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에게 열광하는 나에게
구멍이 보이는 사람
가끔은 일상에서 누군가의 짐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의 짐을 들어주지 못할 때는
그 짐의 무게를 줄여주려고 내 힘이 닿을 때까지
애쓰기도 했다.
그 사이 내 짐의 무게가 무거워지는걸
느낄 때 그 무게를 껴안으면서
행복감이 밀려왔다.
누군가의 가슴에 슝슝뚫린 구멍을 보면
내 마음 한 조각을 떼어내어
그 구명에 무늬를 맞추어 보고 한 귀퉁이를 메꾸어
주고 싶었다.
가끔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연약한 것은 지키고 싶은 마음. 나에게는 이런 숨겨진 갈망이 존재한다.
이 마음은 사회생활을 하는 내내 조직사회 안에서 내 자리를 위태롭게 했다.
승진을 눈앞에 두고, 부당하게 잘리는 상사를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반기를
들다가 좌천당하기도 하고, 억울하다는 누군가의 편을 들다가 휩쓸려서
잘리기도 하고, 마음이 약해서 거절하지 못하는 관계도 많았다.
이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변한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마지막 순간에는 여전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의 나라면 아마 후회와 번민으로
피해 의식에 시달렸겠지만 지금은 그 속에서 나를 배우고, 나를 다져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바꾸고 싶었던 나를 바꿀 수없다면
받아들이기로 했고, 결국은 그렇게 바꾸고 싶었던 내 모습이
그다지 나쁘지가 않게 됐다.
모질지 못해서 내가 흘려놓은 것들을 처리하는 뒷수습이 언제나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유는
이런 내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람들을 대할 때면 감정적이고 , 이해하는데 지나친 에너지를 쓰며, 한결같으려고 노력하고.
변함없는 것에 집착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들을
글로 쓰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마음이든, 일이든 다 마찬가지다.
내 글을 잘 이해해 주고 공감하며 내면을
알아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한 내면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현실감각을 가지기 위해
한 순간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았다.
인생에 있어, 어떤 투명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사람의 인연을 일컬어 연기의 법칙이라고 한다.
우주공간에는
인간보다 더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어쩌면 신은
하늘에는 별을
땅에는 인간이라는 중력의 지배받는 별을 만들었다.
마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언어라는 신호체계를 가진 땅 위의 별인
인간.
서로의 마음이 만나 행성충돌 같은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지고, 양자역학처럼 얽혀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하나의 정신체계와 조우하고
잠깐 그 어떤 설렘과 마주한다. 하지만 그 새로움이
아무리 강열한 빛을 내고 있다고 해도,
지금 내 현실 속에서 빛나고 있는 빛이 더 소중한
현실감각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반드시 존재한다.
나의 구멍을 메워 주고 있는 오래되고 녹슨 연결고리는
어쩌면 아무런 힘이 없을지도 모른다.
금방이라도 툭하고, 끊어질 것처럼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오래된 나의 연결고리를 닦고, 튼튼하게 해야 할
이유는 책임과 의무는 아니다.
오랜 시간 나무의 뿌리처럼 서로 얽히어 있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통은 더더욱 아니다.
아무런 감정이 일어나지 않고 책임과 의무만 있는
지루하고, 익숙한 이런
일상 속의 지친 그런 관계는
어쩌면 나라는 비루한 사람의 초라한 모습인지 모른다.
이런 비루한 모습을 새로움으로 바꾸기 위해서
그 어떤 새로운 존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비루한 내 모습을 붙잡고, 받아들이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람도
인생도, 물건도, 세상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단지 내 허전한 마음이 또 새로움을 찾고 있었을 뿐이다.
누군가의 구멍을 찾고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비루한 우리의 모든 초라한
내 모습을 나의 비루함으로 메꾸어 주고 싶은 까닭 이었다.
나는 그런 비루한 모습 을 있는그대로 보고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나의 사랑은 참 연약하지만 진실되고
고마운 것이구나.
그래서 나는 못난 내가 이렇게 애틋하고,
사랑스럽구나 , 하는 그런 깊은 마음을 껴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