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믿음

믿음

by 토끼

얼마 전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은 절친이 처음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들었을 때

마음이 어땠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 하느님이 내 손을 잡아 주는 거 같았어"


그녀는 정말 편안해 보였다.

신앙인이 아니기에

한동안 이 말은 문득문득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최악의 상황에

하느님이 손잡아 주는 느낌은 뭘까?


그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인간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고하고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희대의 살인마나 악인들도, 자신에게 유리한 합리화로 뻔뻔하게 천수를 누리다가 죽는다.

그들에게도 하느님이 손잡아 주는 일은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믿는 절대자들이 있다.

아무것도 믿지 않고 자신만 믿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을 믿든, 사람을 믿든, 신을 믿든 , 돈을 믿든 , 사랑을 믿든, 권력을 믿든,

그 믿음에 기대어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사람을 믿고.

잘못된 믿음이라 손가락질 받아도 그 믿음으로 버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여름 내가 저지른 그 잘못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믿음.

악인들도 눈을 감을 때 당당하다. 내가 했던 그 모든 일들은

국가와 가족 나 자신을 위한 최선이었고, 나는 당당하다고,



인간은 그 어떤 믿음의 골격을 만들고, 하나씩 스토리 텔링을 한다.

우리의 인생은 그 스토리텔링으로 완성된다.

하느님이 손잡아 줄 리없지만 그런 믿음으로 자신에게

스토리 텔링을 하면 하느님이 포옹해 주는 느낌으로 하느님 품속에서

지낼 수도 있다.


과대망상증 환자는 이런 얘기들을 실제 일어났다고 떠들어대는 사람일 테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혼자만의 느낌을 가진다면 자신만의 은밀한 믿음이 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믿음 이성적인 믿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상상력은 마음 안에서 그 어떤 일이든 믿음으로써 가능하게 한다.

인간의 마음은 이런 믿음이 든든하게 지탱해 주기도 한다.



인간이 무너질 때는 이런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건강도 하나의 믿음이다.

하나의 질병이 낫지 않고 계속해서 재발하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될때

마음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 어떤 하나의 믿음이 깨어지면 다른 믿음도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얼마 전 몇년동안 잘지냈기에 우울증이 완치됐다고 믿었던 지인의 우울증이 재발했다.

너무나 절망해서 일도 그만 두었다.

해 줄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하나의 마음이 죽는 순간, 다른 한 곳에서 또 다른 마음이 깨어난다.

죽어가는 마음은 버리고

너를 지키려고 오는

깨어나는 마음을 잡아야해.

이걸 믿어야 해."



하나의 믿음이 깨어지고 다른 하나의 믿음이 싹이 난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만이 아니다.

무너지는 믿음이다.

믿음은 반드시 무너져야만 자신이 믿고 있던 믿음이 진짜인지 알 수 있다.

믿음이 진짜 믿음이 되려면 부서지고 또 부셔 져야 한다.


믿었던 그 무엇이 산산이 깨어지는 그때.

마음도 무너져 내려야 한다.

한 번이라도 철저하게 이 무너진 마음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구나.

우리에게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철저히 무너질 수 있구나.

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온전한 믿음이 생기는구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사건 사고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굳건히 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독백으로 스토리 텔링을 한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상황은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의 믿음은 언제나 흔들린다.

하지만 믿음의 속성은 흔들리고 무너져야 한다.



하느님이 오늘 내 손을 잡아주셨지만

내일 불구덩이로 던져질 수 있다.

건강하고 올바른 믿음은

오늘 나의 믿음이 의심과

불신으로 배신당하더라도.


내일 또다시 새로운 가지의 믿음을 싹을 틔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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