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첫째대로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더 달라붙고, 둘째는 아기니까 기저귀 갈기나 자잘한 것들에 더 손이 많이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사 어린이집에 아이 둘을 같이 맡길 수 있어서,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집에 내 근무시간만큼 있는 게 불쌍하긴했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또 다른 출근인 육아 출근이 시작되었지만 그때의 최선은 회사 출근과 육아 출근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마침 집 책장에는 이 책이 꽂혀 있었다. 책을 볼 때마다 뜨끔했다.
혹시 내가 집에서 세 살까지 안 키우고 어린이집에 보내서 아이들이 예민한 건 아닌지.
친한 동료이고 책을 많이 읽는 싱글 A가 말했다.
" 저는 결혼해서 임신하면 회사 관두려고요. 많은 육아서를 보니 애는 엄마가 키워야겠더라고요".
" 약사님. 어린이집에서 애들 찾아오기 힘들면 한 30분에서 한 시간 있다가 애들 찾으러 가요.육아서에 보면 엄마도 자기 시간을 갖고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대요."
"아. 그렇긴 하지. 근데 현실은 좀 다른데 말이야"
나는 육아 휴직 내내 회사에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일이 좋아서라기보단 엄마라는
타이틀로 아이한테 올인하다 보니 커피 한잔 마실 시간도 없는 것. 남편 돈으로 뭔가를 먹고 쓰는 것의 불편함이 컸다.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 남의 돈 쓰는 것 같은 기분은 왜 드는지.
학교 졸업 후 쉬지 않고 일했더니 사회생활에 너무 익숙해졌었나 보다. 늘 일하면서 애보기가 힘들다고 징징거렸지만 그냥저냥 버텼다. 육아서에 적힌 내 시간 만들기는 아이들이 크면서 내가 아침에 조금씩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확보했고, 여태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도 다니고 있다.
A는 결혼 후 첫째를 임신하더니 출산 후 매우 빠르게 복직을 했다.나는 농담 삼아 물었다.
"그때 임신하면 관둔다더니 복직 금방 했네^^"
"아휴. 지금 주택담보 대출이 얼만데~빨리 돈 갚아야죠. 그리고 어린이집이 내가 애 보는 것보다 더 잘 봐주더라고요. 하하".
그리고 A는 복직 후 한 달이 조금 지나, 둘째도 임신했다.
"와, 큰애도 돌보면서 둘째까지 임신하니 진짜 몸이 힘드네요. 체력이 좋은 거예요? 어떻게 버텼어요?"
최근에 A는 나에게 이런 말도 했다.
"그때 내가 육아에 대해 조언해서 미안해요. 애를 키우다 보니 낳아보지도 않은 내가 할 말이 아니었어요. 반성합니다."
육아서는 참고가 될지언정 답은 아니다. 그 사람 입장이 되지 않고 함부로 조언은 금물인 것 잊지 말자고( 이거 조언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