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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Jul 31. 2021

물 많은 여자 (11편)

유사 성행위의  몰락


"너 루피나는 어떻게 만들생각을 한거냐?"

최형사는 삼겹살을 뒤집다 말고 야릇한 표정을 던졌다.

"그게 영화 때문이야.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손주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핸드 잡 일을  시작해.

유럽의 가난한 시골마을  성 매매할 돈도 없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인데.

식당일을 구하러 들어간 술집에서 술집사장이 그녀의 손에 반하게 되는데

할머니가 남자의 그것을 잡아주는 일로 손주 병원비도 내고

새로운 인생을 찾는 그런 이야기야!"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로군. 그것도 할머니라니... "

"영화를 보고 사람을 물색했지... 근데

루피나가 딱 걸린 거지..."

최형사가 진지해 졌다.

"이번에 퇴폐영업 단속에서 유사성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됐어

용재 너도 조심해야겠어."

박용재 최형사는 유도대학 선후배 사이였다.

박용재의 성공 뒤에는 최형사의 뒷배가 있었다.

"형! 나 그만 들어가 봐야 돼! 예약 손님 떴어.

단속 뜨면 바로 연락해 형만 믿을게

시바 이제 겨우  물들어와서 진짜 열심히

노 젖고 있는데  물에 빠지면

너무 억울하잖아."


최형사와 저녁을  먹고 온  박용재는

루피나실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내를  보았다.

잠시후 루피나실 방문은 굳게 닫혔다.

음악이 느리게  바뀌면서  스트립걸의 춤은 흰 속살을 드러내며

홀 안은 음악과 숨소리만 그득 찼다.

박용재는 초조하게   룸 안을 주시했다.

변 사장이  루피나실에 들어간 지  10분이 지났다.

요즘 잘 나가는 모 중소기업의  젊은 변 사장은 진상 손님으로  유명했다.

맨 정신일 때는 아무 문제없었지만 어린 나이부터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문란한 성접촉으로

성중독자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박용재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저 새끼를  룸 안에 들인 거야!

박용재는 웨이터를 째려보았다.


베텐 더가 박용재 뒤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요즘 형좀 이상해.  예약 손님이잖아.

 이래 가지고 장사할 수 있겠어"


"작년 기억 안 나?

제니한테 저놈이 뭔 짓을 했는지...."


"형한테 코뼈 부러진 건 기억난다.  

그렇게 개처럼 맞고  또 여길 온 걸 보면

루피나 명성이 대단한가 봐.

뭔 걱정이야 작은 구멍 밖에서 절대 아무짓 못해."


"시발 이제부터는 신상파악을 하고 손님을 받아야겠어. 저런 새끼 흥분하면

제정신이 아닌 게 문제야.."


잠시 후  그가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면서  몸이 늘어졌다.. 비서가 그를 부축하면서

차가운 물을 내밀었다.  그는 30분 동안  얌전히  술을 마셨다.


박용재는  시선을 떼지 않고  변사장을 주시했다. 잠시 후

 비서가 박용재에게 달려왔다. 귓속말로 한참을 얘기한 뒤 봉투를 내밀었다.

박용재는  봉투를 던지면서  변 사장을 노려보았다.

"이 개새끼가"

상황을 주시하던 바텐더가 박용재를 가로막았다.


"형  진정해. 뭔 일이야.  또 사고 치면 이번에는 변 사장이 가만 안 있을 거야.

참아 "


"저 새끼 다시는 지옥클럽에 발도 못 들이게 해야 해"


비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변 사장을 바라보았다.


변 사장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박용재를 향해 걸어왔다.


"안되나? 열 장이 적어서 그래 박사장? 오늘

구멍 말고 살붙이고 저 여자랑 한번 자려면 얼마면 돼? "


"손님 성매매는 저희 업소에는 하지 않습니다. 한번만 더 이러시면 다시는 입장을 못합니다."


웨이터가 변 사장에게 엄중하게 경고 하면서 박용재를 홀 밖으로 밀어냈다.


박용재는 화를 가라 앉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전갑련은  휴지를 정리하고 라벤더 향 가득한 룸 안에서 손을 씻었다.

이번 손님은 아무리 조절을 해도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그때 진동이 울렸다.

박용재였다.


"지금 나오세요.


편의점 앞에서  기다릴게요."


그의 목소리는 급하고 차가웠다.


"무슨 일이죠?"


"제발!

아무것도 묻지 지금  말고 빨리 나오세요."


