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 유튜브 댓글들을 쭈욱 읽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응원하고, 하이브를 비난하는 댓글이었다.
90프로의 댓글이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다. 분위기상으로 봐서
댓글을 달고 싶은 사람은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이 90프로의 응원글 속에 공감하지 못하는 나는
도무지 그녀의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않고, 도대체 그녀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되지도 않았다.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나는 언제나 거대 기업보다는 소수인 약자들 편에 서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왜 내가 거대기업편에 서있는 건지 나를 객관적으로 보아야 했다.
이번경우는 좀 다르긴 하다. 사건의 중심이 된 이야기의 팩트와 상관없이 나는 이미 거대기업인 하이브편인 아미 중 한 사람이다.
혹여 내가 bts팬이라서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고, 그 어떤 프레임 속에 가두어 판단이 흐려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 번이나 그녀의 기자회견을 보았다.
내가 아미라는 것을 배제하고, 그녀에게 감정을 실어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들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그녀가 하이브로 핍박과 홀대를 받았고 노예계약서를 작성했다는데..
관련자료들을 찾아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그녀의 감정선에서 출발한 것이지
그 어떤 근거도 그녀가 받은 부당한 대우나 핍박을 의심하는 사례는 없었다.
단지 프로페셔널한 일하는 방식의 충돌이나, 의견갈등, 견해차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전문가 사회조직 안에서 당연한 갈등이고 경쟁과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루가 지나고도 마음이 내내 불편하고, 민희진 사태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이유를 오늘아침에 알게 됐다.
이번 사태에 나의 심리를 지배하는 의식구조는 백 프로 팬심이라는 사실이었다.
거대 공용기업 하이브를 상대로 한 개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망가뜨려 가면서 싸워 보겠다고, 대중에게 호소하고 하면서
자신은 경영권 찬탈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은 부당하게 해고당할지 모르니까 살려달라고, 하는 외침을
외면하고 있는 나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bts가 소속된 하이브의 이미지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화를 내고 있었다. 하이브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가. bts의 청춘을 갈아 넣은 회사가 아닌가.
그들은 좁아터진 방에서 몇 년을 살았고, 지하연습실에서 고생하면서 사실 제대로 된 정산을 받은 건 3년이 지난 시점부터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깨지 않기 위해 이미 슈퍼스타가 된 이후에도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개인보다는 팬들을 위하고, 팀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다. 방시혁과 그들 사이의 진짜 속내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흔쾌히 재계약을 하고 군복무를 위해 떠났다.
그들이 없는 사이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를 분탕질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호위호식하면서, 화려하게 입성하고, 자신의 것만 챙기면 아무 상관없다는 식의
분탕질에 나의 판단력은 흐려지고 있었다.
사랑과 화합, 치유라는 방탄소년단의 이미지가 깨어지는 게 싫었던 나는
어쩌면 방어막을 치고, 하이브가 뒤에서 무슨 더러운 짓을 하고 있어도
내가 믿는 그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 하이브 편을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직이나 단체는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믿음을 강요하고, 개인들을 희생시키기도 한다.
개인들은 기꺼이 자신의 불이익을 자청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은 그 이미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기희생을 치르고 있을까!
과연 그 이미지는 영원히 깨어지지 않고, 앞으로 계속 지켜질 수 있을까!
그 이미지를 지키려고 가장 노력해야 하는 사람은 하이브라는
거대기업의 수장이어야 하는데..... 거대기업의 수장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희생만 늘어난다면
과연 그 이미지는 누구를 위한 이미지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