은 잊혀 갔다
6월의 휴일 아침이었다.
 모두 교회를 가고 한가한 매장 안에  혼자 남았다. 뜨거운 햇살 아래 땀범벅이 된
 근육질 백인에게 시선이 뺏기고 있는데, 매장 앞에 승용차 두대가 서는 것이 보였다.
관광객은 아닌 것 같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남자 둘이 한 명씩 내리더니 매장 문을 밀고 들어왔다. 아래위로 흰 양복과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의 두 사내가 약속한 듯 함께 문을 밀었다. 그들은 무심한 듯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반듯한 자세로 긴장해서 서있는 내게
검은 양복의 잘생긴 사내가 정중하게 내게 묻는다.
"사장님은 언제 오시죠"
나는 그제야 미소를 머금고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다음 달이나 오실 것 같은데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님용 소파에 앉았다. 흰색 정장의 남자는 여전히 선채로 매장 안의 모피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나라는 존재는 별 관심히 없다는 둥 행동했기에 나는 그저 계산 대안에서 나오지 않고 나의 일을 했다. 물건을 살 손님은 아닌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검은색의 정장 남자가 손을 흔들면서 매장을 나갔고 나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흰색 정장의 남자는 여전히 볼일이 있는 듯 매장 안 모피들을 구경했다.
큰 키에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몸매가 다부지고 짙은 눈썹에서  문득 삼국지의 조자룡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내게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 더운 나라에서 족제비 털을 판다는 게 미친 짓이라고 다들 얘기하지 않나요
미스?! "
"  미스 최인데요.
 그리고, 족제비가 아니라 밍크털인데요
여우털 하고 족제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손님!."
내가 맏받아치자.
그는 소리를 높였다.
"나한테 털은 딱 두 가지죠. 족제비 털, 머리털.... 털 장사로 돈을 벌 생각을 하는 건 좋은데. 이거 한국에 가져가려면 공항에 주는 뇌물도 만만치 않겠어! 좀 더 건전한 장사를 해서 돈은 벌어야지 이사장이란 사람, 사업 마인드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아! "
갑자기 반말을  하며 계산대 쪽으로 그가 다가왔다.
모피는 특별소비세가 비싸서 한국에서는 고가품이다 특소세가 저렴한 이곳에서  싸게 사면 우리 면세점에서 공항에 뇌물을 주고 배달해서 한국의 고객에게 가져다주는 식의 불법 판매방식을 이 사람이 알고 있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사내가 계산대 앞에 서더니 내게 얼굴을 내밀었다.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디서 왔지...."
이건 뭔 상황이지.... 그의 질문에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부산에서 왔는데요"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근데 내가 왜 여태 몰랐지..."
 그때 나에게는 번개같이 스치는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후꾸 다시"   바로  그가 나타났다.
본능적으로 나는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후꾸 다시는 내 옆으로 와 있었고. 나는 무방비상태이고 다른 직원들이 오려면 아직 삼십 분이 더 남았다.
어떡하지....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엉덩이도 아니고 가슴도 아니고 이글거리는 눈빛도 아니고.
삽시간에
나의 왼쪽 팔을 끌어당겼다.  왼손을 덥석
그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어라 ~~~ 이건 뭐지. 단지 한쪽 손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자유로운 오른손이 남아 있었다.
그 잠깐의 찰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만석 대리의  큰아들이 얼마 전 두고 간 야구방망이가 보였다.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으리라 내 몸은 내가 지키리라.
하지만    가슴이 쿵쾅쿵광 뛰고 다리에서는  이미 힘이 빠지고 있었다.
야구방망이는 두 걸음 거리에 있었지만,
내 다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이 단계 작전 후배의 전략을 쓰자.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침착하자 여기서 끝나게 해야 한다. 가슴이나 엉덩이나 다리는 절대 안 된다."""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눈을 밑으로 깔고 고개를 돌렸다. 왼손은 후꾸 다시 손에 잡히고  볼펜을 든 오른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를 잡은 왼손이 들리더니 스르륵 그의 양복바지 다리사이로 옮겨갔다.
