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오두막으로

문지기 바엘

by 시골남자

연각이는 오두막 쪽을 향해 걸으며 초각이의 손을 꼭 붙잡았다.

"형, 무서워 형"

초각은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여기 형들 있잖아"

"..... 응.. 알겠어.. 그치만 무서운 걸, 형"

오두막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해변의 모래처럼 작은 입자로 된 자갈과 고운 흙으로 덮여 있었고, 매끈한 자갈면에 달빛이라도 비칠 때면 바닷물이 물결치듯 반짝였다. 길 양쪽으로는 잔디가 이제 막 돋아난 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새벽 밤하늘 위에 떠있는 하현달을 바라보며 초각은 새벽 공기를 한 입 크게 들이마셨다.

"흐읍...... 후우......"

긴장되는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른 초각은 긴장한 탓에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새벽 공기에 네 사람의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가득 메워졌다. 작고 얕은 숨이 새벽 공기로 뿜어져 나올 때면 하얀 입김이 흐릿하게 보였다 사라졌다.

말없이 걷고 있는 동안 초각은 혁진과 명식 둘 모두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 물어볼까 고민하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지만 그냥 물어보지 말자, 해도 마음 한편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명식의 합류에 불편한 감정이 든 초각은 명식에게 물었다.

"그런데.. 명식아 너는 여기 왜 온 거야?"

"그러는 넌 왜 온 건데?"

"... 혁진이가 알려줘서 왔어"

"나도 혁진이가 알려줘서 왔는데"

"에?"

둘은 동시에 대답했고 초각과 명식은 고개를 돌려 혁진을 바라봤다.

"... 음... 나는, 음... 난 불면증이거든. 그런데 예주를 보고 나서부터는 더 잠이 안 오는 거야. 그 궁금증을 확인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잠을 못 잘 것 같았어. 난 무서워서 같이 왔으면 했어. 사람이 많을수록 무섭지 않으니까... 명식이가 예주랑 얘기하는 모습을 가끔씩 봤거든. 그래서 예주랑 친하다고 생각해서 얘기한 거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초각이 네 동생은 변수지만.."

"......."

명식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할 뿐,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넷은 계속 오두막을 향해 옮겨갔다.

"어서 가자"

명식이 말했다.

언덕 위로 올라가니 움막처럼 생긴 오두막 하나가 언덕 끝에 보였고, 입구 쪽에는 또 다른 오두막 하나가 더 있었다. 입구에 있는 오두막은 문이 닫혀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넷은 이동했다. 명식은 불이 켜진 오두막을 발견하자 속삭였다.

"바로 저기야"

두 개의 오두막 사이로 납작하고 둥근 모양의 돌이 정중앙에 박혀 있었다. 큰 돌이 땅에 박혀 있는데 평평한 면만 밖으로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살을 비벼도 다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부드럽고 고운 면이 달빛에 빛나고 있었다. 돌 가장자리와 정중앙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동그란 원이.. 하나, 둘.. 그리고 두 원을 잇는 두 선, 그리고 그걸 막아서는 듯한 선 하나...'

초각은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큰 돌 주변에는 작은 돌이 불규칙하게 여기저기 땅 속에 박혀 있었다. 낮은 돌담이 언덕 외곽을 두르고 있고 그 앞으로 작은 나무 가지가 우거져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두막이 가까워지자, 혁진이 말했다.

"여기가 바로, 예주가..."

"잠깐만... 쉿! 빨리 몸을 숨겨!"

명식이 소리쳤다.

갑자기 들려오는 발소리에 명식과 네 사람은 나뭇가지 뒤로 몸을 숨겼다.

저벅 저벅 저벅.

두막 옆 바닥에서 어떤 형체가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네 사람의 심장박동 소리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커져버렸다. 오두막 주변은 긴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숨을 천천히 내쉬려 했지만 호흡은 가빠졌고, 혁진이는 다 끝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는 연각이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

"누가 왔어, 누가 왔어, 누가 왔어"

"흡!"

연각이가 놀라는 바람에 소리를 내려할 때마다 초각은 연각이의 입을 막고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초각은 명식을 바라보면서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중얼거렸다.

'... 뭐.. 뭐야... 사람이야?'

명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검지 손가락을 코 위에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고 인상을 썼다.

겁을 먹고 당황해 다리를 떨기 시작한 연각이를 초각은 꼭 붙잡았다. 왼손으로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 허리를 감싸 자기 품 안으로 꼭 끌어안았다. 온몸을 떨고 있는 연각이는 금방 눈물이라도 날 것 같은 표정으로 눈을 위로 올려보며 초각이를 바라봤다.


