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집착이 고통이다.
매일매일 같은 루틴을 무한번복 중인
일상에서 살아가지만 이런 삶이 지겹다고
소멸할 수는 없다.
매일 똑같은 일
똑같은 사람 똑같은 장소들
똑같은 음식.
똑같은 말들
어떻게 이런 매일매일을 살아갈 수 있을까?
가끔 나를 더 소름 끼치게 하는 건
새로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지만
결국 내가 생각하는 한계는
어제 내가 했던 행동패턴
어제 내가 했던 생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매일 똑같은 패턴의 생각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갈등한다.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지만
우리가 만나는 낯선 풍경은 잠시 감탄사를
자아낼 뿐, 여전히 같은 걱정과 같은 고민 같은 불안 속에서
잠시 달라진 환경을 즐기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같은 일상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이런 일상을 잘 살아가고 있다.
그 누구도 이런 삶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게 이상하다고 여겨지 않는다.
이런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인간들의 성장이 있고, 몰락이 있고, 절망이 있고,
기쁨과 환희가 있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인생의 본질만 따져 보다면
인생은 시지프스의 신화 속 무거운 돌을 나르는 남자와 같다.
누군가는 인생이 드라마틱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너무나 지루해서 미칠 것 같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늘 그때그때 다르다.
순간순간은 이지루한 일상을 그저 살아내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다가도, 와 이처럼 다양한 사건사고의
시간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매 순간 변한다.
결국 이 변하는 패턴도 또 똑같다는 걸
발견하고 만다.
결국 또 제자리다.
억시 지루하구나.
이 지루한 일상을 더 지루하게 하는 행복한 시간들.
웃고 떠들지만 여전히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런 염세주의가 오랜 지속되면, 무감각한 인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나의 감각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고통이 찿아 오는 순간이다. 행복한 것들의 집착을 발견하는 순간은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다. 나의 모순적인 생각들의
본질은 행복한 것들의 지루함인데.. 고통의 순간을 만나면
행복한 것들을 내가 집착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고통을 찬미하고 있었던 건 내 진짜 모습을
거기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고통안에서
만난다.
어둠이 있어 빛이 있듯이
이런 반복되는 일상에서
즐거움과 평온함만 존재하면
인간은 아마 다 미쳐버릴 것이다.
괴로움이 있어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불안이 있어야 평온함을 알 수 있다.
마음이 하루에 널뛰기를 해서 괴로운
사람은 곰곰이 따져보면 하루 중 괞찮은
그런 시간들도 분명 존재한다.
매분 매초 널뛰기를 하는 게 아니다.
널뛰기를 한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괂찮은 시간이 존재했었고
그 괜찮은 시간을 오래 계속 유지된 싶은 갈망이 있기 때문이 그 갈망이 커져서 집착이 생겼기 때문이다.
늘 괜찮은 시간에 머물고 싶은 집착이 병이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은
견디면 곧 나아진다는 뜻이다.
견딜 수 있는 힘.
그 힘이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받아들이는 힘
그 힘은 인간을 깨닫게 만든다.
일상의 반복을 지루해 하지만 그런 일상이
깨어지면 고통스럽다.
그럴 때면 더 지루하게 보이는
존재에게 손을 뻗는다.
식물을 하나씩 산다.
나라는 인간을 잘 견디어 낼 새로운 생명체를 집안에 들이고,
매일 매일 지루하게 바라본다.
약간의 물만으로 지루하고 성실하게 화초는 자란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또 시작된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세상
나는 정말 드라마틱한 세상 속에서 혼자 널뛰기를 하면서
산다.
집안의 화초들을 보면서 다정함을 느낀다.
집안에 있는 화초들은
세상의 모든 지루한 것들의 다정함을 다 모아놓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