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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Jan 22. 2021

향기의 배반

인공향


깔끔도 병이라는 말! 뒤에는 청결과 깨끗함 뒤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진실과 사실을 한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살림에 과도하게  관심을 쏟았던 한때. 깔끔은
  늘 나의 스트레스의 주범이었다!
내가 조금 지저분해지기 까지는  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나는
"청결"" 이란 단어는 좀 멀리한다.
청결보다는 "정리 정돈"이란 단어를 훨씬 더 가까이하는 삶이  시작된 계기는
10년 전   em이란  미생물을 만나고 나서부터이다.  em 발효액을 만들어 쓰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영역을 넓히기 시작해
한때 나는 공산품을  일체를 사서 쓰지 않고
  생활용품들  모두를 만들어서 쓰는
도시에 살면서 좀 뚱딴지 같지만
   자급자족의 생활을 꿈꾸어 본 적이 있다.
세탁세제 화장품 모든 세제들 그리고 나중에는 조명을 양초로 대체해 보기도 했다.
대기업 제품에서 해방되어 살 수 있다는 이념적 소비의 실천에 한발 다가가는 뿌듯함이 부지런한 나의 손발을 움직이고 또 많은 것들을 공부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플라스틱 공병을 모으는 습관이 생겼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광고해서 공병을 모으기도 했었다.
공병을 깨끗하게 씻어 햇볕에 말리는 일은 설렘의 시작이었다.

그때 공병들을 씻으면서 나의  사고체계를 바꾸는
어떤 향기를 만났다.

10년도 더 된 공병 안에서는 샴푸 냄새가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향기가 지금도 코를 찌른다.

사라지지 않는 건 무섭다.
그 당시 화장품을 만들면서 향수도 만들었는데 수많은 인공향의 진실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남자를 유혹하는 샤넬 넘버 5는 화학 향일뿐이라는 것을.. 천연의 향은
비싸고 잠시 잠깐 머물다가 사라질 뿐이라는 것을.....

꽃향기는  잠시 코끝을 간지럽힐 뿐 오래가지 않는다.
인공향의 비밀은 오래 남는다.
찰랑거리는 여인의 머릿결 뒤의 아름다운 향기는
화학성분이다.

과거 내가 중독되었던
그리 아름답고 깨끗했던 그 향기는
화학성분이었다!  나의 깔끔의 향기는
후각으로 중독된 향기였다
긴 머리의 샴푸 한 여인이 머리카락을
흔들 때의 그 향기를 기억해보라!
후각의 배반!
날마다. 행복감에 젖어 열심히
바르고 뿌리고 음미했던  화장품이며
탈취제며 방향제며 세제며 샴푸의 향이
행복감을 주었던 그  향기는 청결을 가장한 화학성분이다.
거기다  그 향기는 1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향기였다.
가격이 싸고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향만큼 유혹적인 것도 없으리라
청결의 마무리는 향이니까!
자연향은 엄청난 가격에
지속성이 없으니까   화학향을 선호
할 수밖에.... 단지 샴푸나 세제의 유해성에
대해  지금은 얘기하지 않겠다
단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향 자체만을 거론하겠다.

너무도 당연해서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우리 일상 속 향기들은 아름다움만을 탐닉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향기들이다.

더러운 것은 나쁘고 깨끗한 것은 선하다는 인식의 출발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영화 기생충에서의 냄새로 느끼는 계급 간의 인식을 후각으로도  표현했다

 너도 나도 깨끗한 향기를 흡입하기 위해 위해 방향제 뿌리지만 우리가 맡는 냄새는 청결의 탈을 쓴 우리들 자신의 편견의
증거물인 화학 냄새일 뿐이다.  거리의 노숙자나 거지들을 보면
냄새도 맡기 전에 이미 생각들의  악취들로 우리는 몸을 피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나는 냄새로 계급을 만들고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는 생명체는
인간들이 유일한 것이다.
후각은 자연의 향기를 차별하라고  신이 만든 것이 아니다. 자연의 향기에 순응하기 위해 만든 것일 지언데.... 우리 인간의 욕망은 인간의 후각마저  인간들 스스로가 만든 향기에 오염돼 버렸다.  향기를 만든다고 자부하지만,
향기에 오염돼 버렸다.  역한 냄새를 똥 같은 냄새라고 규정하고 인간에게 등급을 매기는
냄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숙박시설은 더더더 청결을 강조하면서 화학약품들로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후각은 점점 냄새들을 차별하게 되었다.
점점 더 강력한 향기가 우리의 뇌마저
변형시킨다.

곰팡이 냄새와 화학성분 냄새 무엇이 더 안전할까?

사라지는 냄새와 사라지지 않는 냄새 무엇이 더
안전할까?

모든 건 사라는 게 정상이다
사라진 다는 게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지.... 그동안 인공향료의 지속성에
찌든 내 후각의 진실을 한 번쯤은 의심해 보자.

삶의 변화는 내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편리함에  중독되어
우리가 지금껏 무심히 쓰고 있는  몸에 베인
습관과 소유물들.  한 번만 다른 시각으로
보자. 과거 불편했던 생활들이 주었던
그리운 것들을 한번 떠올려 보자.

그리운 것 들안에는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자라서 늘 불편하고
아쉬워서 늘 지저분하고
 부족해서 냄새나는
그것들은 언제나 마음이 들어있었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그것들의 내적 공간 안으로
파고들어  생활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시간이다.

화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맛을 느끼는 내 미각은 정당한 맛에
내 맛을 지키고 있는가!
청결은  어디까지 나를 위한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시각과 미각 청각 이모 든 것에 중독되어
우리의 인간성은 파괴되어 간다.

미각을 변화시키면
 기름기 있는 그릇을  줄이고
간단한 조리만으로  미각을 살리고
그릇도 간소해지고 세제도 그다지 쓰지 않게 되고
덕분에 조금 지저분해지고 너저분해져도
없으면 없는 데로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사는데 익숙해질 수 있다.
그렇게 옛것이 사라지면서
그 사라진 틈을  나만의 것으로
조금씩 채워 갈 수 있다.

나만의 생각!
나만의 기쁨!
나만의 여유!


미니멀 라이프는.
후각 미각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그 감각이 돌아와야 지만
삶은 심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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