낯선 이는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희미한 랜턴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고, 랜턴에 순간적으로 몸과 얼굴이 보이는 듯했지만 형체를 알아보긴 힘들었다. 우거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은 랜턴에 비친 검은 형체의 모습을 더 알아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랜턴이 비쳐도 온통 검은색이었다. 이는 네 명의 아이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심을 더 키웠다. 좌우로 움직이며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은 마치 유령이 배회하듯 형체가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했다. 움직임은 민첩하지 않았고, 천천히, 또 부드럽게 오두막 주변 나뭇가지 사이를 슬렁슬렁 오가며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그 순간,

멈칫.

한 동안 움직이던 검은 형체는 가만히 제 자리에 서서 미동이 없었다. 그러더니 시선을 아이들이 모여 있는 나뭇가지 쪽으로 돌렸다. 아이들은 모두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리 위치를 들켜버린 건가... 들킨 건가...?'

초각은 눈을 감고 계속 생각했다. 저게 괴물이면 어떻게 하지? 우리는 모두 죽는 건가? 무슨 존재인가? 죽음의 사자는 아니겠지? 오만 생각에 사로잡혀 겁을 먹고 있을 때 아까 들려왔던 발소리가 점점 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실눈을 떠 쳐다보니 검은 형체는 이내 올라왔던 길을 향해 발길을 돌렸고, 땅 속에 계단이라도 있는 건지, 오두막에서 멀어진 검은 형체는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해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후에도 네 명의 아이들은 숨을 헐떡이며 가쁜 숨을 천천히 고르고 있었다.

"바... 방금 뭐야? 방금 뭐였어?"

"......."

"네가 아까.. 분명 사람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잖아"

"... 그게.. 무슨 말이야?"

혁진은 명식에게 계속 말을 하고 있는 초각을 바라보면서 놀란 눈으로 말했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

"바엘이야. 고대 유적지를 지키는 문지기."

"고대 유적지? 그게 무슨 소리야"

"모두 잘 들어, 너희는 지금 고대 유적지 위에 지어진 오두막에 온 거라고. 그리고 아까 그 녀석은 오두막을 지키고 있는 거야"

"사람인데..? 사람의 말을 하는 것 같던데"

"쟤들은 멍청해. 사람이 되고 싶어 했지만 실패한 녀석들이야"

"좀 알아듣게 이야기해 봐. 그게 무슨 소리냐고"

"예전부터 바엘은 고대 유적지를 지키는 수호자로 쓰여왔어. 나도 예주에게 들은 이야기야. 사람인 척하는 존재들이지"

"예주한테? 사람인 척한다니"

"얼핏 봐서는 그 녀석들이 사람 같이 보이잖아. 망토를 두르고 있고, 랜턴을 가지고 다니면서 손을 들어 주변을 살피고, 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고"

"응"

"실제로 걔들은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어. 그래도 사람을 헤치거나 하진 않아. 주변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난폭해지지만..."

"그래서 우리가 조용히 있을 때 그냥 사라져 버린 거야?"

"그렇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따라 하고, 말해. 말을 더듬고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 바엘.... 바엘이라고...."

"... 사람...이었던 존재들이지"

"헉!"

"사람이었지만, 이제 더는 사람이 아닐 수밖에 없는 존재들, 그게 바엘. 남아 있는 의식이 사람의 것과 가까워서 사람을 따라 하면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

"..... 저들은 그럼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 세상이 아닌 곳으로"

"땅 속으로?"

"아니, 니할. 모든 것이 뒤틀려 버린 세계"

".....? 그건 무슨..."

"우선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빨리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자. 이야기해 줄 것이 많아"

네 명의 아이들은 희미한 불빛이 보이는 오두막을 향해 조금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문지기 바엘의 등장과 명식의 이야기에 온 정신을 집중한 나머지 초각과 연각, 혁진은 몸에 기운이 빠지는 걸 느꼈다. 오두막에 가까워졌을 때 그들 위로 검은색 까마귀 한 마리가 조용히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았고,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달빛은 여전히 밝고 푸르렀지만, 이와 반대로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까마귀는 연신 까-악, 까-악 울어댔다.


연각이는 자신들이 없어진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되면 큰일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집에 가자는 소리를 반복했다.

"형, 우리 집에 가자. 무서워 형"

"연각아 조금만 참아, 이제 이 오두막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거야"

"괜히 따라왔어. 무서워 형"

겁을 먹고 울먹거리는 동생의 등을 토닥이며 초각은 동생의 손을 잡고 오두막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오두막을 들어서는 네 명의 아이들을 먼발치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하나, 둘, 셋넷... 남자아이 네 명이라. 뭐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아는 아이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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