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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24. 2024

일도 사람도 몰입해야지.

요 며칠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몰려와서,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는 글을 쓰기 위해 이 공허감과 함께 붙어있는 감정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불행을 쓸 때 최대한의 감정을 느껴서 글을 쓰고, 공허감이 들 때는 이 공허를

있는 그대로 힘껏 밀착시켜서 느껴 본다.


 공허감이란 사전적 의미는 지루함, 소외, 무감정의 의 감정이고,

느낌은 기분부전장애, 우울증, 외로움, 절망, 기타 경계선 인격장애, 를 동반한다는데,

사람들마다, 자신이 느끼는 공허한 감정의 상태가 다를 것이다.


모든 감정의 속성은 심하지 않을 때는 병이 아니다. 이것은 에너지원으로 쓸 수가 있다.

공허한 감정의 느낌은 가슴이 휑하니 뚫리고, 바람이 숭숭 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공허는 답답함이다.  뭔가에 갇혀서 마음이

그 어떤 방 속에 갇혀 있는 느낌,  문을 열고 나가면 바람에 다 날아가거나 날려 버릴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갇혀있거나

볕이 들지 않고, 어둠 속에 있는 그런 느낌이다.


신체화가 진행되지 않은 공허한 감정을 붙잡고, 이렇게 느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감정의 에너지가 생성되기도 한다.


요 며칠 공허감이 든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무언가에 몰입한 적이 없다.  일도, 사람도,

즐거움도, 그 어떤 대상이나, 행위, 물건에도... 계속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 어떤 일이 목적이 돼버리면 재미가 사라진다. 일을 잘하겠다는 목적이 되고

그 어떤 눈치를 보게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요즘난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 위해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저 신나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다고 잘되는 것도 아닌데...

나의 포지션은 언제나 하다가 안되면 리 때려치우자이다.  최선을 다해도 일이 꼬이고, 안되면 때려치우고, 놀면된다.

놀다 보면 뭔가 새로운 게 기다리거나 다른 일들이 생겨난다.하지만

내가 너무 오래 일을 손에 놓고 있었는지.. 요즘 좀 절박해져서인지..

잘해야 된다는 강박이 생겨 버렸다.


  주변환경들을 나에게 맞추고 나의 방식대로 일을 했는데.

일과 시스템 사람이라는 틀속에다 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이런 틀속에서는  몰입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꺼이 하고 싶어서 재미있게 해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만 하고 있다.

몰입이란 목적이 없이 일자체를 즐기는 행위이다. 언제 내가 일을 일로써 했던가! 하나의

일상 속에 끼워진 몰입의 시간 속일 뿐이었는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일이 목적이 되어 버리면

재미가 없어지고, 공허가 찾아온다.


그때는 이렇게 글을 쓰면서 이 공허를 충분히 맞보고, 내 마음속에서 몰입해서 이 상태를 즐겨야 한다.

답답한 독방에 갇힌 것만 같은 이 감정을 눈을 감고 느낀다.  명상 속으로 들어가

이 감정 속에서 만나는 것의 느낌을 잡는다.


느낌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몇 시간이고 가만히 이 느낌 속에 있는다.

생각이 들면 생각을 알아차려 주고, 생각이 나가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생각이

가면 그대로 두고, 나는 공허라는 감정을 계속 붙들고만 있다.

공허 속에 그 어떤 단어나 행위. 사건들은 들여놓지 않고,

공허한 감정들만 붙잡고, 이감정을 충분히 받아들인다.


마치 평생 이감정속에만 있을 것같이....

어쩌면 이렇게 알아차리고, 느끼고, 받아들이다 보면  공허라는 감정이

나를 놓아주고 조용히 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공허가 나가 버린  독방의 문이 활짝 열리면,

성큼성큼 그 방을 나가서,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참나와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자 이제 우리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 무얼 하지

이제 일을 해야지... 너의 시간 속으로 들어온 것들을 즐겨야지...

그렇지.... 지금 이 순간은  네 최고의 시간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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