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행지에서 기념품 대신 취향품
기념하기 위해 사는 물품. 기념품의 일반적 정의다. 각종 수료식과 행사가 열릴 때 기념품이 따라붙는다. 나는 기념품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여행자들이 여행의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사는 물건이 생각난다. 일본의 경우 기념품 문화가 발달하여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여행을 다녀와서도 지인들에게 기념품 즉 '오미야게'를 선물한다고 한다. 이렇게 기념품을 사거나 주는 문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모습이다. 많은 여행자는 통과의례처럼 들뜬 마음으로 자신과 친구, 친척들에게 줄 기념품을 산다.
이렇게 기념품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여행은 짧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여행하는 시간만큼은 힘들고 지친 일상을 잊게 된다. 하지만 기념품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 행복한 순간이 끝날 것이 더 도드라져 서글퍼진다. 기념품은 한시적인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니까.
또 그 작은 물건 하나로 곧 일상에 묻혀 빛바랠 순간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는 것처럼 마냥 웃으며 기념품을 대하는 모습이 시시하게 느껴진다. 꼭 '기념품'이라는 악동의 농간에 넘어간 바보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이렇게 하나같이 기념품을 사려고 달려드는 모습을 볼 때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지 않는다.
기념품은 여자들의 전유물인 액세서리와 참 비슷한 것 같다. 반지, 귀걸이 같은 장신구는 치장하기 위해 우리 몸에 덧붙이는 물건이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고 하는 그저 그 순간에만 '반짝' 빛나는, 참 덧없고 허무한 것.
그래서 기념품 대신 취향품.
기념품은 토산물로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물품의 종류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취향하고 거리가 먼 물건을 기념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하게 된다.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더 넓고 진기한 것이 널린 이국땅을 과소평가하지 말기를. 여행의 순간이든 그밖에 무엇이든 기려야 한다면, 나와 지인들의 취향을 존중한 '진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