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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야 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
비 오는 날 부추전 먹은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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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드링크
Aug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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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마다 필사를 한다.
오늘로 필사 872일째.
그날그날 꼭 필요한 메시지가 신기하게도 아침 필사 책에 나타난다.
이 메시지는 이틀 전 필사 내용이다.
가끔 우리는 배우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나는 정리를 잘했으면 좋겠는데 상대는 치우는 것을 싫어한다던가.
나를 조금만 도와줘도 좋겠는데 꿈쩍도 안 한다던가.
정말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나도 한때는 나의 부족한 점은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바꾸고 싶었다.
이것만 고치면, 이것만 개선하면 더 잘해줄 텐데~더 사랑해줄 텐데~
네가 나를 사랑하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게 욕심이고 조건이 붙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람 잘 안 바뀐다. 자신이 스스로 바뀌고자 하지 않는 한.
그걸 깨닫기까지 많은 상심과 분노의 시간이 있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스스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게 하겠다고 다짐한 게 작년쯤이려나.
내 마음을 공부하고 내 내면을 돌아본 후에야 나도, 상대방도 진정으로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다.
비 오는 어제.
결혼 후에 집에서 제대로 못 먹어 본 음식 중 하나가 '전'이었다. 전을 부친다는 게
요리 초보인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오래간만에 일찍 온 신랑이 애호박 된장국을 끓여주고 남은 호박과 부추로 전을 만들어주었다!!
심지어 고구마튀김도 말이다!!
맛도 맛이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해준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부엌 근처에도 안 가던 사람이 말이다!
누군가를 바꿀 생각 하지 마라. 그냥 자신을 바꾸는 게 가장 쉽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을
바꾸다 보면 그 모습을 본 누군가도 바뀔 수 있다.
어제 된장국, 고구마튀김, 부추 호박전 맛있었어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P.S: 전화번호부 남펴니가 내펴니로 이름 바뀜
먹을 거에 엄청 약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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