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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자본주의로 날려버려
이러려고 버는 거지.
by
에너지드링크
Jul 22. 2021
병동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 A 환자 o 약 안
타갈께요.
병동으로 올리지 말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받은 동료 K는 매우 분주한 아침 시간
, 병동에서 온 전화를 받고 신속히
일을 처리했다.
의사 선생님들
은 입원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약을 처방
한다. 처방에 따라 입원 병동으로 올라갈 약
이
나온다. 하지만 가끔
환자에게
그 약이 필요
없어지거나, 다른 약을 잘못 처방했거나, 환자가 그 약을
거부하는 등 변수가 있다.
그
러니 가끔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와, 약을 아예 올리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
다.
이때 약도 빼두고 전산처리도 해야 한다.
(
보통은 병동에 올라간 약을 병동에서 직접 보고, 반납 처방을 넣고 약이 다시 내려오는 게 순서다)
그날도
K는 비슷하게 처리되는 일들을 한건 처리해 준 것뿐이었다.
그런데 두어 시간 후 병동에서 전화가 왔다.
약이 안 올라왔다는 것이다.
보통은 병동에서 약을
다른 곳에 두고 없다고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시 한번만
찾아보라고
다른 동료가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
안 올라왔다는
약은 바로 그날 아침, 약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전화가 와서 처리해 준 A 환자 약이었다.
"그 약은 아침에 전화가 와서 올리지 말라고 해서 안 올린 건데요
. 제가 통화할게요"
전산 화면을 보니 A 환자의 똑같은 약이 10분 간격으로 두 번이나 처방되었다.
첫 번째 약은 안 올려도 되고 두 번째 약은 올려달라는 건데, 약이 같으니
착각을 해서
첫 번째 약은 올라가고 두 번째 약을 안 올렸던 것
이 화근이었다.
중간에 상황이 꼬
였기에 다시 전화 통화가 오고 갔다.
마침 K가 내 옆에서 통화를 한다.
"네.
그 약은
거기서 처리해달라고 해서 처리했던 건데
요."
"
아. 그게
아니라... 네?"
"(부들 부들부들) 네에"
전화 통화를
끊고 후배 K의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
무
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상대편
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단다.
'
무슨 상황이라 약이 안 올라왔는지 이해했다. 하지만 제대로 못 알아들은 건 그쪽 잘못인 거고
왜
'
틱틱 거리는 말투'로
전
화를 받는지
?'라며 따져 물었
다
고.
분명 옆에서 들을 때는 말투도 말 내용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한참 듣던 옆에 있던 다른 사람도 거든다.
그
분이 그 병동에서 좀 유명한 싸움닭이라며. 환자는 물론 다른 직종과도 자주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이
라
고 한다.
작은 꼬투리라도 있으면 시비를 거는 사람이니, 하필 그날 K는 잘못 걸린 거였다.
말을 더해봤자 싸움이 커질 것 같아 "네"라는 답변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K의 표정이 너무 어둡다.
마침 딱 점심시간!
마상(마음의 상처) 입은 그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밥 내가 살게. 나갑시다~"
점심에 먹는 보쌈 고기는 진리다!! 어느새 밥을 먹고 나니 그녀도 기분이 좀
풀린 듯하다.
역시 우울에는 자본주의! 돈 써서 밥을 먹고 나니 기분이 나아
졌
다!
사실 일을 하다가 보면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지만 우리가 뭘로 위로를 받겠는가?
그나마 밥 아닌가
ㅋㅋ
오고 가는 밥심 속에 피어나는 동료 의식^^
누군가와 꼭 싸워서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그분. 어서 마음에 평화를 찾으소서. 옆사람 피곤합니다.
#그림: 글 그램.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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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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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
저자
아르바이트, 계약직,정규직, 파견근무, 회사원, 전문직 두루두루 경험하고 있는 직업 체험인. 현재 병원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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