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야기 1편

피해의식

by 토끼

분명히 때리기 전에 맞는 계획 따위는 없었다.

상대는 가족이 아닌가!



마누라를 때리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복받쳐 오르는 화와 억눌린 분노가

신들린 듯 손바닥에 힘을 실었다.


어느 드라마의 이미지가 날 폭력으로 유혹했거나.

한 대를 때려야지만.

지금까지의 쌓였던 울분을 잠재우리라 생각한 건지 모른다.


부부싸움의 양상이 최고조에 달했던

결혼 15년 차.

나는 경상도 여자특유의 화끈함이 있어

싸움뒤에는 뒤끝이 없다.


아무리 험하게 싸우고 나도 다음날 깨끗하게 잊는 방 면 남편은 집요한 스타일이다.

자신의 말을 이해시키기 위해 날을 꼬박 세우기도 했다.

이미 다 끝난 문제를 다음날 들이대면서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날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팔을 들어 빰을 조준하고 선빵을 날렸다.


피부가 찢어지는 파열음이 들렸다.

하지만 내 손바닥이 얼얼함을

느끼기가 무섭게

그다음 빛의 속도로 인정사정없이

그대로 내 빰위로 번쩍하는

큰손이 지나갔다.


와! 진짜 하늘에 별이 총총 떠다니는 것 같았다.

(비겁하게시리 난 빰을 스치기만 한거 같은데.

진짜 주먹을 날리는게 어딨는가!)


우리 부부는 나란히 서로를 가격하고.

두 손으로 빰을 감싸 쥐고 신음함과 동시에

너무 놀라서 충격을 먹은 채 바라보았다.


긴 정적이 거실에 흐르고.

주저앉아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때 이후로 한 번도 그때의 일을

말로 꺼낸 적이 없었다.

또한 남편의 집요한 말씨름은 반복되지 않았고. 나는 남편의

이야기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남편의 눈을 응시하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그것이 9년 전 일이니까 그 이후로 작은 말다툼들은 여전하지만

쭈욱 휴전 상태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한 번의 센 폭력의 효과는 우리들에게 자신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에 가끔은 친구에게 폭력예찬을 하기도 한다.


맞아봐야 알고 때려봐야 아는

폭력의 세계에 나도 발하나는 담가 봤다고.....


나의 폭력성 밑바닥에는 피해의식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경청을 잘하고, 상대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나는 사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위장된 평화를 위해

매번 이해하는 척하면서 부부사이의 진짜문제들을

직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 자조하고 있었다. 나는 노력하고 있다고,

그런 나의 피하는 약함을 선으로 둔갑시키고,, 남편의 파고드는 직면을 악으로 간주했다.


그런 무의식이 쌓여서 피해의식을 만들고,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복받혀서 아마도 폭력으로

폭발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력의 범주안에는 정서적 폭력이 더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서로에게 크고 작은 정서적인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일 수가 있다.



선한 척하면서 가족 간에 내뱉는 말들

" 당신은 그게 문제야, 아니 이만한 일로 화를 내면

세상에 나가서 도대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려고 해"

" 당신이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아파,

빨래를 해 청소를 해, 매일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 다 네가 예민해서 그래 딴 사람들은 애를 셋씩이나 낳고도 잘만 키우는데

애하나 키우면서 무슨 유난을 떨어 "

" 너만 잘하면 돼 딴 사람걱정은 하지 말고, "

" 아이고 내가 너 같은 걸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


이런 말들의 범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은 피해의식이라는 작은 불씨를

안고 살아간다.


피해의식에 노출된 약한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드라마 속 폭력을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얼마 전 소년시대라는 드라마를 하루 만에 정주행 했다.


임시완의 충청도 사투리의 코믹연기가 잔인한 폭력을 뛰어 남을 만큼

재미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22년도에 웨이브에서 보았던 "약한 영웅"이라는 드라마가 오버랩 됐다.

학원장르물로

최고봉은 약한영웅 이다.


나는 르와르 영화보다는 학원장르물을 좋아한다. 남자들의 권력을 둘러싼 이권다툼 주먹보다는

무모하고, 불안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그런 서툰 주먹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본능적인 행위로 느껴져서

감정이입이 더 된다. 또한 어른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오래전 생각만으로도 소름 돋는 폭력의 사건현장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40대 초반 동료 5명과 방배동의 어느 술집에서 5시에 이른저녁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이른 저녁이라 그때 술집 안에는 우리 일행과 남자 6명 딱 두 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었다.

우리가 치킨을 저녁 삼아 맥주 한잔을 기울인 지 30분이 채 안 된 시간

갑자기 옆테이블에서 큰소리로 남자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서로 멱살을 잡거니 말거니 하더니 삽시간에 남자 여섯이 서로 엉켜서 10평 남짓한 술집에서 물건들을 던지고, 주먹질, 발길질이 시작됐다.

놀란 우리 일행은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술집 주인과 여자종업원과 함께 테이블 밑으로 숨었다.


그때 상황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어찌나 싸움이 격렬하던지

나중에는 거대한 화분까지 던져졌고. 삽시간에 바닥에는 유혈이 낭자하고,

가계 안의 모든 물건들이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도무지 밖으로 도망갈 타이밍도 없었고, 발이 땅에 얼어붙어 덜덜덜 테이블 밑에서 떨고 있었다.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올 기미가 안보였다. 지금생각하면 그들은 아마도 조폭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 싸움을 지속할 수가 있었을까?


주먹들이 상대를 때릴 때의 퍽퍽하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그 무서운 살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피부가 주뼛주뼛 설 정도로

무섭다. 30대 때 이종격투기 경기를 한번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좌석이 멀어서 관중들의 함성만 가득하고, 주먹에서 느껴지는 그 퍽퍽하는 소리는 경험할 수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본 주먹의 세계는 판타지물에 가깝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주먹들의 행진은 그저 살벌함 그 자체였다.

그때 폭력이라는 게 어떤 건지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됐다.


아마 지금 같으면 무서워도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표정도 관찰하고 싸움의 여러 유형들을 살피면서

분석정도는 할 정도의 담력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인지 중간 부분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경찰이 문을 열고 공포탄을 쏜 것 같았는데...

아수라장이 된 가계를 빠져나와 정신없이 거리로 나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한 친구는 공짜로 술을 마셨다며 해맑게 웃었고, 우리는 그녀를 따라 허탈하게 웃었다.

넋이 나간 우리들은 그대로 집으로 갔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내게는 먼 이웃들의 얘기로만 알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경험하니 이성을 잃을 만큼 공포 그 자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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