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말 안 듣는 두 놈

by 시골남자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두 놈이 있다.

그런데 난 이 두 놈을 볼 수 없다.


나는 나 스스로의 존재 여부조차 모른다.

아마 그건 그 두 놈도 마찬가지로 내 존재를 모를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별로 그 둘과 친하지 않다.

그 둘이 노는 걸 보면 재미있다.

서로 말을 들어주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기도 하면서 속을 썩이는데 보통 말을 잘 안 듣는다.

들어먹게 끔 잔소리를 해도 그 두 놈 다 말을 듣지 않는다.


내가 볼 때는 특히 아랫놈이 말을 안 듣는다.

물론 아랫놈은 윗놈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윗 놈의 생김새는 둥그렇게 생긴 경우도 있고 조금 길게 생긴 경우도 있고, 넓적하고 둥글게 생긴 경우도 있고 조금 뾰족하게 무튼 뭐 천차만별이다.


다음 특징으로 구멍 7개가 있다. 짝으로 셋, 홀로 하나 그렇게 총 7개.

동그란 구슬이 채워져 막힌 구멍에는 덮개가 달려 있어 덮었다가 열렸다를 반복한다. 아랫놈은 이 구멍을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문제가 이 구멍 때문에 발생한다.

다른 두 구멍은 그냥 뚫려 있다. 안에 조그만 혹주머니 같은 것이 있는데 종종 부르르 하며 떨곤 한다. 그 혹주머니는 웬만해서 없어지거나 하지 않고 계속 똑같은 크기를 유지한다. 또 다른 두 구멍은 그냥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이 없으면 윗 놈도 아랫놈도 없다. 가장 중요한 구멍이다. 이 구멍의 모양새는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동양은 조금 낮고 서양 쪽으로 가면 조금 높다. 그리고 혼자 있는 구멍 하나가 더 있는데 이놈에 따라 아랫놈의 크기가 달라진다. 그 구멍은 아랫놈과 연결되어 있어 함부로 구멍 안에 이것저것 집어넣다가는 아랫놈은 골로 간다. 아랫놈이 잘 버티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윗놈에게 힘들다 말하면 그때는 구멍을 단기간 닫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다시 또 열어버리고 마는 멍청한 윗 놈이지만.


다음은 아랫놈에 대한 설명이다. 나뭇가지처럼 뻗친 기둥이 네 개가 있다. 쌍으로 총 2개. 그런데 가끔 나뭇가지가 하나 더 있는 경우도 있다. 그 가지 하나는 길기도, 짧기도 하고 천차만별이다. 구멍도 하나 있다, 아니 얘도 가끔은 둘인 경우도 있다. 둘인 경우 가끔 언덕 두 곳도 딸려 온다.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있고 언덕의 높낮이는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 어쨌든 구멍이 하나는 있는데 그 구멍은 윗놈의 구멍에 이것저것 많이 집어넣으면 자주 열려버린다. 적게 넣으면 빈도가 줄어드는 편이다.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양에 따라 일하는 빈도가 늘거나 줄어든다.


어쨌든 두 놈다 문제가 있다. 내가 볼 때 윗놈 때문에 아랫놈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구슬 담긴 구멍 두 놈은 아랫놈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보통 아랫놈이 가만히 있으면 윗놈의 이 두 구멍 때문이다. 내가 가장 피곤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아랫놈은 날 피곤하게 하진 않는다. 오히려 내게 더 많은 에너지를 준다. 아랫놈이 열심히 놀면 장기적으로는 내게 좋은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문제가 하나 있다. 윗 놈이 말하기 전에 지가 먼저 놀지 않는다. 그게 가장 문제다. 아랫놈은 윗놈보다 좀 게으른 것 같다. 크기가 더 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갈수록 아랫놈이 더 힘들어해서 자주 놀라고 말하는 요즘이다. 윗놈에게는 이제 좀 그만 놀라고 한다. 이놈은 시도 때도 없이 노는데 그게 매번 아랫놈을 끌고 다녀서 문제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윗놈과 아랫놈의 역할을 바꿔보기로 했다. 윗놈보다 아랫놈 먼저 챙기기로, 윗놈이 조금 당황한 것 같지만 점점 아랫놈이 더 중요해지는 걸 느낀다. 평생 골치를 썩이는 이 두 녀석을 계속 달고 다녀야 하는 인생이라니, 여하튼 두 놈을 잘 어르고 달래 봐야겠다.





위 글은 사람의 머리와 여성, 남성의 몸을 두고 뇌가 하는 소리를 끄적여본 내용입니다. 머리와 몸의 관계를 생각하며 읽으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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