밤바람은 시원했다.

그녀는 김승주의 긴 롱코트를 떠올렸다.

어젯밤 그녀에게 입 맞추던 입술의 느낌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는 롱코트가 잘 어울렸다. 그녀는  그런 그의 롱코트 안에 함께 몸을 기대고

걷는 게 좋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다는 건 다른 모든 사물들에게도 마음이 열리는 것과 같았다.

영등포의 밤거리가 그녀에게 점점 정겹게 느껴졌다.

김승주의 향기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

그녀는  전화를 받고 자신이 그동안

박용재 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자신에게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편의점 앞에 서 있는 박용재에게 다정하게  손을 들어 보였다.

그는 말없이 앞장서서 근처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


"오늘 저랑 한잔 합시다."

그는 막걸리에 전을 주문했다.


"무슨 일 있이예요  오늘 용재 씨 답지 않게...."

" 다운 게  뭔데요? 전 뭐 늘 갑련씨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런 소신 남인 줄 아시나 본데"


"그런 뜻이 아니라..."


"우리 말 틉시다."

"네?"

"나이도 비슷하고 이제 같은  동업 잔데 좀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자고요."

종업원이 막걸리잔을 놓고 가자


그녀가 말했다.


"그래 좋아, "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뭐가 이리 쉬워요 갑련씨?"


"그러게 난 이렇게 쉬운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뭐가 그렇게 어렵게 꽁꽁 싸매고 살았는지 몰라!"


그녀는 주점 안에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너무나 쉽게 웃고 마시고 떠들고 얘기하고 있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

말도 잘하고 웃기도 잘했는데

내 처지  때문에 늘 날 가두는 게 습관이 된 거

같아!  이제 더 나빠질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요즘은 차라리 맘이 편해!"


그녀는 마치 자신에게  독백 하듯 그와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전갑련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애틋해졌다.


"한 며칠 휴가라도 다녀와!

너무 일만 시킨 거 같아서  좀 미안해서 그래, "


"용재 씨 그 말 하려고  전화로 그렇게 살벌하게  날 부른 거야?"


"안 그러면 쌀쌀맞게 거절할게

뻔하잖아

아! 적응 안되네,.... 반말이

 전갑련 야 갑련아!"


막걸리가 익어가는 밤.

둘은 느긋하게  함께 취했다.  


반말은 전갑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박용재라는 사람과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먼저 제안한 박용재에게는  도리어 반말이 더욱 불편해 졌다.

지나친 다정함.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따뜻함. 그리고 어색함 가득한 설렘.

그는 자신이 지금 실수를 하고 있다고 속으로 자책했다.


"형 이래 가지고 장사할 수 있겠어?"


그의 머릿속에는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가   며칠후 김승주가 일하는 증권사  맞은편 편의점에서   전갑련과 김승주가 나란히 앉아  손을 잡고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을때도


"형 이래 가지고 장사할 수 있겠어" 라고 메아리  치고 있었다.  박용재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둥지속에서 만 존재할 것같았다.

자신이 전갑련이라는 여자의 모든 행복을

쥐고 있는 주인같았는데. 이제는 아무상관없는 타인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 일 수가 없었다.

 비로소 그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그의  트라우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며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시금 과거의 고톰이 시작됐다.


그를 지켜주고 있었던 존재는

그녀를 향한  사랑이였다.

그는 다시 지옥속에 갇혔다.지옥을

빠져나갈 방법은 더 깊은 지옥속으로

가는 것이 었다.

그가 내린 결심은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그 모든  계획속에는

루피나의 정체를 모르는

김승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김승주와 증권사직원들의 술자리가 있는날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여기 영등포 로타리 주점 지옥클럽인데 신고 좀  하려구요.

지금 빨리 좀 와 주세요"


경찰이 들이 닥치고 홀안이 엉망이 되어버린

모든 이 끝나 버린

그날 밤.    전갑련이 김승주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후회해도 늦은 일이었다.

 그의 인생도 전갑련의 인생도

김승주의 인생도 한꺼번에 끝났지만

박용재는 안심했다.

이제 그 환청 같던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고...이제는

스스로에게 고통의 책임을 묻고 지옥속에서 살면 되었다.  그것이 그에게는

자신을 살리고 전갑련을 살리는 유일한 선택 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둘 사이를 오가며 지나쳐 갔다. 10 년이란 시간이 흐른뒤

그녀를 다시 만났다.


