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 Nov 04. 2022

내 삶의 뿌리

장미

작가의 글에 딴지 거는 즐거움.......

칠레의 노벨문학상(1945년) 작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지은 [장미 뿌리]라는 글의 일부이다.



땅 위에나 땅속이나 생명이  있습니다.

사랑과 증오를 느끼는 생명이 땅속에서도 자라고 있습니다.


땅속에는 벌레들이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고

검은 밧줄 같은 나무뿌리가 있으며,

가느다란 지하수 줄기도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지하수가 나무뿌리를 만나 말을 건넵니다.

"나는 지금까지 너처럼 이렇게 못생긴 걸 본 적이 없어.

원숭이가 장난 삼아 꼬리를 땅속에 넣었다가 우연히 너를 보게 되더라도

못 본 척 그냥 가버릴 것 같다. 너는 지렁이인 척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지렁이처럼 윤기도 없고 또 움직일 수도 없잖아.

네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내 맑은 물을 마시는 것뿐이구나.

재수 없게 너를 만나 내 물이 반이나 없어졌어.

야! 이 못생긴 녀석아, 도대체 네 정체가 뭐니?"


뿌리는 겸손하게 대답합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지금 네 눈에는 길쭉하기만 하고

흙 범벅인 내가 하찮게만 보이겠지. 어쩌면 너무 피곤해 보여 노동자의 축 쳐진

어깨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 맞아, 나도 일종의 노동자야.

나는 내 몸을 대신해 햇빛이 비치지 않는 여기에서 일을 하고 있지.

나는 이곳에서 너를 흡수해 내 몸 곳곳에 보내주어야 해.

그래야 내 몸이 더욱 신선해지고 아름다워 지거든. 만약 네가 떠나면

나는 또다시 생명을 유지해 줄 다른 물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야 하지.

네가 언젠가 햇빛이 밝게 비치는 곳에 가게 되면 땅 위의 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거야"


지하수는 뿌리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은 채 속으로 "나중에 두고 보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지하수 줄기는 계속해서 흐르고 흘러 땅 위의 세상이 보이는 곳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는 얼른 땅 위에 있는 나무뿌리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아름다운 봄 햇살이 비추이는 곳에 있는 나무뿌리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미꽃이었어요.


나뭇가지 위에 굵직한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공기 중에는 향긋한 장미향이 퍼져나갔어요.


한편, 지하수 줄기는 큰 도랑이 되어 아름다운 꽃이 활짝 핀 초원으로

계속해서 흘러갔어요.


"세상에, 이 못생긴 뿌리가 정말 아름다운 면을 가지고 있다니..... "

하면서 말이죠.


본문증 발췌



이 글을 읽으면서 감동과 교훈이 함께 교차한다

교훈적인 이야기는 감동이 덜하다. 너무

뻔한 결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좋은 글은 딴지를

수 있는 넉넉함이 있기에  좋은 글은 그만큼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드라마도

너무 뻔한 결말이더라도 좀 더 다른 여정의 길이 있다면 감동의 흐름을 이어갈 수가 있다.

 작가의 글이  착하면   독자는 바꾸어 읽으면 된다.

다른 사유의 생각들이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간다.


장미의 뿌리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존재하는가?

뿌리의  헌신으로 장미를 피어나게 하는가!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뿌리의 헌신은

덧없는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아닐 텐데도 말이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듯이

인간의 아름다움도 번식이 끝나면 진다.


하지만 뿌리를 가진 생명의 아름다움은

뿌리를 지탱하는 힘에서

나온다.

뿌리의 영역을 아름다움과 비교하다니.....

비교 자체가 애 메모호 하다고 여겨진다.

뿌리는 아름다움의 영역을 넘어선 숭고함이다.


내가 글을  쓴다면 장미의 아름다움의 허망함을 먼저 노래한 후에

뿌리의 영원한 생명의 영역으로 들어갈 것 같다.

아름다운 장미가 뿌리를 땅속에 품을 수 있는 그 가치를 쫓아갈 것이다.


또 다른 독자들은 그런 의미로 읽었는지 모르지만.



흙뿌리에서 태어난 장미의 오만함!

영혼처럼 순수한 뿌리의  관대함에

대한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


글 쓰면

시간만 들고

쓸데없는 사유만 하는 것  같은 날!

물어본다.


좋냐? 이러고 사는 게!



그러면 침묵으로 너를 묻어주랴?

이러는 게  쓸데 있는 짓 같아!


사유 없는 시간은


장미의 아름다움에만 홀려

뿌리를 생각하지 않으며

평생을 사는 것과 같다.


장미 간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신의 뿌리가 어둠 속에서  빛과 물줄기를 향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숭고한 몸짓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땅속 흙더미에 쌓인 뿌리가

자신이 아름다운  장미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과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