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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Aug 04. 2021

양심 없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전 들어 봤어요

"참  양심 없으시네요."


40년 넘게 살았는데  최근에 처음 들었다.  이 말이 나온 날, 여느 때처럼 일을 하고 있었고 부서 사회복무 요원과 몇몇 약사가 있었다.

나는 사회 복무 요원에게  일로 농담을 던지고 있었는데  요원이 정색하면서 내게 한 말이다.


나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이 순간 얼음이 되었다. 이런 말이 나올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너무 뜬금없어서 어디 돌이 날아온 느낌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말 나온 거지?

나도 너무 화가 나서  한마디 했다.


"아니 내가 무슨 양심 없는 행동을 했는데? 무슨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


 입을 닫은  요원에게 더 물어볼 수 없었다.

거의  스무 살 어린 남자가 나에게 양심이 없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내 마음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한현모 대표님 페이스북 친구가 찍은 사진

그날도 어김없이 동료 둘과 속풀이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요원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살짝 짐작이 가는 일이 있다고 했다.

지난번에  내가 화장실에 가고 없을 때,  다른 약사 한 명과 나이 있는 직원분께 이런 말을 했단다.


" 에너지 드링크 약사님이 저번에 저한테 삼 o전자가 떨어졌다고 했어요.  제가 추천해준 것도 아닌데 내 탓을 하더라고요. 무척 기분이 나빴어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약 삼주 전 지금 자리로 배치받으면서 오랜만에 본 사회복무 요원에게 안부인사를 하다가, 무심코 이런 말을 농담처럼 하긴 했었다.


"아 뭐야, 삼 o전자 떨어졌어. 십 만전자 간다더니 힝~"


사실 나는 이 말을 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날뿐이다. 내 성격상 원망하는 말투라기보다 장난처럼 던진 말인데 요원은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아마 요원님은 내 농담을 <투자 실패에 대해 책임 묻기>로 들었나 보다.

 평소에 투자나 주식에 관심이 많은 20대 청년이라서 같이 일하는 몇몇이 주식에 대해 요원에게 묻는 경우가 많기는 했다. 아마 나도 그중에 어느 때인가 섞여서 물어본  적이 있었나 보다.


나는 진짜 몰랐다. 내가 무심결에 농담처럼 던진 그 한마디가 그렇게 마음에 담을 정도로 그에게 큰 상처였지.


배려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동료들은 길어야 2년가량 있는 사회복무 요원에게 관심이 없다. 나는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 남자 혼자, 그것도 젊은 청년 혼자 일터에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입을 뗄 기회가 없는  곳이다. 단지 그가  곳을 삭막하지 않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나의 쓸데없는 오지랖 덕에 나는 자주 말을 걸었다.


주식 공부를 좋아하고, 결혼은 안 할 생각이고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바빴구나. 뭐 이런 것들을 대화를 통해 알아가고 있었다.

나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요원에게 자주 말을 걸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배려란 그 사람이 배려라고 느껴야 배려인 것을.  참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 말을 걸어주고, 나에게 관심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도 나처럼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주길 바랄 거라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  A 약사님 이 자리 언제 오세요?"

" 한 달 있다가 올 텐데."

" A 약사님 좋았는데"


사실 이런 말을 할 때도 농담인 줄 알았다. A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요원에게 한마디도 안 시킨다고 했다. 없는 사람 취급했는데 자길 좋았다고 했다면서 재밌다는 듯 웃었다.


양심선언(?) 이후 나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업무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입  꼭 다물고 있다가 결이 맞는 다른 사람들과만 이야기한다.


배려는 배려로 받아들이는 사람한테만 하자.

까닥 잘못하면 이런 말만 듣는다.


 " 양심 없으시네요~"



그림: 글 그램.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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