지옥 클럽에서의 2년의 시간이 두 사람의

기억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이 처음 서로 말을 트고 가까워진 그 막걸릿집에서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둘은 영등포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박용재는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늘었지만 여전히 10년 전의 박용재였다.


두 사람은 여전히 10년 전의 모습 속에서 서로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그날 그때처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용재 씨 난 10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아직도 변함없이

가난해. 그리고 애인도 없어!  그리고 또 하나 없는 거  바로 은행 빛!

자! 이제부터 찬란한 전갑련의 인생을 위해 건배,!"


박용재는 오른손 주먹을 움켜쥐는 동작을 반복했다.

독수리 날개문신을 한 박용재의 팔근육이 꿈틀대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는

박용재가 지나온 시간들을 상상해 보았다.


"갑련씨 자 2차는 우리의   보금자리 였던 지옥클럽에서 하자."


그들은   술집을 빠져나와 걸었다.


지옥 클럽 간판은

그대로였다.

단지 무희들만 사라지고 없었다.

무대에는 피아노 한대가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바텐더들이 밤마다 쇼를 펼치는 공간은 더 넓어졌다.

이제는 그냥 말 그대로 술집이었다.


루피나 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테이블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 둘은 마주 앉았다.

 그가 술 한 모금을 삼키고

말했다.


"그 사건? 나  너한테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어야겠어"


전갑련이 어둠을 향해 고개를 들더니  초점 없는 시선을 던졌다.


"다 지난 일이야  이제 와서 들추어내서 뭘 해  난  잊었어.?"


"아니 이야기해야 해,. 난 그날 이후  내 죗값을 늘 치르면서 살았어.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

너한테 지은 죄, "


갑련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형사들이  지옥 클럽을 들이닥쳤고. 전갑련은 홀 안으로 연행되어졌다.

그때 홀 안에는 김승주가 증권사 직원 일행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김승주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에게  루피나의 정체를  일찍 고백하지 못한 잘못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행히 그녀는 유사성행위에 속하지만 성매매가 없었고.

특정 공간의 폐쇄성이라는 점이 참작되어 풀려났다.


하지만 더 이상 지옥 클럽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고,  김승주는 그녀를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도망치다시피  전주로 이사를 갔다.


실연의 아픔은 한동안 그녀를 힘들게 했다.


빅 용재가 말문을 열었다.


 "그날  지옥클럽을 경찰에 고발한 건  나였어!"


전갑련은 놀라지 않았다.


 "너도 모든 걸 잃었잖아! 나만 잃은 게 아니라......"


네가 그때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으면 김승주와 너  둘은 어떻게 됐을까?

박용재는 많이 취했다.

그녀는  기억을 술잔속에 넣었다.


"내가 김승주와 잘됐을까?

그건 모를 일이야.

결과는 우린 또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거고

지금도 나쁘지 않아.


난 널 오래전에 용서했어! "



박용재는 그녀가 차라리 욕이라도 해주길 바랬다.


"박형사님 한테 들었어.

넌 스스로를 파멸시키지 않으면 루피나라는  돈덩어리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면서...."


박용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난 단지 김승주와 너 둘 사이가 질투가 났었어.

그가  보는 앞에서 루피나의 정체를 까발리고 싶었어.

이게 내 본모습이야.

용서하지 마."


그녀는 어두운 조명 속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말없이 바라보다.


화장실을 핑계 대고 밖으로 나왔다.

조사를 받고 무죄로 경찰서를 나오던 그때

최형사가  뒤쫓아 나왔다.


"갑련씨  이건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용재가 자기가 다 뒤집어썼습니다.  강압에 의한  유사성행위 강요였다고요."

갑련씨는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전주로 떠나기 전

김승주가 한동안 연락을 끊고 그녀를 피했을 때

그녀는 마지막으로 김승주를 찾아갔었다.


김승주는 차갑고 냉정했다. 그와 말없이 앉아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그녀가 말했다.

"그때 그 안개 꽃다발 때문이었어!  내가 승주 씨를 사랑하게 된 건

왜 그랬어 이렇게 날 내칠 거였으면서

 앞으로 다신  그런 짓 하지 마"

그녀는

그때 김승주가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한마디를 잊을 수 없다.


"그건 박용재 씨가 부탁한 거였어. 난 한 번도 그 구멍 속에 내 것을  넣은 적 없어"


갑련이 돌아왔을 때 박용재는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그를 보았다.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우리 슬픈 인생들 이제 좀 쉽게 갔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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