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미안해

by 토끼

"나 오늘 우울해."

"아니"

"아니 내가 우울하다고......"


친구의 카톡에 급히 마무리해야 할 일에

손을 놓고 핸드폰 앞에

앉는다.

"왜 그래"

답장을 쓰고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맥주 한 캔을 딴다.

핸드폰 너머 친구는

말이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침묵한다.

전화를 하려다 그만 둔다.


적막한 카톡방에서 혼자.

친구에게 글을 쓴다.

나도 사실 오늘 우울해

라고 주저리주저리 쓴다.

맥주 한 캔이 금밤 바닥난다.


얘는 지금 카톡을 하기 싫을 만큼

우울한가!


맥주 두 캔을 따고 음악을 틀고

또 주저리주저리 카톡방에다

글을 쓴다. 오늘하루 내 어긋난 감정들을

또 써 내려간다.


친구가 오지 않는 이곳 난 왜 이곳에서

혼자 떠들고 있을까?

곧 올 것 같은 예감 때문일까,

자기 말만 던지고 사라져 버린

친구에게 화가 난 걸까?


카톡을 잘 보지도 않던 과거와 달리 난 요즘

친구와 카톡을 지주 한다.

만날 시간이 없으니 카톡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하지만 오늘은 서로 시간이 어긋난다.


주저리주저리 말만 늘어나고.

혼자 청승맞아서 카톡방을 나온다.


이상할 거 하나 없는 밤이다.

친구에게 답장이 온다.


미안하다고.

일이 있었다고....


그 말 한 미디뿐이다.

난 문득 걱정이 앞선다.

무슨일이 생긴 걸까?

내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미안함만

가득하다는건

마음이 복잡하다는 이야기다.

문득 나도 미안해 진다.


하지만.

친구는 내가 주저리주저리 떠든 이야기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단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만 한다.


뭐가 미안하지 난 너한테

그냥 미안한 존재가 아냐!

그냥 너의 우울이 궁금했고

나의 우울이 너의 우울에 닿고 싶었을 뿐이야.


넌 미안하다가

아니라

"괞잖아? 난 괜찮아졌어라고"

"난 아직좀 그러네"

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쓴 주저리주저리 글을 잠시라도

읽었다면....


너의 미안함은 단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항께 있어주지 못했다는 그 이유 때문이니?

아니면 나보다 더 중요한 일 처리를

하느라 나한테 소홀했다는 거니?

아니면 그냥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면피용이니?

아니면 우울하다는 얘기를 던져놓고

다시 명랑해져서 날 잊고 즐겁게 놀다.

카톡이 쌓여있어 쫌 미안해진 뭐 그런 거니?


아무래도 좋아. 넌 그 미안함으로

편안해지고

나의 우울에 대한 주저리주저리는

내일 다시 얘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친구야 우리가 친구라면

조금은 내 마음을 들여다 봐 주길 원했어.

우린 사무적인 그런 관계가 아니잖아.

적어도 친구라면.

난 그래야 한다고 봐.


미안해라는 말 말고.

좀 편해졌니?

라고 물어 주길 난 바라는 거야!


난 미안해라는 말이 싫다.

그말은

가끔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건조하고

냉정한 말 같다.


그래서

나도

말할게


널 미안하게 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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