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을 힐링하고, 이완하고 치유하는마법같은 질문의 힘

네 가지 질문

by 토끼

지난주 동료와 티타임을 하다가 수척해진 동료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면제를 먹으면 머리가 아파 일상을 버틸 수가 없고, 정신과약은 효과가 없어 아예 잠을 잘 수없는

심한 불면증을 석 달째 안고 있는 여동생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때 문득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이란 책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녀에게 바이런 케이티의 책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곧 마음을 바꾸었다.

어쩌면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고통이 극에 달해 있을 때는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들어오지 않고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 잔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인간이 변화하고, 진짜 치유가 일어나려면

죽을 만큼의 바닥을 경험해야지만 가능하다. 게다가 바이런 케이티의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치료를 받거나 불안증으로 일상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도움을 청하여 몇 사람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내 글의 독자이며 지인들인데,

몇 번 만나서 지금까지 읽은 책과 경험한 일들 그리고 마음공부하면서 배운 이야기들을 총동원해

경험담을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 후 그들은 약을 끊었거나, 불안증이 가라앉고 지금은 일상을 잘 지내고 있었다.

물론 도움이 됐다는 감사인사를 전해 오기도 했다.

`

그때는 분명 내 이야기들이 도움이 됐을 꺼라 확신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이다.

자기도취에 빠져서 확신에 차서 했던 내 얘기가 때로는 힘들어하는 사람의 마음에

더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우울을 받아들이고, 불안을 받아들이세요.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라는 이 말은

너는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지

지금 나는 뭘 받아들이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야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10 년 전 불면과 불안 강박 신경쇠약으로 약도 먹지 않고, 사경을 헤맬 때에 나를 도와준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깊은 신앙심에 의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종교가 다른 두 사람은 믿을 건 오직 예수의 피요, 부처님의 자비라고 이야기했다.

무교였던 나에게 그들의 이야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단지 나를 향한 지극한 그들의 관심과 정성에

고마워 감동을 받을 적이 있다. 무언가 영적인 힘이 나를 금방이라고 좋아지게 만들어 줄 거라는

희망을 안고 그들에게 의지 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좋아지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극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몸이 바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뼈가 붙는 시간이 필요하듯 마음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


사람들은 불안과 우울 고통을 다루는 각자의 방식이 모두 다르다.

영성가 들이나 종교인들이 진리라고 떠들어 대는 방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구상에는 훨씬 많이 있다. 우울과 불안이 찾아오면 뜨개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단어를 외우는 사람도 있고, 요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고,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고,

한없이 거리를 걷거나 달리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는 걸 알고 나면 결국

종교나 철학이 말하는 진리는 하나의 길에서 만나게 된다.

그 진리는 있는 그대로의 지금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 진리를 위해 많은 길들을 돌고 돌아오는 것이다.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은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도질문과 같다.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당신이 지어낸 이야기이고

생각이 만들어낸 하나의 믿음입니다. 생각을 놓아주고 믿지 않으면 당신은 자유로워집니다.

네 가지 질문의 마지막 종착역에는 생각을 흘려보냄으로써 당신의 지금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세요라는 끝맺음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 떠나는 마음의 여행지가

어쩌면 질문이라는 길이다.

`

동료의 여동생을 만나서 만약 네 가지 질문으로 그녀의 불면증에 대한 질문들을 하려면 무슨 질문부터

해야 할까?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1. 그것이 사실인가요?

2.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당신은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나요?

3 그런 생각을 믿으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4.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요?


이 질문은 아주 심플하다.

이 네 가지 질문을 가지고 바이런 케이티는 전 세계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평온이라는 세계로

안내한다.

5년 전 바이런 케이티 책을 처음 만나고, 이 네 가지 질문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코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이 네 가지 질문을 작업이라고 했고, 이 네 가지 질문만 하면 삶의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여자 사기꾼이야? 어디서 이런 단순한 걸로 약을 팔려 드는 거지?

말장난도 참 가지가지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잠도 못 자고 힘든 사람에게 그것이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사람이 지금 나를 가지고 놀리는 건가라고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그럼 내가 잠을 못 자는 이 사실이 사실이 아니면 장난입니까?

이 명백한 사실이 사실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사실입니까?

당신은 지금 일상이 평온하고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이런 한가한 질문을

나에게 하는 거죠.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나요?

라고 할 것이다.

네 가지 질문을 이해하려면 바이런 케이티의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단순한 질문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줄 수 있단 말이지......

그것은 질문자의 질문에 달려 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얻는다. 깊은 질문은 깊은 답을 얻는다.

지혜로운 질문은 지혜로운 답을 얻는다. 질문이란 아는 만큼 할 수 있다. 깊은 통찰이 있다면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고야 만다.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사랑이 넘치고,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해석하는

방법이 남다르고, 삶을 사랑하고, 새로움으로 바라보게 된다.


네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내면을

꿰뚫고 들어와 생각이라는 틀을 깨부수기 시작한다.

요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녀의 질문들을 하나하나씩 나에게 적용시켜 보기 시작했다.

이제 나의 질문이 시작된다.

그것이 사실인가요?

라는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긴 여행길에 올라야 한다.

그것이 사실인가요?

