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으세요 라는 말이 오만하게 들려요.
내려놓음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번번이 부딪히는 용어가 있다.
논리와 추상이라는 두 가지 단어다.
심리학은 철학에 비해 마음의 영역을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이론적 영역을 벗어나는 마음을 설명하는 언어들 앞에서는
복잡해져서 마음을 느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때,
한의사가 쓰는 언어들과
병원 의사들이 쓰는 언어들은 차이가 있다.
검사장비에 의한 정확한 근거로써 병을 진단하는 의사와
개인이 느끼는 몸의 느낌이나 육안으로 보이는 상태만 가지고
병을 진단하는 한의사.
마음의 병이라는 병 앞에서는 그 어떤 진단장비도 없고, 호르몬 수치를 잴 수 있는 데이터도 없다.
단지 다양한 환자들의 치료에 따른 임상에 의한 매뉴얼화된 약물들이 있을 뿐이다.
어떤 논리적 사고를 하는 우울증 환자가 한의원 치료를 받으러 갔다.
한의사는 침을 놓고, 갖가지 치료를 한 후 마음의 처방을 내린다.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환자가 질문한다.
" 뭘 내려놓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내려놓아야 할게 뭘까요?"
한의사는 시계를 힐끔 보면서 생각한다.
( 이거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길어지겠는걸, 간단하게 끝내야겠다.)
" 글쎄요. 환자 본인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
마음을 내려놓으세요라는 단어가 너무 추상적이며
환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논리적 사고를 하는 환자는 화를 낸다.
그럼 정신과 의사는 어떨까?
정신과 의사는 마음을 내려놓으세요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까?
한의원에 비해 비용이 비싸고 진료시간이 길 테니,
환자가 하는 질문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답변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으세요라는 추상적인 처방은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약물이라는 확실한 방안이 있고, 약물은 확실하게 효과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님의 증상은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몸의 불균형이니 약을 드시면 반드시
나을 겁니다. 자 이제부터 약을 먹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도록 해 봅시다."
논리적인 환자는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라는 추상적 단어보다는 정신과 의사의 대안 있는 말에 더 신뢰를 가지게 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 아니 왜 그 단어를 이해 못 하지..... 내려놓아야 할게 얼마나 많은데, 하나부터 열까지 수천수만 가지도
있잖아. 무얼 내려놓아야 할지 모른다니 그게 말이 돼? 인간의 마음이 논리로 되는 게 어딨어.
난 말이야 내려놓는다라는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 "
논리적 환자는 말한다.
" 무엇을 내려놓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내가 질문을 하면 이렇게 대답해야 하는 거 아냐?
지금 뭐가 가장 힘드세요라든가, 지금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게 어떤 것이 있으세요라고, "
마음공부 처방전 5인방이 있다.
이 5인방은 모두 같은 뜻이면서, 다르고, 확실하면서도, 애매모호하다. 추상적이지만 확실한 답은
자신 안에 있다.
받아들이기
내려놓기
놓아버리기
알아차리기
내맡기기
어떤 사람은 이 단어에 무슨 질문이 필요하며 무슨 추가 설명이 필요한 가지를 묻는다.
단지 느낌으로 이해되고, 알게 된다고 한다.
또한 단어 하나로도 치유의 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단어가 불편하고, 반감만 일어나며 , 아무런 느낌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리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의 충돌일까?
논리 란 사고와 행동면에서 타당한 기준을 취급하는 과학적 추론이고
추상적이란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는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다.
내려놓으세요라는 단어에 마음이 고요해지는 사람은 아주 긴 여정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추상적이니 논리라는 이런 단어의 문제는 아니다.
무수히 많은 길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아파해 본 사람만이
내려놓음의 단순함을 안다.
그들에게는 이 단어에 아무런 부가설명을 붙이지 않는다.
마음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내려놓음은 내 안으로 들어올 때는 이렇듯 단순하지만
상대방에게 쓸 때는 오만한 단어가 될 수도 있다.
마음을 내려놓으세요라는 단어는 어쩌면 불친절한 단어이다.
그러니 상대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언어가 되고 싶다면
의사든 한의사든 아니면 조언자든 상담가든
"마음을 내려놓으세요"라는 단어를 쓰기 전에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아주 긴 여정을 함께 할 시간과 상대의 마음 안으로 깊이 들어갈 관심과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