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봉투

장미

by 토끼



장미 꽃다발이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다.
붉은빛이 선명한 장미는
아직 싱싱하고 예뻤다.
장미는
벗겨진 옷매무새를 여미며
아름다운 향기로 미소 지었다.

고춧가루 묻은 구겨진 종이는
장미를 피해 몸을 봉지에 기댔다.

코 묻은 휴지는 더러운 몸이 꽃에
닫을까
납작 엎드렸다.

색이 바랜 낡은 구멍 난 양말이
장미 밑에 깔려 가시에 찔렸지만
입을 막았다.

오만한 잎사귀를 위로 치켜들며 꽃잎을
하나 떨구던 장미는
주위를 둘러보며 코를 막았다.


조금만 참아.

곧 가시를 빼줄께
난 버려진 게 아냐!
아직 이렇게 아름답잖아.

선반 위에 두었는데
내가 몸을 뒤척이다
떨어진 것뿐이야.

곧 날 찾으러 올 거야!

오물이 범벅된 휴지가 코웃음을
쳤다.

여긴 선반이 없어.
넌 그냥 우리처럼 버려진 거야.

구멍 난 양말이 가시에 꼼짝 못 한 체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
휴지들은 모두 입좀 닥쳐.
너희는 처음부터 버려질 운명을 타고 났지만.
장미는 아냐!


누가 장미를 쓰레기통에 버려
우린 살만큼 살았지만
쯧쯧.....
먼지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자
장미는 울음을 터트렸다.

난 아름다운 동산에서
푸른꿈을 꾸고 있었어.
어느날 눈떠 보니
사람들 손에 들려있었어.

난 잊혀지지 않았다고
잠시 싫증이 난 걸 꺼야.
내 아름다움에 질투가
났을 거야.
지금쯤 날 버린걸 후회하고 있을 거야.
난 너희랑 달라!

코 묻은 휴지가 장미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지 마! 우린 모두 같은 처지야.
넌 이제 장미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일 뿐이야.

밤이 되자.
살점들이 붙은
양념 묻은 닭뼈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장미는 닭뼈들에게 짓이겨지고
살갗이 찢기어져 더러운
양념이 뒤범벅되었다.

잠시 후 봉지가 빵빵해지더니 모두 한 몸이 되어
붙어지고 흔들거리며
창밖으로 던져졌다.

장미를 기억하는 이는 이제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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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 상추에 붙은 달팽이 한 마리를 정성스럽게 6개월을 키웠다.

어느 날 녀석이 집을 탈출했다.
온 집안을 다 찾아도 없던 녀석!
의심가는 곳이 있었다.
마지막 한 곳 버리려고 묶어 둔 쓰레기봉투를
풀어헤치자 그곳에 달팽이가 들어 있었다.
그 많은 곳 중에 달팽이는 쓰레기봉투 속을 택했을까?

쓰레기들은 본디 쓰레기가 아니었다.
버려지는 것들 중엔 새것들도 있다.
지겨워서 버리는 것들
홧김에 버리는 것들.

조금만 신경 쓰면 쓰레기가 아닌 것들.
달팽이가
기어들어간 그곳.
쓰레기들 속이
달팽이 에겐
지저분하지 않았겠지.....
달팽이에게 그곳은 단지 새로운 세상일 뿐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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