산티아고순례길을 떠나는 첫발을 내디딜 때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

아직 길을 떠나기도 전이니까

이 여행의 스토리텔링을 시작하기 전 질문으로 그것이 사실 인가요는 너무 이르다.

이 질문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반쯤에 터져 나와야 한다.

그것이 사실이기 위한 여정은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지독한 불면증이 일어난 여정을 따라가는 첫발은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긍정의 받아들임으로 출발한다.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는 그녀가 말한다.

"저는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한숨도 자지 못해서 너무 괴롭습니다. 아직 돈 들어갈 일이 너무 많고

제가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인데 잠 때문에 이러고 있으니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남들처럼 푹 자고 아침에 눈뜨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하고 싶어요."

" 당신은 지금 불면증을 심하게 앓고 있군요. 불면증이 지금 당신을 괴롭히고 있군요.

불면증이 없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은 절대 그 시간으로 돌아가기 힘든

그런 시간 속에 있군요. 어서 빨리 불면증이 해결되고 남들처럼 그렃게 지내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불면증은 이미 일어났고, 오늘 밤도 당신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 네 지금은 이 무서운 불면증이 계속될 거 같아서 너무 두렵습니다. 잠도 못 자고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요."

"당신은 지금 무엇이 가장 두렵습니까? 잠을 못 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불면증이 너무 두렵다는 사실, 불면증이 너무나 괴롭다는 사실.

돈 들어갈 일 너무 많은데 앞으로 생활고를 겪게 될 거라는 사실 "

"전부 다죠. 다 두렵습니다"

"그럼 이 모든 게 잠을 못 자서 그렇게 됐다는 거죠?" 잠을 못 자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요즘 근무지를 옮겨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든 일 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나는 이 질문에서

당신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불면증이 생긴 거 같은데. 그것이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질까 고민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 당신을 힘들게 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이유가 회사 사람들이고 회사 시스템인가요? 그것이 사실인가요? "

" 100프로는 아니지만 70프로 정도는 됩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당신은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나요?'

"네"

" 당신이 다니는 회사는 연봉도 높고 직원 복지도 잘되어 있으며 누구나 선망하는 기업입니다. 대기업을 다니면서 자긍심도 있고, 경제적 여유도 있다고 하는데. 좋은 직장을

다니는데 만족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가요?"

"네"

" 회사 때문에 만족하고, 회사 때문에 괴롭고, 당신은 두 가지 때문에 괴로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군요. 자 그러면

당신은 회사일 때문에 불면증이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절대적으로 사실인가요?"


이번에 그녀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젓는다.

" 절대적으로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 불면증 때문에 죽을 만큼 힘들다는 그 마음은 사실인가요?"

" 네 "

"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당신은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나요?"

" 네 확신합니다."

이때 다른 질문을 하여야 한다.

"만약 당신은 오늘 밤도 단 한 시간도 못 자고 밤을 꼴딱 새울 확률이 100프로라고 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

" 오늘밤 확실하게 못잔다면 자는걸 포기하고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와 놀거나 그런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 잠들지 못할 확률이 100프로인데 왜 고통스럽지 않은가요? 불면증이 두렵다면서요?"

" 확실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서 두렵지 않아요. 불확실한 미래라서 더 두려운 겁니다."

" 그러면 당신이 두려운 것은 불면증이 아니라 불확실한 당신의 미래라는 말인가요?

불면증은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확실한 증상이고, 이미 일어난 일이고, 당신이 어찌하지 못하는

확실한 증상입니다. 이런 증상은 두렵지 않다는 말인가요"

" 네 두렵지 않아요. 오늘 못 잘 거라는 확신은 두렵지 않지만 앞으로도 계속 못 잘 거라는 두려움이

두려운 거죠. "

" 그러니까 당신은 불면증이 두려운 게 아니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두려운 거군요."

"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믿고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런 생각을 믿으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 걱정이 앞서고 또다시 밤을 꼴딱 새우고 말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요?"

" 불면증에 대해 그다지 두렵지 않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게 될 것 같아요"

" 불면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러면 잠을 잘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그녀는 불면증이라는 증상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다.

불면증을 해석하는 그녀의 마음 때문에 괴롭다.

잠을 못 자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모든 걸 망치고 엉망짙창인 일상이 될 거라는

불안한 생각. 자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

이런 생각을 믿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자꾸 생산해 내기 때문에

머릿속이 항상 각성상태로 있다. 이완이 없는 각성상태는 온몸이 긴장상태로 유지되고

전투태세이기 때문에 당연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환자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불면증을 겪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증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마음은

달라진다. 일체유심조라는 옛 성현들의 이야기는 이래서 이 세상 진리인 것처럼

살아서 우리 마음의 이정표처럼 남아있다.


타인의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마음에 질문을 던지려면 일상 속에서 언제나

질문하는 습관이 붙어야 한다. 이 질문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서 출발한다.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이 아닌

나의 질문방식들을 찾아보고 자신의 스토리텔링으로 자신의 질문을 찾아가는 방법도 있고,

그녀의 질문을 뼈대로 나의 질문의 가지들을 뻗어가는 방법들도 있다.

그 어떤 것을 선택하든 질문들은 다채로워질 것이다.

마음을 힐링하고 치유하는 방법의 끝에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허용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그런 자유가 기다리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스로를 자책하는 따스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