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골남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엄마

응 예쁜 우리 딸, 어제도 전화했는데 오늘도 전화하네

그러니까요. 매일 전화해서 알려주기로 했잖아요

내가 그렇게 얘기했어, 맞아 어제 그랬지

식사는 하셨어요?

응 그럼

뭐 해서 잡수셨어요

나야 뭐 매일 미역국 먹지, 난 그저 미역국이 제일 맛있어

우리 엄마는 매일 그것만 드시네. 다른 것도 좀 드시지 그랬어요

아이 뭐 고등어 해갖고 막내가 사다준 갈비에다가 먹을 거 천지야, 잘 먹고 있어

.....

사우는 뭐 하나?

애 아빠는 텔레비전 봐요

저녁은 먹었고?

아이 그럼요, 다 먹고 전화드리는 거예요

애들은?

작은 애는 일하고 있고 큰 애는 같이 식사했어요

집에 마냥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 죽겠어

마을도 나가시고 그러세요, 윗집 아주머니는 안 계세요?

집에 있는데 응 영 뭐 어디가 아픈지 밖을 나오질 않네 맨날 허리 아파서 그러더니

아픈 곳은 없으시죠?

응~ 나야 뭐 매일같이 운동하니까 건강해. 아픈 곳 하나도 없다

그래도 무리하시면 안 돼요. 텔레비전이라도 켜 두세요

텔레비전 켜면 뭘 해, 재미도 없어

.....

이제 우리 딸 목소리 들었으니까 귀에서 보청기 빼야겠다

엄마 좀 쉬세요. 이제 좀 쉬시다가 주무세요

전화해 줘 고맙다. 그저 건강해라, 건강하고 아프지 말아야지 건강이 최고다

네, 네 엄마. 알겠어요

내가 우리 사우랑 우리 아들들 자식들 저~기 다리 건너 산신령님한테 매일 아침마다 기도한다 우리 아들 딸들 잘되게 해달라고, 아주 기도한다

추운데 아침에 나가실 때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요 엄마. 감기 걸리면 큰일 나요

사우는 내일 일 나가나?

그럼요 내일 일 나가죠

.... 그래, 전화해 줘 고맙다

.... 네 엄마, 끊을게요

말할 사람도 없고 아주 심심해 죽겠어

자꾸 말하고 그래야 해요 엄마

누구랑 얘기를 해. 동네 사람 아무도 없는데

..... 저한테 전화해요. 엄마

아유 우리 이쁜 딸 일하는데 안돼. 저녁에나 전화하면 모를까

..... 그래도 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하세요 괜찮아요

아 그런데 그렇게 뭐 그리 많이 보냈어

아이 그냥 집에 두고 입 심심할 때 드시라고 작은 애가 보낸 거예요

자꾸 이런 거 보내지 마. 다 못 먹어

엄마 저번에 보니까 살 오르고 보기 좋던데요, 삐쩍 말라서 있는 거보다 낫지 뭘

하하, 그래 고맙다. 끊는다.

네 엄마.


휴대폰을 덮으려는데 엄마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이게 왜 안 꺼지지? 연, 숙, 연숙이! 연. 숙. 우리 이쁜 딸!

핸드폰을 바닥에 던진 건지 달그락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외~로운 방 안에 외로이 나 홀로 앉아~ 떠~ 들고 서 있어~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이 방 안에 홀로 앉아~♪


......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연숙은 빨간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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