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게 미움받을 용기

탈퇴

by 토끼



참석은 잘 안 하지만 두 달에 한번 지인들과 라이브 음악카페에서 음악을 즐기는 작은 동호회

음악 까페에 어느새 회원수가 백 명을 넘어섰다.


텍스트보다는 음악이 먼저라서

단상과 일상의 글이 거의 없는 까페에는 음악 소개가 전부인데도,

가끔씩 갈등과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어느 날 정모 음악회에서 피아노도 치고 온라인에서는 하루에 한편 좋은 글들을 펌 해서

포스팅하고 늘 성실하게 다른 이들의 음악에 표정과 음악에 대한 피드백을 써주던 귀염둥이 막내 비타민 같은 그녀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탈퇴해 버렸다.


모두들 어리둥절해 이유가 궁금해서 리더에게 문자를 넣었다.


이유는

어떤 사람이 (그분도 오래된 멤버이고 말없이 묵묵히 좋은 음악 올리는 분이다) 달았던 댓글 하나 때문이었다.


"당신은 얼마나 잘하고 있길래?

늘 남을 가르치려 듭니까?

어린 분이 늘 이런 식이니 정말 참아내기 힘드네요"


이런 댓글이었다.


그녀는 크리스천이라서 가끔 전도성 짙은 글을 올 리기도 했다.

어떤 때는 찬송가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적정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날 포스팅은 종교적인 색채도 없었다


두 사람은 각자 스스로를 향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 편을 들 수도 없었다. 온라인에서의 예절은 서로의 소통에 의해 결정된다. 서로 함께 허물없이 지낸다면 그 어떤 인신공격도 서로에게 유머가 될 수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른다면 좋은 말도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


그녀는 99명의 따뜻한 지지와 공감보다는 1명의 부정적인 말속에서

자신을 부정당하자,

99명 앞에서 옷이 발가벗겨진 창피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자신의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그녀가 느낀 수치심은 또 한편에서는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서

무례한 댓글을 단 상대를 꾸짖으며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타나 그녀 편을 들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 그녀의 구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의 또 다른 자아는 외치고 있었다.

그래 게시글을 지우자 그러면 다른 사람도 못 볼 테고 이 일은 없는 일이 된다.

그렇게 생각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어떤 울컥하는 마음이 질주하면서

게시글을 삭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일어난 분노와 수치심이 그녀를 삼켜버렸고.

그녀는 정신없이 1년 동안 올렸던 모든 글과 댓글들을 지우고

마지막으로 탈퇴 버튼을 눌렀다.


자신이 화가 났고 상처 받았으며 억울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알리는 방법이 그녀에게는

탈퇴라는 선택밖에 없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선한 행위들은 늘 보상받고

칭찬받아 마땅했다. 어떻게 이렇게 나의 선한 행위가 비난받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녀는 이런 무례한 사람의 댓글을 자신의 부재와 함께 당당히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선한 행위가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그는 따뜻하고 자상하며 배려 깊은 분은 아니었다.

좋은 음악을 약간의 설명만을 곁들여 드라이하게

글만 올리는 무뚝뚝한 분이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많은 좋은 글들은

분명 교훈적이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글이지만 조용히 음악만 듣고 싶었던 그는

어느 날의 좋은 글이 자신을 가르치려는 가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에 서툰 그는 자신을 표현하는 법과 타인을 향한 유머와 따듯함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미움받을 용기가 없고

타인의 마음을 읽으려 하지 않는 두 마음은 결국 서로에게 찔리기만 하고 끝이 났다.


온라인은 늘 글의 뉘앙스나 반론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상처 받고 실망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떠나고,

또 화해하고 또 그렇게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보편적 테두리 안의 질서가 필요하기에

그 누군가는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어

중심을 바로잡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흑과 백이 갈라지고 피터지게 싸우기도 한다.


온라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이제 4년이 됐다.

요즘은 타인들의 글을 읽으면서 소통의 불협 화음속 전쟁터에

뛰어들어

그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일에 느슨하게 되었다.

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에도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맞아준다.


단지 시간이 흘러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때는 맞았던 내 생각이 오늘은 또 틀리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변화들을

즐기게 되었다.


우리는 싫은 사람과도 한 공간 안에서 살아야 하기도 하고

싫은 사람의 글도 때론 읽는다.


나는 그렇다.

욕하면서도 읽는다. 누군가 같이 욕할 사람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싫음이 늘 좋은 것만 취하려는 쏠림의 균형을 잡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도 무게를 실어보기도 한다.


싫은 사람의 글은 계속 싫다. 어떻게 그렇게 맘에 안 드는 글만 쓰는지 그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양질의 글에 감탄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건 그 싫음을 다름으로 보는걸 가능하게 한다.


언젠가는 그 싫음이 다름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에

그렇게 온라인에서 가끔은 싫은 사람의 글에

표정을 달고 좋은 댓글을 쓴다.


오프에서

싫은 사람과 얘기도 하고 가끔은 밥도 먹는다.

그렇게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싫음을 걷어내고

다름을 찾아내면서도.

내 곁에 나와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그분들의 소중함을 더 단단히 다지기도 한다.


속으로 욕하면서도 웃고

의견이 다르지만 고개를 끄덕여주는

나의 이중성은

가식이 아니다. 아직은

서로를 모르기에 조심스럽고

상대를 우아하고 재미나게 공격하는 사이가 아니기에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는

자발적 몸부림이다.



그렇게

너와 나의 다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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