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스스로 남과 비교 하는거야!
감정의 민낯
요즘 너무 바빠서 새벽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책상 앞에 앉는다.
아침에 늘 겪는 나른함이나, 이불속의 꼼지락 거림, 기분 좋은 명상, 여분의 잠,
나를 위한 글쓰기.
이런것 따위는 없다. 긴장감 100프로 장착 자동으로 책상 앞으로 고고씽이다.
그리고 두세 시간 남짓 일을 한다. 낮시간 나의 평균 6시간 노동으로는 밀려 있는 일을
제시간에 끝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아침 노동 습관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자,
일을 하지 않는 날도 책상 앞에 자연스레 앉는다.
오늘 아침은 문득, 뼈 때리는 생각 하나를 잡는다.
요즘 삶의 우선순위가 자연스레 일이 되어 버렸다.
"급한 불만 끄자. 지금은 일할 때야 지금은 일이 먼저야"라고 나를 설득하며
일상을 산책도일에 반납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지금 바쁘기 때문에 삶의 우선순위를 일에 두는 건 당연하지만 나의 시간과 몸을 저당 잡히는 것도
모자라 마음까지 저당 잡히지는 말아야 하는데..... 요즘은 마음이 더 일에
노예가 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는 사건을 며칠 전 겪었다.
그것은 버렸다고 지부했던 과거의 환영을 마주하는 사건 이었다. 완벽주의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타인들과 비교하고, 그 기대치를 맞추고 있었다.
그 일은 나에게 아주 강한 현타를 남겼다.
아주 오랜만에 내 내면에 일어난 폭풍 같은 감정의
쓰나미를 만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보통 하나의 작품을 받으면 한 달이라는 스케줄 안에 일이 끝이 난다. 그 정도의 분량을 받는데...
일의 난이도는 복불복이다. 난이도가 세면 그 한 달을 힘들게 일해야 한다.
그런데, 난이도 가 센 일이 걸린 데다가, 이미 끝난 일의 화수에 뉴씬들이 쏟아져서 보름을 뉴씬들을
처리하느라 원래 일이 보름간이나 밀려 버렸다. 그래서
보통 한 달 안에 끝내던 일을 보름 안에 끝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눈을 질끈 감고,
소위 날림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스케줄 안에 일을 끝내야 하니
조금의 융통성이 필요했다. 이번 작품 속에는 비처럼 날리는
애니메이션 의상 씬들이 많았는데.....
콘티가 원하는 대로 기계적으로 드로잉 해서 가야 했다.
마음 같으면 좀 멋있고, 다양하게 그려 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냥 평균만 하자고 선택했다.
그런 선택은 작업시간을 많이 단축시켰다.
그리고 조금 여유가 생겨서 동료들과 커피타임도 하고, 산책할 여유도 가지고
나름 여유를 찾아서 뿌듯해하고 있는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우연히 같은 쇼를 진행하는 동료의 자리에 놀러 갔다가, 그만 못 볼걸 보고 말았다.
그는 나와 같은 쇼를 하고 있었는데. 나보다는 한 시퀀스 앞이었다.
나와 비슷한 비처럼 바람에 날리는 옷을 드로잉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콘티와 다르게
다양한 형태의 옷과 모양 디테일이 살아 있게 작업하고 있었다.
순간 나의 기계적인 애니메이션과 그의 다양하고 우아한 움직임이 완전하게 차이가 나고 비교 됐다.
보통 때라면 " 에잇 뭐 저렇게 까지.... 극장판도 아니고, 아주 예술을 하는구나, "
내지는 " 난 시간이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한 쇼에서 앞뒤 시퀀스가
너무 퀄리티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욕 좀 먹고 말지 뭐 , 나도 시간이 넉넉했으면 저렇게 했을 거야."
라며 대수 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뇌는 그렇게 설렁설렁 헐렁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심장은 마치 몹쓸짖을 한 사람처럼
펌프질을 해대고
뇌는 경보음을 울리면서 마치 철퇴를 맞은 것처럼 마비 됐다.
" 어떡하지 너무 차이가 나는데.... 내가 날로 먹은 티가 너무
나잖아. 분명 화면에서 티가 날 텐데... 나 이러다가 이번 쇼 때문에 커리어에 타격을 입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맴돌면서 순간 그렇게 달콤했던 커피맛이 쓴맛으로 변하고, 사무실이 먹구름으로 변했다.
누군가와 비교당한다는 거, 그리고, 나의 커리어에 흠집이 난다는 거, 그리고 밀려난다는 거.
이런 단어들과 그동안 담쌓고 지냈는데....
일순간 와르르 무너지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끝을 낸 씬들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문자로 후반부서에 회수요청을 하고 있었다.
이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한 템포 쉬고, 심호흡을 할 시간도 가지지 않았다.
