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지인들과 하는 작은 음악밴드 송년회를 파티룸에서 조촐하게 마쳤다.
성별이 남자가 좀 더 많은 모임으로
벌써 5년째 이어오는 송년 모임에서 매번 느끼는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오늘 내 글의 주인공 그녀에 대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그녀는 여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털털하고 때론 과감하며 할 말은 하는
주체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남자들이 여럿 섞인 자리에서는
딴 사람이 된다.
새침데기에다, 두 눈은 하늘로 반짝이며 입꼬리는 초승달로 고정되고,
표정은
사랑밖에 난 몰라. 난 아무것도 몰라, 앙 나몰랑, 버전이 된다.
노래도 못 불러, 춤도 못 춰, 아무것도 못한다고, 자리에서 베베꼬며 앉아 있다.
물론 그녀는 .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도 자기가 그러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이중성이 꼴불견 처럼 느껴지다가도.
내가 보기에도 가끔은 그녀는 사랑스럽다는 거다.
그녀의 변신에 적응이 안 되는 나의 시선은 모임내내 촬영카메라를 돌리듯 그녀의 동작들을 쫒아 다닌다.
나를 포함한 들러리 여자들은
남들 노래 부를 때 열심히 달려 나가서 춤도 추고, 코러스도 넣고, 몸을 아끼지 않고
흥겹게 놀아주는데..... 노래방 마이크는 언제나
그녀 앞으로 간다.
"노래해" " 노래해" "노래해"
남자들이 환호성 친다.
"전 노래 못 불러요. 같이 불러주세요."
어느새 그녀 주위에는 남자들이 병풍처럼 서있다.
그녀는 소녀처럼 수줍게 노래하고, (못 부르긴 못 부른다.)
응원의 함성들이 남자들 에게서 터져 나온다.
이쯤 되면 그녀의 리사이클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녀의 팜므파탈은 백치미에서 나온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 절대 그녀를 이길 수도 욕할 수도 없는 한 가지가 있으니...
그녀의 이쁜척 하는 표정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순간에 진심인 그녀의 마음이다.
다른 여자들은 자기 노래가 끝나면 수다를 떨거나 무심한 표정으로 그저 설렁설렁 앉아 있을 때
그녀는 너무나 행복한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한다.
그녀가 얼마나 모임 안에서 사람들을 애정하고, 순간순간에 행복해하고 있는지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결국은 아무도 그녀의 변신 앞에 토를 달 수가 없고, 그녀를 넘어설 수가 없다.
그녀와 나는 물론 친하다. 우리는 그녀가 없을 때
그녀의 험담을 한다.
아니 여우같이 말도 잘하는 애가 평소에 부끄럼도 없는 애가
왜 노래는 못 부르지
왜 춤도 못 추지..... 노래도 춤도 자신만의 언어가 아닌가!
노래를 즐기러 왔으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못 불러도, 못 추더라도 막춤이라도 추면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 즐겁지 않은가!
그녀의 그런 면이 가식이 아니라는 걸 물론 안다.
그녀는 남자들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공주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넘친다.
나 자신으로써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의 그 어떤 모습이
남자들의 시선을 자극하고, 사랑스럽게 보이라는 걸 그녀는 뼛속깊이 안다.
그래서 그녀를 질투 하는가?
다행스럽게도.
이 모임에는 그녀를 질투할 만큼
멋진 남자들이 있지는 않다.
남자와 여자들이 모이는 공간에는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 모임에서는 여자들의 인품이 어찌나 훌륭한지
질투라는 게 없다.
혹시 여자들이 모르는 사이 남자들끼리 질투의 향연이 벌어질지
그건 모르는 일이다.
그쪽 세계는 내 소관이 아니까 말이다.
하나의 철칙은 있다.
절대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 곳에는
그녀를 데려가지 않는것이다.
질투는 측축한 걸레에게 느낄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젖은 낙엽의 무거운 감정도 아니디.
바스락 거리는 낙엽. 툭 갈라진 나무틈새를 가르는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흰도화지가 구겨지는 소리. 내면의 결핍이 내는 소리들이다.
꼭꼭 숨겨진 욕망이 툭 튀어나오는 소리
화르르 타오르는 열기를 식히는소리.
들킬까봐 애써 아닌척 하는 소리 .
그때 뽀루퉁 아닌척 비꼬고 비아냥 거리고나면
들키고 만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수치심이 든다.
수치심은 치욕을 몰고온다.
질투가 나의 힘이라는 어느시인의 말처럼
새로운 화학적 방정식이 되려면
사랑하자.
그녀처럼 홀릭되듯
순간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