물컹한 무엇이 스쳐갔다.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건 뭐지! 순간  정신이 들자  침착해졌다. 다리사이로 손이 옮겨져 있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똥 씹은 얼굴을 하고 경직된 모습이 유리에 반사되어 보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와서 그를 노려보았다. 이성을 잃은 내 눈이 그와 마주쳤다.
그는 멈칫하더니 내 손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장난기 어린 눈웃음으로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항복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후다닥. 멀리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그때 두 다리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팔을 뻗어 야구방망이를 잡고.
계산대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일단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미친놈. 당신 후꾸 다신가 뭔가 하는 사람이지"
반말이 터져 나왔다. 그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야구방망이를 그를 향해 마구  휘둘렀다.
 "인생 고따구로 살면 안 되지.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당신이 한짖이 무언지 알기나 해?
"돈 많으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가 되나!   당신  칼 맞아 죽을 거야 언젠가는...  "
그는 아무런 방어 자세도 하지 않고
 뒤도 안 돌아보고 매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나는  매장 문 밖에
서 있었다.
후꾸다 시의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차는 후진하고 있었다.
야구방망이를 땅에 떨어뜨렸다.
자동차가 멈추었다.
차창을 내리고
후꾸다 시가 얼굴을 드러냈다.
 흰 이빨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앞으로 나랑 아이스크림도 먹고 파르페 과일 파르페도 먹게 될 거야" 담에 만나면 우리 그런 걸 해보자고 "
그럼 바빠서 이만..."
  흰 먼지를 날리며
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모태솔로였다.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 불꽃이 이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지.
25살이 넘도록
아직  첫 키스도 못해보았지만  책과 비디오를 통해 이론으로는
안 해본 게 없는 프로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낭만이 없는 19금은 참을 수 없었다.
그날  직원들이 하나둘 돌아온 후에도
나는
후꾸다 시와의 일을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후꾸 다시는 매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년의 계약을 채우고 괌을 떠나기 전
딱 한번 그를 더 보았다.
원주민이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그가 그곳에 있었다. 젠틀한 모습이었고, 사람들 속에서 빛나 보였다.
나를 보자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우리는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누었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  간간이 들려오는 소문에는 어떤 중국 여자랑 호텔에서 있다  마누라한테
끌려갔다는  얘기도 있고....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 이  이 이야기는 알 수 없는 형태로 마음에 남아있었다.
수치심도 아니었고 분노도 아니었다.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 이상한 여자들의 심리처럼
나도 마음 한구석에 그런 번태적이며 비이성적인 사랑을 꿈꾸는 내면이 자라 잡고 있었다. 후꾸다 시가 차창을 열고 미소 띠며  말한 것처럼 나는
그와 함께 호텔에서  파르페를  마시는 장면을 꿈꾸고 있었다.
야구방망이를 자신 있게 그에게 휘둘렀었던 그때 난 아마 후꾸다 시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몰랐다.
난 알고 있었다. 야구방망이로 때려도 그는 나에게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맞을 준비가 된 남 자였던걸....
그래서 그가 전혀 두렵지 않았었다.  
오랫동안 간직했던 후꾸다 시의 추억은
어느 날 세월의 흐름에 발맞추어 미투 사건이 돼 버렸다.
하지만
성추행을  당한 것이 아니라 나의 경험의 일부분으로 남겨놓은 까닭은
그 일이 나에게 성적 수치심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왜곡된 성적 판타지가 건강하지 못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해 본 적은 있었다. 그래서 후꾸 다시는 내가 경계해야 할 나의 치부였다.
나쁜 남자에게 빠질 수 앗는 요건을 충분히 갖춘 여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었다.
후꾸 다시는 죽었다.
하지만 지금도 한 가지 미스터리 한
질문이  있다.
그때는 내가 성에 대해 전혀 몰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때 난 남자들의 프러포즈를 제법 많이 받아본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것도  젊고 풋풋한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의 손에 닿았던
 그것은 왜 물컹한 것이었을까!
그는 게이였나!
내손이 목석이었나!
후꾸 다시는 죽은 나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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