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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27. 2024

뉴진스를 걱정하면서.

민희진

퇴근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옆에 앉은 젊은 여자가 열심히 유튜브 영상에 빠져 있었는데.

야구모자를 눌러쓴 여자의 영상이었다.

낯익은 여자였는데... 자칭  뉴진스의 어머니라 불리는 민희진대표의 기자회견이었다.


뉴진스첫 앨범을 가슴설레이며 들었던 나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기자회견 유투브를 보았다.


어도어와 하이브의 분쟁이 요즘 핫이슈다. 25일 민희진 기자회견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 나훈아 기자회견사건 이후 최대의

파격적인 기자회견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기존에 하던 형식의 틀을 과감히 깨고, 마치 쇼프로처럼 욕설과 가십이 난무하는 신파적 요소와

재미를 다 갖춘 기자회견이었다.


" 개 xxx들과 같이 일 못한다."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뒤에서 갖은 말하고, 앞에서 고상한 척 못해요. 이게 저예요."


기자회견이라는 고정된 룰을 예상했던 대중이라면  이보다 더한 재미거리가 없을 정도로

신선하고, 버라이어티 했다.  


한 기업의 경영자가 아닌 그녀는  연예인이었다. 눈물과 울분, 호소가 곁들여진 이 정도로 솔직할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감정과 민낯을

다 드러낸 감정적인 기자회견이었다. 그녀의 전략은 일단 성공했다.

하이브가 민희진을 배임혐의로 고발하고,  그녀가 경연권 탈취는 구조상 불가하며, 사내고발로 인한

부당한 처사는 참을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하이브 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자회견 이후로

여론이 그녀 편으로 돌아섰다.


대중들의 관심은 무엇이 진실인가에 있다. 민희진은 노래만 안 불렀지.

빠른 템포로 속사포처럼

웬만한 래퍼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방시혁과, 하이브경영진들을 향한

날카로운 디스와 폭로들이 이어졌다.

"기자님들도 제발, 받아 쓰시지만 말고, 대기업의 네트워크만 보시지 말고, 소수도 봐주세요. 써주세요."


이 말을 하는 그녀는 언론의 실체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 봤을 불합리하고, 부당한 대우들을 받으면서 말 한마디 못하고, 일해야 하는

직장인의 비애도 함께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민희진이 월급쟁이 사장으로 개같이 일했는데, 자신은 팽당했다는 사실에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민희진은 뉴진스 성공으로 모회사로 부터 회사의 지분 18프로를 받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대표이사다.

그녀는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는 그런 월급쟁이가 아니다.

자신을 직장인 포지션으로 성토하면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호소에는

마음이 가지만

민희진은 조금 다른 포지션인 2대 주주의 위상으로써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민희진의 억울함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민희진의 기자회견은 양아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민희진을 K팝의  구조의 부조리를 까발리는 혁명적 인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지 이번사태는 한 개인의 욕구불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민희진의 눈물은 단지 자기편을 만들기  위한 편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희진은 경영자마인드로써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기득권에게 저항하는 마인드가 독립투사가 아니다.

독립투사는 약자와 소외계층 편에 서서 기득권에게 저항하는 것이다.


뉴진스는 거대자본 하이브의 투자로 성대하게 데뷔에 성공한 명실상부한

슈퍼스타다.  그런 슈퍼스타를 등에 업고, 자신의 지분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 아티스트를 이용하고 있다.

그녀의 명분은 하이브가 뉴진스를 카피해서 새로운 그룹을 론칭시키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자신이 항의하자 자신을 해임시키려고 하고 있기에 자신의 억울함을 알기기 위함이라고 한다.


뉴진스가 하이브의 유일한 걸그룹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그룹만이 독보적 위치로써 존재하기 위해

다른 그룹의 데뷔를 저지하고, 독립적 레이블의 선의의 경쟁을 방해하며, 뉴진스를 자신만의

독점적 그룹으로 생각하는  사적인 욕심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하이브의 수장 방시혁은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민희진은 폭로한다.


민희진 사태의의 결과를 이렇게 까지 끌고 온 하이브의 책임은

 이윤추구만을 향해 달려오면서,  자신들이 십 대 아이들의 인생을 다루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잊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희진 또한 하이브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자회견은 혁명임이 분명하다. 한국 음반 시장포토카드등의 문제점,  명백한 부당 거래조약,

아직도 갈길이 너무 먼 표절문제의식부족,

그 누구도 이런 욕설과 날것그대로의 방식으로  이런 적나라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그녀는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다른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받고  누린  자본의 힘과 역할을 당연하게 여기며 뉴진스는 내가 키웠다며,

당당함만을 강조하는데...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 억울한 건지.... 


이번 기자회견이  이것이 최선이었나?

하는 질문은 계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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