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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Jul 15. 2021

90년대생에게 인기 없는 여자

제가 좀 꼰대라서요

내가 근무하는 병원 약제과에는 약사, 직원들 외에  다른 직종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공익근무요원.

지금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불린다.


대부분 20대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이다. 90년대 중, 후반생이  대부분인데  여기 병원에 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약제과에 오는 요원님들은 주로 체중 미달이나 정신과적 이유로 사회 복무 요원이 된  친구들이 많았다.

나보다 마른 남자들이라니 맙소사!


이 친구들에 비해 근무약사들은 오히려 다른 곳보다  나이들이 많다. 40-50대가 많으니 자연히 분위기가 올드하다.

그러니 20대 친구들은 얼마나 답답까.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니 사소한 대화에서도 부딪히는 일이 생긴다.


임홍택  저자의 <90년생이 온다>에서는 90년대생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간단함, 병맛, 솔직함.


이직장에서 여러 해를 근무하다 보니 수많은 요원님들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다.

사실 요원님들이 약제과에서 할만한 일이 많지 않아 뭔가를 많이 시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른 부서보다 일이 많다며  화를 내며 근무지를 자주 무단이탈한 친구도 있었다.

 (결국 복무 기간을 채우기 위해 1년 더 근무했다!) 

또 그냥 남들 하는 일을 했는데도 스트레스로 탈모 증상이 있는 친구도 있었다.

(정신과 약을 먹던 친구라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딴 부서로 배치받았다)

한 약사는 요원님께  공익이라고 불렀다가 사회복무요원을 비하한다며 국방부에 신고겠다는 말도 들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은 면전에서 바로바로 쏘아붙인다. 무서워~


여태 그들 몇몇을 겪어 보니,  단순한 것을 좋아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 또 공정하지 못한 것은 참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 사회복무 요원 단톡방에서는 타 부서보다 우리 부서의 일이 많다면서 우리 부서를 제일 꺼린단다.

그들 생각에 우리 부서에 오는 것은 이미 공정함을 벗어난 일이다. 자기만 일을 더 한다고 생각하니 오는 순간부터 불만들이 가득하다.

내가 부탁하는 일을 조금 거슬려하는 S 요원님.

나를 쳐다볼 때마다 눈을 찡그리길래 내가 물었다.

"그런데 눈이 나쁜 거예요? 날 볼 때마다 찡그리네."

"눈이 부셔서 그래요."

"그래? 내가 그렇게 이뻐?"

".......(한참 말을 못 잇고 ) 약사님 항암 조제실 언제 가세요? "

"두 달 있어야 가는데..?"

"흠.."


농담 한번 했다가 분위기 싸해졌다.

그래 나 90년대생한테 인기 없는 거 맞고, 자꾸 말 시켜서 미안하다.

당신도 잘못 있다고! 가 뭐라고 말할 때마다 바글바글 끓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 말 걸게 됨.

나 꼰대라서 그런 건가?


그런데  말이야. 나 진짜 눈부셔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님 말고.



그림: PNG inages , 글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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