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3

The dark is gone

by 시골남자

모든 것이 멈춰있다. 방 안은 온통 어둠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았다 떠도 분간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 마찬가지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내 발끝을 비춘다. 나는 실낱같은 빛이 들어오고 있는 쪽을 바라본다.

그것들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피어오른다. 나는 작게 뜨고 있던 눈을 똑바로 떠서 작은 입자들을 바라본다. 빛줄기를 지나는 먼지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공기 중의 먼지는 분명 움직이고 있다. 강렬한 햇빛에 닿은 먼지가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다시 어두운 곳을 향해 눈을 돌린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미동도 없다. 초침 소리로 미뤄 보건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건 아날로그시계뿐이다. 틱, 틱 소리를 내며 매 초를 채우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시계는 움직인다. 그렇게 일 분이 지나고 이 분이 지나간다. 거의 5분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누워있다. 정박자의 시계 소리와 먼지 입자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눈을 감고 호흡 소리에 집중한다. 얕은 숨을 내쉰다. 다시 잠에 들려는 것 같다. 그러다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큰 숨을 들이마시고 코와 입으로 동시에 길게 숨을 내쉰다. 일어나기로 결심한다.

머리가 가볍다. 몸도 무겁지 않다. 숙면을 취한 건가 하고 생각한다. 다시 눈을 뜬다. 몸이 이상하리만큼 가볍다. 여덟 시간은 잠들었던 것 같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봤다.

새벽 4시 53분을 가리키고 있다. 어제 잠든 시간은 새벽 23분, 4시간 30분 잠에 들었다 깬 것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스친다. 그런데도 몸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 않고 그냥 일어난다.

이제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건 아날로그시계와 빛줄기를 지나는 먼지, 그리고 나. 오직 셋뿐이다. 그럼에도 어둠 속에 가려진 내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다. 일어나면서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하얀 빛줄기를 바라본다. 빛을 지나는 먼지가 보인다. 어둠 속의 먼지는 보이지 않는다.

블라인드를 걷어 올린다.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다른 먼지들이 공중 위로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내 모습도 보인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내 모습이 분명하게 보인다. 아날로그시계는 빛이 들어오든 들어오지 않든 계속 가고 있다. 어둠 속에서 틱틱 거리던 정박의 소리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멈춰있던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디론가 계속 가고 있다. 시계 초침도 먼지도, 그리고 나의 움직임도 계속 선형적 노선을 따라 나아간다. 시간과 먼지, 그리고 나는 어디론가 축적되고 있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 순간, 쏟아지는 햇빛에 반짝이는 환영이 드리운다. 눈을 감고 빛을 온몸으로 느낀다. 차디찬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환한 빛 속에서 내게 손을 뻗는 한 남자가 보인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선명한 빛줄기는 나를 향해 더 영롱하게 빛난다.

눈을 감는다. 그가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손을 뻗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미소를 머금고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의 손을 꼭 잡는다. 영롱한 햇빛이 더 찬란하게 빛났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는 그렇게 나를 이끌었다. 그 순간, 더 이상 어둠은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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