요즘의 나라면 이런 비슷한 일을 겪으면 배짱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결과에 따라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질 마음만 먹으면 그만 이었는데... 이번은 정말 달랐다.
나는 달라진 나의 행동에 적잖이 놀라 당황하고, 있었다.
이런 일에 이렇게 충격받고, 허둥지둥하는 스타일이 분명 아니었는데....
이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이 모습은 바로 과거의 나였다.
씬들을 회수하고, 결국 며칠을 꼬박 수정을 해야만 했다.
그 시간 나는 잠을 설치고, 가슴이 답답하고, 나의 시간을 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의 씬들은 그가 했던 씬들과 조금 달랐다.
비처럼 날리는 옷들은 배경처럼 뒤에서 날리기 때문에
내가 했던 드로잉 만으로 충분했었다. 쓸데없이 디테일을 살리지 않아도 됐었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당한다는 생각이 불러온 참상은 나를 괴롭혔다.
고치지 말고 나의 소신대로 밀어붙여서야 했다. 욕을 먹더라도. 만약 이 일 때문에
잘린다거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나의 배짱만큼은 쪼그라들지 말아야 했다.
이 모든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그건 분명 일이 우선순위가 됐던 요 며칠 다시 과거로 회귀해 버린 나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나의 세계는 변했다고 자부했지만 여전히 완벽주의에 일에 전전긍긍하는 모습 앞에
다시 전의를 가다 듬어야 함을 절감했다. 그리고 오는 아침 선언했다.
아침에는 일을 하지 않기로....
아침시간은 나만의 시간으로 늘 채우자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시작한 이후부터 인가?
아니면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나의 뇌는 분명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다.
아주 작은 일 하나에도 격하게 반응하고, 지각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각변동은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고, 비워야만 하는 과정이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유로워지는
과정이다.
내 글을 읽은 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 참 피곤하게 사시네요, 그런 생각을 하면 머리가 터지지 않나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세요."
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 이런 게 피곤하고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터지면 그것도 머리인가요? "
나는 내 감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만의 것으로 나의 세상을 바꾸고 있다.
완벽주의자 성향 때문에 늘 열심히 모자람을 채우려고,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던
과거의 내 모습 속에 기억된 감정들은 지금변화된 내 안에서 두배로 더 예민하게
튀어나와서 내 감정을 지배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과거의 감정들을 지금은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과거는 이미 사라졌거나 소멸되었고, 지금 현재를 사는 나는
과거의 기억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때의 나조차도 사랑하기에
그런 과거 속 감정들을 새롭게 받아들인다.
비록 진짜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아니더라도 그 감정들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과거의 감정들은 학습된 감정들이다. 그 감정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면서 지금의 나와 공존한다.
그 감정들을 토대로 나는 진화하고, 변하고, 그렇게 나다운 감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은 나만의 해석으로 재 탄생 한다.
슬픔, 기쁨, 초조함, 두려움, 즐거움, 불안감. 이런 사회적 언어가 아닌
내가 만든 감정들의 해석으로 자리 잡아간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만의 새로운 감정들의 이름이다.
과거 속 나 그들에게는 분노이고, 기쁨이고, 슬픔이었던
감정이 나에게로 와서 모호함이 되어 달라지고, 새롭게 해석되는 감정들이 되고 있음에
오늘의 내 감정들이 속삭인다.
"앞으로 만나게 될 너 안의 감정들을 두려워하지 마. 난 이제 새로움이야. 너의 과거감정의
찌꺼기도 아니고, 과거감정의 답습도 아니고, 되풀이도 아니고, 트라우마도 아니고,
상처도 아니야, 지금부터 네가 느끼는 감정들은.
네가 너 자신이기를 바랐던 모든 순간들이 만들어낸 모습의 느낌들이야.
네가 며칠 전 느꼈던 누군가와 비교당해서 느꼈던 그 쓰나미 같았던 감정이 넌 과거의 감정이라고
했는데... 그건 지금의 감정이야! 너에게 이제 과거의 감정은 없어.
모두 생생한 너의 감정들이야, 그 쓰나미 같은 감정 때문에 괴로웠다고 말하지는 마!
감정들은 널 괴롭히려고 너에게 일어나는 게 아냐! 넌 단지
감정을 경험하는 거고, 네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자기만의 해석이 중요한 거야! 결국 넌 그 감정을 경험하고,
일에 치여 너 자신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걸 알았잖아.
너의 시간을 되찾고 싶어서 찾아온 과거의 감정 앞에서 넌 너의 감정을 끌어안았어.
역시 넌 모든 감정을 사랑으로 품어 안았구나! 멋지다.
이제 그 어떤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을 느껴도,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라고 생각하지 마
이제부터의 감정은 새로운 경험이고, 너 자신의 삶을 살면서 만든 감정들이니까
새로움이야! 그러니 두 팔 벌려 그 감정들을 환영하고, 사랑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