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가 불편한 이유

동지

by 토끼

몇 년간 혼자서 하던 마음공부에 새로운 동참자가 생긴 후

마음은 많은 변화와 진화과정을 거쳤다.


혼자가 아닌 둘의 공감대가 생기면 조금은 구체적으로

마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각자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다

하나의 공통된 마음의 패턴을 발견했다.


늘 똑같이 상황을 반복하면서 똑같이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스트레스와 감정들 안에 있는 나의 자아들의 습성들.

결국 이 자아들을 객관화시켜서 새로운 인격체로 인정해 주고

이 자아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둘이서 마치 역할극을 하듯이 서로의 자아들에게

많은 대화들을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상상력이 늘어나고,

조금은 어린아이처럼 되어 갔다. 둘만의 대화방식이 만들어져 가고

스토리텔링이 시작됐다.


우리가 마음에 대해 알아가면서

우리는 마음공부가 우리를 구원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확신은 둘만이 아닌 그 영역을 넓히고 싶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마음공부의 부작용은 마치 모든 종교가 그렇듯이

나에게 온 복음 같은 구원을 타인에게 전도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 이런 마음의 과정을 경험했더니. 스트레스도 적어지고, 정말

사람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관계를 맺는데도 여유로워지고 정말 좋아"


라며 우리가 했던 마음공부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의 순수한 바람은 우리만이 느끼는 이런 내면의 변화를

타인들과 나누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대화들을 지겨워 하기 시작하고, 부담스러워 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기도 했다. 마치 사이비종교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시선을 종종 보내기도 했다.


재작년에는 이렇게 해서 소원해진 관계가 몇 명 정도 생기기 시작하자,

이건 아니다 싶어. 나는 입을 닫았다.

나에게 좋은 것이 남에게 다 좋은 게 없고, 어설프게 알면서 타인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서부터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서 떠드는 시간이

재미가 없어서였다. 마음속에서 넘치는 이야기들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는 게 답답하고, 고역일 때도 있었다. 원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장님이 코끼리 다리하나 만지고서는 코끼리에 대해

떠들어대니 사람들의 성에 찰리가 없는 건 당연했다.


마음공부는 타인들로부터 자신을 독립시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방식을 강요가 아닌 삶의 방식과 말로써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공부는 잊는다. 그냥 늘 하던 데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상황에 적절한 이야기만 한다.

지인들과의 시간이 마음공부하기 전 예전처럼 다시 즐거워진 까닭은

역시나 마음공부의 내공이 점점 쌓여간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마음공부의 동지가 있어 그 친구와 마음껏 하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방식의 대화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마음의 회복탄력성이 생기고, 재미가 더해졌다.


마음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고, 어쩌면 , 각자의 방식을 나누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벗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행복한 마음공부가 사람들에게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방식이나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가 쓰는 추상적인

단어들과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 그리고, 체험을 거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험들, 5년간 길들여진 둘만의 시간 속에 습관화된 언어들은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는 반쯤 미친 사람들로 보일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보편타당한 그 어떤 해법을 사람들에게 내놓지 못하고,

주관적인 언어로 좋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었다.


마음공부는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자신은 그대로 두고,

또 새롭게 자신을 창작하고 창조하는 과정이다.

상천받은 과거의 자아들을 받아들이고, 그 자아들을 인정하고, 또 새로운 자아들을 만들고,

공부하고, 나 자신으로 즐겁게 대화하는 행복한 시간이다.


우리가 하는 마음공부는 그 어떤 지식이나 교리 해법 지침서나 매뉴얼이 없었다.

그저 마음 가는 데로, 상상력과, 느낌, 선과 악, 자기 자신을 부술 수 있는 파괴력 이런 것들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아니 앞으로도 우리는 아마 둘이서만 마음공부를 해야 할지 모른다.

다른 누군가에게 함께 마음공부를 하자고 할 수가 없다.


우리의 마음공부 방식은 그만큼 이기적이다. 왜냐하면 정답도 모르고,

이기적인 자아들은 들끓고 있고,

우리의 방식 속 언어가 아니면 우리는

즐겁지 않기 때문에 타인들을 낯설게 하고 지루하게 만든다.


우리가 같이 느끼는 걸 비슷하게 느끼고, 공유하는 사람은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욕심일 뿐이다. 우리의 욕심이 타인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그릇은 이만큼 밖에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즐거움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그 이기심에 충실하기로 하고,

그냥 그 흐름에 맡겨 보기로 했다.

언제가는 모두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단계까지 마음의 범위가 확장 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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