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똥은 진실하다.
투명한 몸속에는
거짓을 품지 않는다.
당근을 먹으면 당근색
오이를 먹으면 오이 색
오늘
내가 먹은 말들
내가 먹은 글들
내가 먹은 영상들
슬픔을 먹었는데
눈물은 없고 넋두리만 남는다.
행복을 먹었는데
투명한 웃음은 없고 자랑질만 내뱉는다.
사명과 헌신을 먹었는데
감동은 없고 의무만 강요한다.
깨달음에 먹었는데 성찰은 없고
지식만 얘기한다.
고통을 먹었는데 자기 승화는 없고
두려움만 커진다.
있는 그대로 먹고
있는 그대로 싸는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는
시를 쓰듯 향기가 남아 있는데
날 위해 먹고
마시고
아름다운 걸 삼키면서도
아무런 향기를 싸지 못한다.
봄에 상추에 딸려온 달팽이가 하나.
이런
달팽이 수명은 1년이라던데...
이제 곧 가을이니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면
나와의 인연도
세상과의 인연도 끝난다.
야채팩 속에서 혼자 전 생애를 보낸 달팽이는
짝짓기도 못해보고 홀로 죽는다.
야생에 놓아주면 죽을까 봐.
후회도 되고
맘이 짠하다.
산책길에 이 글을 쓰고 울컥한다.
눈물 하나 또르륵.....
난 지금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달팽이가 불쌍해서 우는 것도
아니다.
언제 가는 모두와 이별해야 한다는
숙명 앞에 그냥 애틋한 마음이 들어서다.
안녕!
아름다운 생명이여.
안녕
거룩한 생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