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비비안 마이어
험담이 조였던 목줄을 풀었을 때 묘한 공감이
폭풍처럼 밀려 온다.
지금까지 입다물고 참아 왔던 인고의 시간들이
보상의 열매를 달게 먹을 시간이다.
그녀의 꽃봉우리 같던 입술이
조심스럽게 드디어 활짝 험담의 꽃봉우리를 터트린다.
와! 뒷담화 꽃잎들이 벗꽃처럼 날린다.
"있잖아! 나 요즘 A랑 좀 안 좋아.-"
"그 애는 속을 모르겠어"
핸드폰 너머로 A와 절친인 그녀의 말이 끝나자
기다리던 단비가 내린 것처럼
마음속에서 묘한 갈증이 해소되는 비가 내린다.
결국 너도 A와 안 좋아졌군.... 죽고 못살더니...
A와 내가 소원해진 건 꽤 시간이 흘렀고.. 그 틈을타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녀와는 원래가 가까운 사이였지만.
A와 그녀가 붙어지내는 모습을 보며
뒤에서 쓰린가슴을 부여잡고
드러내 보일 수 없는 질투를 삭혀야 했다.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조차 거리를 거리를 둠으로써 마음을 숨기고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나를 고립시켰다.
언제쯤 둘의 관계가 삐걱거릴까?라는 묘한 기대 속에서,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둘을 대했다.
핸드폰 속 그녀는 또 푸념한다.
"언니 A는 자기 생각을 얘기 안 해. 늘 내 얘기를 듣기만 하고
자기는 다 안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뭐 그런 걸 신경 써? 그런 식이야 "한마디로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는 나만 바보 된다니까"
뾰로통한 그녀의 목소리는 나의 동의를 기다리는 듯했다.
" 그렇지 그녀하고의 관계는 모래성을 쌓는 것 같아! 나도 그것 때문에
A랑 좀 갈등이 있었어. A 하고는 진정한 소통이 좀 힘들어."
우리는 A의 조용한 침묵이 좋았다. 말수가 적고 생각이 깊은 신중함, 가끔씩 한마디 던지는 말속에는 뭔거 똑 부러지는 사이다 같은 시크함과 사이다 같은 시원함이 있었다.
그녀와 나 전화 속에서 A라는 사람의 불만스러운 정체성에 서로의 생각에 정점을 찍자
한 시간이 넘도록 A에 대해서 씹고 또 씹고.......
슬그머니 A를 둘러싼 다른 맘에 안 드는 다른 사람까지 데려다가
그 사람의 완벽 하디 완벽한 성격에 대해 또 씹고
또 씹고..... 오랜 시간 씹는다. 한 번도 입으로 꺼내지 않았던 말들이 봇물처럼 터진다.
하지만 우리 관계의 견고한 서로의 믿음은 마지막 순간에 흔들린다.
"그래도 , 그 사람만큼 괜찮은 사람은 없어!
그냥 다른 것뿐이야! 우린 다른 면을
이야기했던 건 뿐이야!"
그렇게 서로를 위안하며 험담이 아닌
다름을 얘기했다고 끝맺음 한다.
. 아직도 서로에 대한 관계의 견고한 믿음에 확신이 없는지... 슬그머니 서로가 했던 험담을 주워 담고 싶었는지... 험담이라는 생채기를 내고서 다름이라는 반창고를 이쁘게 붙인다. 그녀와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배려심이 깊고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우리에게 험담은 자기 인격을 깍아내리는 교양 없는 일이니까!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 고픈 사람들이니까.....
지금은 시들해진 관계라고 해도
가슴 뭉클한 과거의 좋은 기억이 떠오르면 또 후회하고.
미안한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마음 약한 사람들이다.
A를 다시 보면 반갑게 인사할 테고 언젠가는 또 그녀의 좋은 점이
편하게 다가오는 시간이 또 온다.
누군가의 무엇이 좋지 않다 라고 얘기하지만 지금 나의 상황과 여건 기분 상태에
따라 좋지 않을 뿐이지 언제 또 어떻게 마음이 변할지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서툴고 불안정하며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서 사니까!
그 어떤 사람도 실수를 하고 섣불리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수는 없다.
단지 다르거나 혹은 나와 맞지 않다거나,
상황이 변했다거나 그런 게 말할 수는 있어도...
소심한 그녀와 나는 이런 마음을 알아서일까?
또 한 번 전화를 해서 우린 다른 것뿐이야 그렇지!
우린 서로 다름에 대한 얘기를 했을 뿐이야 라고
또 다짐을 해본다.
전화를 끊고 돌아서는데
과거의 기억이
회오리바람처럼 자동 소환된다.
이건 또 무슨 난데없는 데자뷔인가!
과거 난 A와 편먹고
지금 나와 공모자인 그녀를 겨냥해
이런 비슷한 류의 통화를
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거울 속에서 묘한 미소를 띠며 웃고 있는 낯선 여자를 본다.
우리의 험담은 목적지가 없다.
언제나 여행 중이다.
누군가의 불만과 푸념 속에서 돌고 돌면서.
또한
그날의 적군이 또 오늘의 아군이 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발전에
험담의 공을
증명했었다.
역사 발전 과정의 결정적인 일곱 가지 촉매제로 불, 험담,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을 지목했다. 인지 혁명의 시작으로 불을 지배함으로써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선 인간은 언어 험담를 통해 사회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