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가 되기 위해 사람을 만난다.
채근담
얼마 전 잘 알지도 못하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채근담이라는 책인데. 성공에 대한 하루의 명언 같은 산문집이었다.
선물한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몇 페이지 읽고서 박스에 넣어버렸다.
뭔가 성취하려고 열심인 삶을 포기 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분은 늘 긍정의 메시지가 가득 찬 글들을 쓰고 모임에서 긍정아이콘으로 통했다.
어느 날 딸이 쓴 문자를 보여 주었다.
"엄마를 곁에 두고도 엄마가 곁에 있는데도 나는 엄마가 보고 싶다."라는 글을 아무런 맥락 없이 보여주면서
너무 행복한 엄마다. 내 아이들은 이렇게나 나를 사랑한다라며 눈가가 촉촉해지는데...
무슨 사연이 있구나 이 모녀는...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얘길 듣고 뜨아아 했다.
자신의 짜인 교육열로 착한 딸이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였다.
어디를 여행해서 좋고 어느 유명한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난 행복한 사람이고, 어떤 공연을 봐서 좋았다. 늘 언제나 좋았다의 대화의 행렬.....
그녀를 좋게 보려면
열심히 사는 것이 미덕이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미덕이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것이 미덕인 사람.
으로 정의 내릴 수 있겠지만.
그녀의 웃음 뒤에 숨겨진 무관심.
긍정뒤에 숨겨진 사유 없는 무지함.
성찰 없는 성취감.
자신감과 자만감 뒤에 숨견진 자기기만이
예스뒤에 숨겨진 진짜마음이
선명하게 보였다.
. 책을 선물한다는 건 마음을 선물하는데... 이 사람은 내 마음 하나 읽지 못한 걸까?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한 거로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임에서 딱 두 번의 만남 뒤에 호감을 느꼈다면서 전화를 걸어와 단둘이서 당장 만나자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정하는 것이었다.
정중하게 컨디션을 핑계로 만남을 거절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암웨이 같은 종류의 다단계를 취미로 하시는 분이라고 들었다. 친해지고 나면 물건을 권한다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뭔가 목적의식을 깔고 있는 사람을 병적으로 마음이 감지를 해 버린다.
누구나 목적의식은 있다. 하지만 사람자체에 대한 몰입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성취하려는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거부감.
공적이든 사적이든
첫 대면에서
작은 손가락사이로 서로의 인생의 축약본이 들어있는 무수한 질문들이 생략되는 명함을 건넨다.
현대사회는 슬프게도
어느 대학을 나오고. 아파트평수는 몇 평이고, 어느 지역에 살며, 직업이 뭔지를 알게 되면
대충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끝난다.
그것도 모자라다 싶으면
먼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명함을 건네고 자신의 이력을 쭈욱 나열하듯이 이야기한다.
과거 자신이 거쳐온 이력까지 보태어 말하고, 현재 자신의 포부로 자신감 있게 자기소개를 마무리한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무얼 하면서 살아왔는지 에너지가 넘치고... 마치 데이터를 보듯 다 보여주는 사람!
다행히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이 나에게 호감을 느낄 만큼 내가 영양가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상을 먼저 다 털어 주는 사람.
이미 자신의 모든 걸 다 내보여서 무얼 궁금해하라는지... 인터뷰를 하기도 전에 모든 걸 다 말해 버리는 사람!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것일까!
많은 스토리로 자기소개를 했지만 도대체 뭐라는 건지... 그래서 뭐?라고 질문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자기소개를 끝내자 말자.
상대의 이력을 꺼내놓기를 재촉하는 사람들이다.
질문공세를 하면서 나의 신상 털기에 돌입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한마디 해주고 싶다. "궁금한 것은 메일로 보내드릴게요."그럼 이만 전 바빠서요.....
어떤 자리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기소개는 달라지고 또 변하겠지만,
사적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좀 다른 면을 보이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우리들 만남의 패턴은 그다지 다양성이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유능한 사람은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자신을 다 내보이지 않으면서도 호감을 얻고,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 내어 비즈니스를 이끌어 간다.
일도 성사시키고 상대의 호감도 얻어낸다.
내가 이런 만남에 서툰 이유는
누군가 맘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나 조치도 잊어버리고 상대와 나에게 몰입해 버린다.
나에 대해 솔직하지 않으면 즐겁지 않고,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성향은 비즈니스 하고는 거리감이 있다.
그렇게 나의 목적의식은 뚜렷하다. 타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는 내 귀중한 시간의 온전한 몰입이다.
나 자신이 되어 내 것을 보여주고 타인이 내어주는 나에 함께 집중한다.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사람은 좋아하는 영역이 풍부하다.
가장 매펵적인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깊이 있게 , 즐겁게, 아름답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안다. 화초 하나를 얘기해도 표현이 다르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다. 논리적이 아니어도 추상적이라도 좋다.
마음이라는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도 흥미진진하다.
눈앞에서 오디오북이 낭독되는 것만 같다. 날 고문대에 묶어놓고 듣게 해도 입도 뻥긋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나 자신을 몰입하고,
타인의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고 , 나의 시간을 버는 것
사람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 밥을 먹고 , 차를 마시는 이 모든 일들의 궁극적 의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혼자 있는 시간 그들과 나눈 많은 것들이 내 것이 되어 내 시간의 일부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 사람들의 체취가
사유가 풍부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의 뇌 속에 살고 있는 듯 빠져 들어가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혼자 있는 시간은 이야기계곡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사람들이 자꾸 좋아지다 보면 너무 좋아서 두려움이 생기고
사람들이 자꾸 싫어지다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혼자가 되어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이 된다.
너무 좋아서 거리를 두는 사람.
실망해서 거리를 두는 사람
결국 그렇게 모든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의 시간은 혼자만의 작은 보금자리가 된다.
사람과 사람의 시작과 끝은 결국
나 혼자만의 시간을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혼자가 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혼자가 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울리고
수많은 사람 때문에 울었다.
오늘도 혼자가 되기 위해서
정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